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우리 아이가 아토피예요” 소아아토피 부모들의 고민

  • 입력 2015년 5월 4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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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은(37, 가명) 씨는 5개월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안고 소아청소년과 병동 앞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는 순하고 얌전했지만, 순간순간 얼굴을 찌푸리며 칭얼거린다. 얼굴은 열꽃이 피어오른 듯 붉었는데, 특히 눈가와 귓가의 발진이 심했다. 처음에는 그저 태열인 줄 알았던 아이의 증상을 전문의에게 보이자 소아아토피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에디터 곽은영 포토그래퍼 김현진 협조 및 자문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백혜성 교수


“이 정도면 많이 나아진 편이에요. 지난주에는 진물이 흘러내려 병원에서 먹는 약을 함께 처방해줬었어요. 처방해준 약을 먹이고 연고를 발랐더니 빨리 호전되더라고요. 괜찮아진다 싶어서 약을 멈추고 이틀이 지나니 다시 이런 상태예요. 임의로 멈추는 게 아니었나 봐요.”(송 씨)

태어나자마자 태열로 고생하는 것도 마음 아팠는데 그것이 아토피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 송 씨는 마음이 많이 상했다.

작년 11월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한 송 씨는 당시 마흔 살의 나이로 노산을 하고 모유수유도 해주지 못한 것이 아토피의 원인이 된 것 같다며 내심 죄책감에 시달렸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아이의 아토피가 본인 탓인 것 같다는 생각에 괴로웠다는 이야기를 하며 여전히 감정에 북받치는 듯했다.

그러나 소아아토피 환자의 부모들이 가장 조심해야할 것이 바로 이러한 죄책감에 빠지는 것이다. 출산 후 여성은 육아에 지쳐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상태에 있는데, 행여 이때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자책감에 스스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송 씨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내원하면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모유수유’에 대한 것이라며, 자신처럼 노산에 모유수유까지 못해준 부모들이 갖는 미안함은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직장에 다니느라 어머니께 아이를 맡겼다 주말에 집에 데려오는 것도 아이에게 미안해요. 하지만 이러한 감정을 이겨내야 한다는 걸 알아요.”(송 씨)



아이의 아토피는 부모의 탓이 아니다

아이의 아토피는 부모의 우울감을 함께 가져온다.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백혜성 교수는 “아이의 아토피 진단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기 탓으로 자책하지 않는 것이 부모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이라고 말한다.

부모는 자책감으로 심리적으로도 괴로울 뿐 아니라 가려움이 극심해지는 새벽시간에 아이가 잠을 자지 못하고 깨어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도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저희 아이는 저녁 10시에서 새벽 3시 사이에 꼭 깨어나요. 그럴 땐 품에 안고 열감이 있는 부위에 바람이라도 한 번 더 불어주고 시원하게 해줘야 진정이 돼요.”(송 씨)

아토피는 흔히 열감과 함께 찾아오기 때문에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송 씨는 날이 쌀쌀할 때에도 아이의 옷 안으로 땀이 찰까봐 시원하게 입히고 외출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나 할머니가 왜 아이를 그렇게 춥게 입혔냐며 송 씨를 타박한다. 아이 걱정에 해주는 말이라 고맙긴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행동이 야속할 때도 있다.

“아이를 위해 항상 시원하게 온도를 유지해야 해요. 그래서 여름이 오는 게 걱정이에요.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제대로 치료를 받고 낫게 하려고 열심히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송 씨)

송 씨는 아이의 성장환경을 위해 주중에는 산이 있는 용인의 부모님 댁에 아이를 맡겼다가 주말에는 서울로 아이를 데려온다. 아기 옷도 그냥 빨면 행여 문제가 생길까봐 일일이 손빨래를 해 햇빛에 건조시킨다. 특히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목욕법이다.

아토피에 걸린 아이들의 경우 목욕습관이 중요한데, 매일 목욕시키되 목욕시간은 길지 않게 해야 한다. 또 타월로 문지르지 말고 손으로 부드럽게 몸을 닦아주고 바로 보습을 철저하게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구하지 말고 공인된 곳에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 송 씨는 전문의의 처방에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한다.

“해보니까 민간요법이나 자체적인 판단은 애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아토피가 의심되면 가급적 빨리 전문의의 처치를 받아야 해요.”(송 씨)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을 버려야

아토피는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치료에 임해야 하는데, 병원에 다녀도 눈에 띄는 호전이 없으면 부모들은 스스로 정보 찾기에 나선다. 유기농 크림에서 값비싼 분유까지 인터넷 정보에 의존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매도 서슴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아토피 치료에 좋다는 약품과 유기농 제품을 소개하는 쪽지가 끊임없이 와요. 저도 효능이 있다는 말에 정말 수십 가지 크림을 구매하기도 했었는데, 저희 아이한테는 효과가 없더라고요.”(송 씨)

그뿐만이 아니다. 송 씨는 쑥물로 아이 목욕을 시키거나 소주에 레몬을 발효시켜 효소처럼 만들어 아이의 몸을 닦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백혜성 교수는 소아아토피에 대한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아토피가 더 심해지기도 하기 때문에 정보를 의심하고 걸러내야 한다고 당부한다.

“황토, 쑥 방향치료, 녹차목욕 등 아이가 빨리 치료되길 원하는 부모들을 현혹하는 민간요법이 넘쳐납니다. 실제로 소아아토피 환자의 부모 중 아이의 목욕을 녹차 물로 시키던 분이 있었는데, 8개월 된 여아의 몸에는 항상 진물이 나있곤 했었어요. 녹차에는 좋은 성분도 많지만, 아이들의 두뇌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카페인도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해요.”(백 교수)

흔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대한 자극적인 글들을 보고 임의로 스테로이드 처방을 무시하고 투약일수를 조절하는데, 스테로이드는 의사의 처방에만 따르면 부작용 없이 최선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백 교수는 “약을 어느 정도 먹는 것은 안전하다”며 “스테로이드 부작용보다 무서운 것이 알레르기 질환과 천식, 비염”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검사와 전문의의 처방 필요해


병원을 찾은 날은 지난주 시행한 체혈검사의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아이가 어떤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있는 검사로, 아토피의 원인 중 하나가 식품이기에 제한해야 할 식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검사이다.

송 씨의 아이의 경우 검사 결과 계란인자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왔다. 백혜성 교수는 송 씨에게 아이가 36개월이 될 때까지 계란, 특히 흰자를 금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리고 우유에 대한 저항성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유는 현재 먹이는 대로만 먹이면 된다고 했다.

“비싼 분유를 사 먹이는 부모들이 많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요. 이맘때는 성장과 발달이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골고루 먹이는 게 중요한데, 임의대로 ‘보통 아이들이 우유에 알레르기 반응이 많다더라’고 해서 식품을 제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참고로 독감예방접종에도 제조과정 중 계란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맞히지 말아야 합니다.”(백 교수)

백 교수는 아토피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식품을 구입할 때 성분표 보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고도 조언했는데, 조금만 연습하면 아이에게 맞지 않는 성분이 들어있는 식품을 골라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아이의 돌이 돌아오면 독감예방접종을 맞히려고 했는데, 그 전에 아이에게 계란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게 돼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주부터 쌀미음을 시작으로 이유식을 시작했는데 이유식 전 체혈검사를 하길 정말 잘했어요. 또 진찰도 제대로 받지 않고 비싼 분유부터 구입했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네요. 제가 아이를 늦게 낳아서 더 비싸고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비싼 걸 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네요.”(송 씨)


소아아토피 예방과 치료법

· 전문의 진료에 따른 약물 요법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 심한 스트레스나 급격한 온도 변화는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은 전문의와 먼저 상담한 뒤 결정해야 한다.
· 아토피피부염의 올바른 치료와 예방으로 소아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을 예방할 수 있다.
· 피부는 늘 깨끗하고 촉촉하게 유지·관리한다.
·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 면 소재의 옷을 입히고 손톱은 짧게 깎아준다.
·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 물질을 찾아 피해준다.
· 집안에서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다.



소아청소년과 백혜성 교수와의 Q&A


Q. 소아아토피는 왜 발생하는 것인가?

소아아토피는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알레르기 반응, 피부장벽 이상과 같이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소아아토피 피부염은 연령에 따라 특징적인 모양과 분포를 보이는데, 생후 2세 이전에는 주로 얼굴에 발생하고, 2세 이후에는 팔과 다리가 접히는 부위에 발생한다. 12세 이후와 성인에서는 이마, 목, 손목, 발목에 건조증과 태선화가 주로 나타난다.

Q. 소아아토피는 어떻게 치료되고 있나?

아토피피부염은 세 가지 원칙으로 치료한다. 원인과 악화인자를 피하는 ‘회피요법’, 피부를 촉촉하게 관리하는 ‘피부보습’, 가려움증과 염증을 치료하는 ‘약물치료’. 한 가지 방법만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특히, 아토피를 불치병이라고 오해하거나 가장 확실한 치료 약제인 스테로이드 약물 사용을 거부하고,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려는 조급한 마음가짐으로 검증되지 않은 관리 방법에 의존하면, 아이의 아토피는 만성이 되니 주의해야 한다.

아토피피부염은 만성 알레르기 염증에 의한 질병으로 염증의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으로서는 스테로이드 약물이 가장 확실한 염증 치료제인데, 그럼에도 부작용을 지나치게 과장한 정보만을 믿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거부하는 부모들이 많다.

Q. 아토피는 역시 환경이 큰 요인이 되지 않나?

아토피는 환경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아토피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됐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아토피피부염 증상은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태어나야 하는데, 가족 중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 알레르기 환자가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 연구진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거 환경오염이 아토피피부염의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발생시키는 원인이라고 한다. 따라서 아토피 질환의 발생률이 높은 어린이에게는 오염이 적은 실내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식품이나 집 먼지 진드기 등과 같은 알레르겐에 의해서 아토피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토피피부염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식품들은 계란, 우유, 밀, 콩 등인데 이러한 식품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영아에게는 매우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다. 무분별한 식품 제한은 영양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은 후 원인 식품만을 제한해야 한다.

Q. 소아아토피는 아이에게도 괴로운 일이지만 이를 지켜보고 치료에 동참하는 부모에게 더 힘든 병이기도 하다. 자녀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부모가 기억하면 좋을 수칙이 있나?

아토피는 끈기를 가져야 하는 병이다. 해외와 우리나라는 병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큰데, 해외에서는 지나가는 병이라고 바라보는 것도 우리는 평생을 안고 가야하는 병으로 무겁게 취급한다. 적당히 보면 되는데, 무조건 깨끗해야 하고 빨리 나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아토피피부염은 주위 환경으로부터 신체를 방어하는 면역 조절기능과 구조가 미숙해서 생기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호전되는 경과를 보인다. 돌 전후 심하다가 2~3세에 사라질 수 있으며, 20세가 넘어서까지 지속되더라도 대부분 경한 증상을 나타내고 유병율도 낮다.

아토피피부염은 단숨에 치료되는 질환이 아니라 적어도 2~3년간 꾸준히 관리해줘야 될 만성질환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꾸준한 만성증상의 관리와 급성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의 적극적인 치료가 병의 진행을 막는 지름길이다. 아래는 대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에서 제정한 아토피피부염 환자 관리 수칙이다.


소아아토피 부모들이 기억해야할 것

첫째, 아토피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둘째, 불치병이 아니다
셋째, 스테로이드 부작용 사례에 공포심을 버리고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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