[엠디팩트]가 만난 CEO … 김철준 한독 사장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9시 19분


코멘트
“‘당뇨병 토털 솔루션 기업’에서 ‘미래 헬스케어산업의 이노베이터’될 터”

“한독은 의약품 전문기업에 만족하지 않고 급변하는 의료환경을 선도하는 이노베이터로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실행하는 예지 있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국내 제약사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연구 규모만 키우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변별력 높은 연구를 진행하고 여기서 좋은 성과가 나오면 집중투자한다는 게 한독의 기본전략입니다.”

김철준 한독 사장은 최근 [엠디팩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개인맞춤형의학의 토대가 되는 유전체분석사업, ‘울금테라큐민’과 ‘네오케이트’를 필두로 한 메디컬푸드, 바이오벤처 제넥신 기술을 응용한 신약개발, 신개념 의료기기업체 ‘한독칼로스메디칼’ 출범 등에 이르는 한독의 행보는 미래형 토털헬스케어 산업을 지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 헬스케어산업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가.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헬스케어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예측(Predictive), 예방(Preventive), 개인맞춤치료(Personalized), 환자 참여(Participatory) 등 ‘4P’ 의학(Medicine)이 중요해지고 있다. 예컨대 유전체검사를 통해 발병하기 쉬운 질병을 예측하고 그에 맞게 생활습관을 개선해 예방하고 유전형질에 부합하는 최적의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이다. 저의 경우 유전자검사 결과 폐암에 취약하고 무산소운동(근력운동) 능력이 좋아 근육이 잘 발달하지만 유산소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미래 병원은 이런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건강관리를 해줘야 한다. 또 과거 의사 중심의 공급자적 시각에서 벗어나 환자와 소통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또 과거 중대형 PC가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으로 옮겨 왔고, 인공지능 컴퓨터인 IBM의 ‘왓슨’이 환자와 건강상담하고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있다. 의학 애니메이션이 발달하고, 정보 공유 소프트웨어도 넘쳐난다. 또 장비와 시설로 대변되는 병원의 현재 모습은 첨단 테크놀로지를 통해 나온 분석결과를 잘 해석하고 케어해주는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다. 요약하면 돈을 들이지 않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Demonetization 무료화), 의사가 독점하던 의학정보를 환자가 손쉽게 접하게 되고(Democratization 민주화), 사이버로 운영되는 가상병원이 등장할(Dematerialization 무형화) 것이다. 제약산업도 제조업에서 스마트 서비스업으로 바뀌고 있다. 한독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 환자 참여의학이란 말이 생소하다.
“원래 의술은 과학자의 영역이었다가 현재는 의사가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환자가 의사결정권을 갖게 될 것이다. 예컨대 의사들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관련, 1초간 노력성 호기량(FEV1)과 같은 지표에 의존해 환자의 증상을 가늠하려 하지만 정작 환자에겐 호흡곤란 증상이 얼마나 완화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의사가 독점했던 의료정보를 환자들도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맞는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 미래 변화에 맞춰 한독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게 ‘진케어(Genecare)’란 유전체분석 서비스다. 과거에는 의사가 환자의 생활습관만 갖고 병태를 관리했다면 이제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발병 위험이 높은 질병을 예측을 하고, 개인에 맞춘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현재 차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등 10여개 안티에이징·건강검진 센터에서 진케어가 서비스되고 있다. 국내 몇몇 벤처에서 질병예측 유전체분석 서비스를 내놨지만 유명 센터들이 진케어를 선호하는 것은 분석 내용을 해독해 환자 실생활에 유용하도록 가이드해주는 노하우가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방금 말한 4P 의학과 3D 트렌드로 인해 의료서비스에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메디컬뉴트리션(기능성분유 ‘네오케이트’)과 건강식품사업(울금테라큐민)에 진출해 활발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미래전략의 한 측면이다.”

- 인도 사람들이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은 카레를 많기 먹기 때문이다. 울금은 카레의 주성분이다.
“울금의 핵심 성분인 커큐민은 몸에 잘 흡수되지 않는데 울금테라큐민은 커큐민의 흡수율(생체이용률)을 28배 높였다. 현재 식품으로 시판되고 있으며 유효성을 입증해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으로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매일 울금테라큐민을 9숟갈(180㎎)씩 먹고 있다. 타고난 잇몸건강이 좋지 않아 예전엔 매달 한 번 치과를 갔는데 요즘은 석달에 한 번꼴로 줄었다. 비타민, 녹용, 홍삼 같은 것은 일절 먹지 않았는데 울금은 항염, 항암, 치매예방 효과가 있어 챙겨 먹는다. 인도 사람이 워낙 카레를 많이 먹으니까 치매 발병률이 현저히 낮다는 게 통계역학적으로 입증됐다. 더 실체적인 근거를 가지려면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 최근 한독칼로스메디칼이 출범했다.
“2012년부터 한독 내 메디칼디바이스연구소에서 난치성 고혈압 치료용 의료기기인 ‘디넥스(DENEX)’를 개발해왔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조성한 ‘한국투자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펀드’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이번에 의료기기 R&D를 위한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 한독이 51%, 한국투자파트너스가 49%의 지분을 보유한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약 10%가 약물요법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난치성 고혈압이다. 이들이 디넥스의 치료 대상이다. 디넥스는 대퇴동맥이나 요골동맥에 카테터를 삽입해 신장동맥까지 넣고 카테터 팁에 열을 가해 신장동맥 내 교감신경을 소작해 혈압을 떨어뜨리는 게 작동 원리다. 현재 국내와 싱가포르에서 동물대상 전(前)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메드트로닉은 1세대 제품만 개발해놨다. 한독이 개발하고 있는 것은 2~3세대 제품이다. 한독칼로스메디칼은 한독이 추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하나로 독립시킨 벤처기업이다. 한독은 의약품 연구에만 집중하던 회사이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으로 의료기기를 개발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 제약회사들이 바이오벤처에 많이 투자한다. 한독의 제넥신 투자 성과는.
“지속형 성장호르몬제제는 제넥신과 한독이 50대 50으로 투자해서 만들고 있다. 현재 유럽 8개국과 한국에서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 대상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소아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를 대상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총 14개 국가에서 글로벌 다국가 임상 2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제넥신은 지난 10월 중국 타스젠(Tasgen)과 ‘지속형 성장호르몬(GX-H9) 및 지속형 항체융합 단백질 치료제’ 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한독은 총 2500만 달러(약 283억원) 규모의 수익을 기대하게 됐다. 기존 지속형 성장호르몬 제품에 비해 통증이 적은 게 강점이다.
또 하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항염증제)이다. 제넥신 기술로 한독이 개발하고 있다. 인터루킨-1 억제제 ‘아나킨라’의 바이오베터인 ‘HL2351’은 기존 매일 맞아야 하는 제형을 1주일에 한번만 맞아도 되도록 개량한 제품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이나 희귀질환인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등의 치료제로 개발할 예정이다. 제품력이 있어 보이자 최근 유럽의 한 제약사가 제휴를 모색하러 방문했다.”

- 태평양제약의 의약품 사업 부문 인수는 성공적인가.
“태평양제약 인수의 주목적은 케토톱처럼 우수한 일반의약품(OTC) 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한독이 종합병원·오리지널약 중심의 영업을 했다면 태평양은 중소병원·의원을 담당하는 훈련된 약 150여명의 영업사원을 확보하고 있었다. 케토톱을 가져오며 ‘경피약물전달시스템(TDDS)’ 기술과 연구인력도 보유하게 됐다. 현재 230억원을 들여 충북 음성에 케토톱 등을 생산하는 TDDS 공장을 건설 중이며 준공되면 직접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TDDS연구소를 만들자 이 분야에 경험이 많은 류재필 박사가 합류했다. TDDS 기술은 피부에 붙여 약효성분을 흡수시키는 것이다. 이 기술로 암환자 통증경감제 등 세계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한독은 태평양제약 인수를 통해 일반의약품 매출을 2배 이상 늘리게 됐다.”

- 한독테바의 경영은 안착되고 있는지.
“제약회사로서 제일 큰 경쟁자는 오리지널 제품을 가진 회사다. 그러나 특허기간이 지나면 제네릭이 나오기 마련이어서 국내 제네릭과 경쟁해야 한다. 한독은 제네릭 비즈니스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를 인수하는 대신 세계적인 제네릭 회사인 이스라엘 테바와 조인트벤처인 한독테바를 합작회사로 만들게 됐다. 한독테바의 성장세는 한국산도스에 비해 가파른 편이다. 2017년이 되면 흑자로 전환하고 3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독이 향후 토털헬스케어 기업이 되기 위해서도 오리지널약뿐만 아니라 제네릭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 요즘 현안은 아무래도 최근 나온 당뇨병 신약 ‘테넬리아’와 ‘테넬리아엠 서방정’의 매출 추이일 것 같다. 시장 반응이 어떤가.
“공격적인 영업목표를 세웠는데 시장 반응이 매우 좋다. 지난 20일 현재 종합병원 50여개와 의원 3300여개에 처방의약품으로 등재됐다. 기존 경쟁 제품에 비해 매출 상승곡선이 가팔라 ‘큰일’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에 비해 열악해진 영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신장세를 보이는 것은 테넬리아의 뛰어난 약효를 다수의 의사들이 인정한 덕분이다. 한독이 당뇨병 시장에서 쌓아온 비즈니스 경험도 요인이다. 한독은 1973년 발매한 ‘다오닐’을 시작으로 테넬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당뇨병치료제군을 갖췄다. 또 최신형 노코딩 혈당측정기 ‘바로잰’ 공급, 환자 혈당관리를 독려하는 ‘당당발걸음’ 캠페인과 전문의 당뇨환자교육 지원 사업 등을 통해 40여 년간 토털 당뇨병 솔루션 기업으로서 당뇨병 환자 관리 및 치료를 돕기 위해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 테넬리아의 가장 큰 장점은 신장 장애 부작용이 적다는 것인데 어떤 의미가 있나.
“당뇨병이 만성화되면 환자의 3분의 1이 신장 기능에 문제를 겪는다. 신기능 저하로 배설기능이 떨어지면 약의 독성이 쌓이고 당뇨병 치료제의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테넬리아는 신장 기능에 관계 없이 처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신기능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려면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하고 처방과 복용에 번거로운 점이 많다. 테넬리아는 신장 기능에 관계없이 20㎎만 처방하면 되기 때문에 의사나 환자 모두 편리하다.
테넬리아의 또다른 장점은 목표혈당(당화혈색소 7% 이하) 도달률이 70%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기존 제품은 40% 정도로 테넬리아는 DPP-4억제제 중 가장 높은 치료효과를 자랑한다. 또 반감기가 24시간으로 길어 아침에 먹으면 저녁까지 혈당강하 효과가 지속된다. 하루에 한번 먹는 DPP-4억제제가 이미 나와 있지만 저녁이 되면 아무래도 혈당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테넬리아의 이같은 강점들은 다른 경쟁 제품과 비교해도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비교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 테넬리아엠 서방정의 수출 계획은.
“가장 먼저 테넬리아엠 수출하려는 대상 국가가 테넬리아를 개발한 일본이다. 하지만 아직 일본은 복합제 선호도가 높지 않다. 우리나라는 복합제 비중이 50%를 넘는데 일본은 복합제보다 병용 처방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복합제 처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 이미 ‘아마릴엠’과 ‘아마릴멕스’는 50여 개국에 190억원 가량 수출되고 있다.

- 테넬리아 외에 혁신적인 제품이 있다면.
“테넬리아는 베스트 인 클래스(Best in Class)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항암제, 녹내장치료제, 당뇨병치료제 분야에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로 개발 중인 제품이 있다. 내년 상반기에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옵서미트’가 시판될 예정이다. 또 한국화이자와 골다공증치료제 ‘비비안트’와 과민성방광치료제 ‘토비애즈’를, 한국로슈와 골다공증치료제 ‘본비바’를 공동 판매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 최근 한미약품이 신약개발로 대박을 냈다. 한독의 R&D 전략은.
“개별 회사의 규모가 서구에 비해 작은 국내 제약업체 현실로서는 오픈이노베이션과 적절한 R&D 제휴를 통해 연구성과를 높이는 게 실사구시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매출액 대비 6~7%를 R&D 투자에 쓰고 있다. 정부에서 연구비를 50억원 정도 지원받고 있다. 한독의 연구개발본부 직원은 100여 명이다. 연구비나 인력이 적다고 볼 수 있지만 능력 있는 인력을 모셔와 2007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변별력 높은 연구를 하고 있다. 훌륭한 연구를 하고 있는 곳과 파트너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서 좋은 성과가 나오면 집중투자한다는 게 한독의 기본전략이다.”

김 사장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한국MSD 부사장을 거쳐 2009년부터 한독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제약·의료 트렌드에 대해 혜안을 갖고 있는 ‘전략이론가’로 관련 업체나 대학으로부터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취재 = 정종호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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