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리얼스토리) 알고 보면 마음의 병, 폭식증 벗어나기

  • 입력 2014년 11월 11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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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정의 좋은의원, 유은정 원장 “심리적 허기를 누를 마음건강관리가 우선”

부정적인 감정을 먹는 것으로 해소하는 폭식증. 보통 스트레스 해소에 서툴고 외모에 집착하며 습관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식증은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음식 대신 행복으로 마음의 허기짐을 채울 수는 없을까. 폭식증치료 전문가인 유은정 원장에게 폭식증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물었다.

“자다가 일어나면 먹었어요. 공허함을 음식으로 채웠어요. 살도 찌고 나중에는 건강도 정말 안 좋아졌어요. 토할 정도로 먹어서 병원 치료도 받았어요” - SBS<힐링캠프> 아이유

“자다가도 뭘 먹기 시작했어요. 식사는 식사대로 하고 시중에 나오는 초코과자 같은 것도 10개씩 먹었어요. 냉장고가 방 안에 있는데 갖고 와서 먹는 게 아니라 냉장고 열고 그 앞에서 허겁지겁 먹었어요. 그렇게 먹으면 나아지는 것 같고 다시 잘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SBS<힐링캠프> 장나라


가수 아이유가 TV프로그램에 출연해 폭식증으로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수 장나라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폭식증의 고통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는 비단 우리나라의 몇몇 스타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이런 섭식장애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프라 윈프리, 레이디가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린제이 로한, 제시카 심슨 등도 폭식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폭식증은 음식에 대한 자제력을 잃고 짧은 시간(약 2시간 이내)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섭취하는 증상이다.

음식을 먹은 뒤 체증 증가를 막기 위해 음식물을 토해내거나, 식욕억제제, 비만치료제, 이뇨제 등을 남용하고 운동중독 수준으로 과도하게 운동을 하기도 한다. 원인은 음식을 먹을 때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세로토닌이나 엔도르핀 등 호르몬에 문제가 생긴 신체적 원인에 마른 몸매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려는 지나친 심리적 스트레스가 작용하기도 한다.

폭식증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데 이는 날씬한 외모를 선호하는 사회의 압박에 남성보다 여성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며, 감정표현이나 스트레스 해소에 서툰 여성들이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음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폭식증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정크푸드, 고탄수화물음식, 초콜릿, 케이크, 탄산음료 등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선호한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콜라 1.5ℓ를 한 번에 마시는 등, 특정 음식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폭식증은 정신과적 응급질환

폭식증은 음식을 먹고 나서 체중 증가에 대한 걱정으로 손가락을 넣어 음식을 토한다거나 설사약, 이뇨제 같은 약물에 의존하고 과도한 운동으로 체중에 집착하는 여러 증상을 동반한다.

폭식증의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특정 영양분의 결핍과 과잉을 초래해 성인병, 위장장애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장애 및 학습장애를 일으킨다. 그리고 우울증, 다이어트강박, 알코올중독, 대인기피, 무기력, 불면증, 집중력저하 등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만성질환의 싹이 되기 쉬우므로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이러한 폭식증은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가 초기 증후가 나타난 지 1년 이상이 지나야 정신과의 문을 두드린다. 또는 길게는 10~20년이나 된 환자들도 드물지 않다.

이처럼 폭식증의 치료가 늦어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주변에 알릴 수 없는 수치감, 폭식증이라는 인식 부족, 치료받을 곳을 찾지 못하는 정보부족, 치료받을 곳을 찾더라도 그곳이 정신과라고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혼자 이겨내려는 강박, 폭식증 치료에 대한 불신 등이 치료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먹어도 계속 배가 고픈 폭식증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지만, 사실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넌 잘하고 있어’라는 칭찬에 목마르고 배가 고픈 것이다. 체중감량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것 같지만, 내면에는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사람을 허기지게 하는 것이다. 이는 진짜 식욕이 아니라,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가짜 식욕’을 유발해 영영 채울 수 없는 ‘심리적 허기’를 일으킨다.

유은정의 좋은의원의 유은정 원장은 “폭식증은 심리적인 허기에 의해 발생되곤 하는데, 낮은 자존감, 완벽주의, 만성피로, 외모지상주의와 연관이 많다”며 “점차 늘어나는 폭식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폭식이라는 증상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심리적 허기를 부추기는 사회현상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다이어트로 시작되는 경우 많아

폭식증은 잘못된 다이어트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체중이 많이 빠진 것을 경험한 다음에는 체중이 늘어날까 늘 조바심내고, 내 체중이 나의 자존감이라는 잘못된 신념에 빠져든다.

“내가 살이 찌면 사람들이 바로 알아볼 것이고, 나는 인생의 실패자가 되는 것이다”라는 식의 강박증이 마음에 자리잡으면,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이거나 절식을 하려다 도리어 몰아서 먹는 폭식을 경험하게 된다. 이쯤 되면 사람을 만나는 것도 꺼려지고 심지어 학교를 휴학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생긴다.

외모와 체형을 자아와 동일시하면 자존감이 낮아져 폭식증이 더욱 악화된다. 날씬하지 않으면 못난 사람이고 다른 여자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가득하면 매사에 의욕이 없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내가 한없이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진다면 자존감에 대한 심리상담이 필요하다.

자존감이 낮은 여성들은 외모의 기준이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처럼 전형적인 미인의 모습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 기준에서 벗어날 때 자기비하에 빠지게 된다.

다이어트의 진짜 목적은 체중이 아니다. 다이어트의 진짜 모습은 권력, 즉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우리 모두의 욕망이다. 연구결과 90% 여성이 ‘나는 다이어트가 필요한 상태’로 인식하고 있었다.

유은정 원장은 “체중감량의 대한 지나친 압박감과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폭식증, 다이어트강박, 식욕억제제 중독을 겪은 후 정신과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단기간에 많은 체중을 감량하려는 사람일수록 심리적인 ‘인정욕구’에 목말라 있으며, 이러한 이들은 체중을 감량하고도 주위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폭식과 요요현상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폭식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다스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업무 강도를 80%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박증을 가져선 안 된다”

<유은정의 좋은의원, 유은정 원장>
<유은정의 좋은의원, 유은정 원장>
식욕억제제의 남용은 금물

체중감량에 성공했더라도 결국 식욕을 조절하지 못하면 문제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지방흡입술, 위밴드수술 등으로 날씬한 몸매를 얻었더라도 식욕억제조절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살이 찌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다고 폭식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식욕억제제를 남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식욕억제제는 FDA로부터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로 지정되어 있다. 식욕억제제는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강력한 습관성을 가질 수 있고 불면증, 우울증, 충동조절장애를 비롯해 혈압상승, 현기증, 일시적 근시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폭식증 치료는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유일한 방법이다. 더불어 식습관을 조절하는 인지행동치료와 심리적인 허기를 다루는 자존감 심층치료를 병행해야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은정 원장은 “폭식증을 치료하기 위해 비만클리닉에서 식욕억제제를 처방받거나 헬스클럽에서 격한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폭식증의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다”며 “상담을 통해 폭식증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를 유발하는 환경의 변화와 폭식하는 습관의 교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신과 상담과 마음을 다스리는 노력이 중요

폭식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다스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업무 강도를 80%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박증을 가져선 안 된다. 폭식증의 핵심적 심리는 흑백논리,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가짐이다.

폭식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허기 이면의 감정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식사한 이후에도 배가 자꾸 고픈 상황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줄어들 수 있다. 예컨대 ‘내가 심심해서 먹게 되는구나’, ‘지금 짜증이 나있구나’, ‘화가 났구나’ 등 여러 가지 감정을 살펴볼 여유를 가져보는 게 좋다.

하지만 증상이 점점 심해지거나 심각하다면 단순히 시술만 하는 비만클리닉보다 마음의 상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미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경전달물질이나 식욕중추의 조절에 이상이 온 것으로 약물요법이나 상담이 필요하다.

더불어 폭식증 환자는 보통 스스로 구박하며 자기를 못살게 굴고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는 공통점을 보이므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유은정 원장은 “자신의 진가를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좋은 조건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작은 흠에 연연해한다”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고, 자기정체성을 찾게 되면 자신을 남과 비교하거나 내 주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일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TIP 폭식증 자가진단하기

- 나는 항상 체중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

-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좋지 않다고 느낄 때에는 먹는 것을 찾는다

- 자다가 깨어나면 꼭 음식을 챙겨 먹는다

- 음식을 먹고 배부른 후에도 다른 어떤 음식을 먹을지 고민한다

- 음식을 먹고 2시간 이내에는 또 다른 음식을 먹는다

- 다이어트와 폭식을 습관적으로 반복한 경험이 있다

- 음식을 먹은 후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자괴감을 느낀다

-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것보다 혼자 먹는 것이 좋다

- 식사하면 배가 불러 불편해질 때까지 먹는다

위의 항목에서 5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폭식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미 이러한 증상을 반복해서 겪은 지 3개월 이상이 되었다면, 폭식증 치료를 위해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사랑, 이별, 스트레스, 폭식… 악순환의 굴레를 끊다
K씨가 털어놓은 생생한 폭식증 극복기

김정은(가명, 24세) 씨는 3년 전 처음 폭식증을 경험했다. 증상이 지속되자 어머니의 권유로 치료를 시작했고 다 나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자 다시 폭식이 시작됐다.

치료를 받긴 했지만 스스로 절제하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은 배우지 못한 것이다. 그녀는 올해 초, 다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상담을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았고, 자신에게 중요한 게 뭔지도 알았다.

혼자 갈 수 없을 땐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올해 2월부터 상담치료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어떤 증상을 보였나요?

음식을 절제할 수가 없었어요. 한꺼번에 많이 먹고 맛있지도 않은데 계속 먹었어요. 심지어 맛을 느낄 수 없을 때까지도 먹었어요. 다 먹고 나면 죄책감이 들어 초반에는 운동을 4시간씩 했는데, 나중에는 그것도 지쳐서 먹은 것을 계속 토해내기만 했어요.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은 있는데 식사는 여전히 불규칙해 악순환의 연속이었어요. 생리를 건너뛸 때도 있었고 변비도 생겼어요.

Q.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되었나요?

사실 폭식증이 처음 시작된 건 21살 때였어요. 먹고 토하는 걸 반복하다 6개월이 지났을 때 인지행동치료를 받았어요.
10회기 상담을 받았고, 다 치료되었다고 생각해 22살이 시작되던 해 겨울 1년간 미국 어학연수를 떠났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상태가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당시 치료를 받으면서 좋아지는 느낌만 경험했기 때문에 그래프가 꺾였을 때 다시 치고 올라가는 법을 몰랐어요.
문제는 미국에선 상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식욕억제제만 사 먹었는데 심박동이 올라가는 등 부작용이 많더라고요.

Q. 다 나은 줄 알고 떠났는데 타국에서 더 심각한 상황을 겪고 왔네요. 폭식증을 겪게 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제가 21살 때 처음으로 연애를 했는데,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가 다이어트로 20kg을 감량한 친구였어요. 그 친구에게 더 예쁘게 보이고 싶기도 하고, 공감대도 형성할 겸 나도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고 말을 하니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저는 주체적이지 못한 태도로 그 친구의 기대에 부흥하고자 잘못된 방법으로 살을 빼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5개월 만에 헤어지게 됐고, 이별 후 관리 체계가 풀어진 것은 물론, 허전함과 스트레스로 폭식하기 시작했어요.

Q. 그때 바로 치료를 시작하지는 않았는데요. 치료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폭식을 하면서도 항상 죄책감이 들었어요. 예전에 살이 빠졌던 내 모습이 그립고 절제하지 못하는 저 자신이 혐오스러웠어요. 그때 어머니께서 상담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셨고 저도 치료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의 긍정적인 지지가 도움이 됐어요.

Q. 치료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요?

치료는 약물치료와 상담으로 이뤄져요. 저는 상담 위주로 하고 있어요. 매주 정해진 시간에 선생님을 만나 50분간 이야기를 나눠요. 건강과 라이프스타일, 식습관에 관한 조언을 해주세요. 어떤 목표점을 찍어두고 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때그때의 고민을 해결하며 나아가는 느낌이에요.
처음에는 우울함과 폭식 증상부터 치료하고 다음에는 자존감, 그다음에는 인간관계, 학업, 진로, 성취감으로 이야기의 폭이 점점 넓어졌어요. 무엇보다 상담선생님과 궁합이 잘 맞아서 좋아요. 상담회기가 긴 것도 좋고요.

Q. 상담을 통해 어떤 부분이 가장 좋아졌다고 느끼나요?

저는 예민한 사람이지만 타인에게 제가 그렇다는 걸 티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자기중심적인 삶은 이기적인 것이고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해 자기주장도 잘하지 못했어요. 착한여자 콤플렉스를 안고 살았지요.
그렇게 살아오는 동안 표현되지 못한 억압된 감정들이 제안에 쌓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상담을 통해 자기중심적인 삶이란, 자기를 지키고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고, 요즘은 예전만큼 타인을 의식하지 않아요. 작은 것에서 성취감을 느끼도록 연습하고 있는데, 가령 친구들에게 예전 같았으면 하지 못했을 말들을 해요.
말을 함으로써 나쁜 감정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저의 생각을 전하는 거예요. 이제야 스스로 말할 힘을 기르게 된 것 같아요.

Q. 폭식은 음식에 대한 식탐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발현되는 한 형태인 것 같아요. 마음을 다스리고, 관계를 정리하고, 나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요즘 어떤 일들을 하고 계세요?

일단 상담과정에서 자기성찰을 하게 돼요. 치료를 통해 자화상이나 추상화를 그리는데 그런 것들이 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글을 쓰고 읽는 것을 좋아해서 비공개 블로그에 1년 넘게 일기 형태로 글을 쓰고 있어요.
가끔은 영화나 공연에 대한 감상을 적어두기도 하고요. 또 시를 좋아해서 최근에는 나희덕 작가의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을 읽고 있어요. 시는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것 같아요. 함축된 감정이 아팠던 기억을 위로하고 삶에 대한 깊은 공감을 할 수 있게 해줘요. 좋아하는 시를 붓글씨로 쓰기도 하는데 사실 여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

“돌이켜보면 넘어지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배우는 게 중요해요. 저는 상담을 통해 그 힘을 배웠어요”


Q. 시를 붓글씨로 쓴다고요?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요?

서예는 어릴 때부터 해왔어요. 달라진 점은 예전에는 모양만 흉내냈다면, 이제는 내용에 마음을 담아 쓴다는 거예요. 올해는 제 스스로 치유의 목적으로 서예에 의미를 부여해 새로운 글씨체도 배웠어요. 시는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지만, 직접 먹을 갈아 좋아하는 시를 한 글자씩 써보면 우울하거나 슬픈 감정을 치유해주는 것 같아요.
서예는 하는 동안 집중할 수 있고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도 커서 감성치유에 도움을 주는 예술이에요. 작은 부분이지만 상담선생님도 성취감이 자존감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거든요. 요즘은 제가 건강한 나로 완성되어 가는 것 같아 행복해요.

Q.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오늘도 상담 때 그 이야기를 했어요. 직업적으로는 공무원을 할까 심리학 공부를 더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사실 심리학은 학부에서도 공부하려다가 선택하지 않았던 건데, 제 스스로 그런 부분에 약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상담선생님이 회피하지 말라고 하셔서 ‘내가 해도 되나?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라는 사람 자체로는 항상 현재에 충실하고, 나를 지키고,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폭식증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격려 부탁드립니다.

아마 지금은 절망의 끝이라는 생각,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상담을 받고 생각과 마음을 바꾸니 달라지는 나를 느낄 수가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넘어지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배우는 게 중요해요. 저는 상담을 통해 그 힘을 배웠어요. 나에게 중심을 두고 살아간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그건 이기적인 것과는 다른 거거든요.
제가 이런 시각을 갖게 된 게 신기해요. 언젠가는 다시 넘어지는 날이 오겠지만, 저는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요. 누구나 그런 힘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김수석 · 곽은영 기자, 사진 권오경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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