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녁에 커피를 마셔도 평소와 다름없이 잠드는 사람이 있다. 중간에 깨지 않고 7~8시간 충분히 잔다면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의 영향은 반드시 수면 시간을 줄이거나 잠드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흔한 변화는 ‘수면의 질’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단 카페인의 영향은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 카페인, 수면을 ‘얕게’ 만들 수 있다
국제학술지 ‘영양소(Nutrient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은 느린 뇌파(slow-wave activity) 활동을 감소시키고, 뇌파 패턴을 더 깨어 있는 상태와 비슷하게 바꿀 수 있다.
느린 뇌파는 깊은 수면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깊은 수면은 신체 회복과 에너지 재충전, 뇌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카페인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뇌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검사법인 EEG(electroencephalography·뇌파검사)를 활용했다.
공동 저자인 폴란드 브로츠와프대학교 의과대학 도나타 쿠르파스 교수는 “EEG는 사람이 단순히 자고 있는지를 넘어, 뇌가 어떻게 자고 있는지까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녁 커피(카페인) 섭취 후 설령 수면 시간이 정상처럼 보여도 느린 뇌파를 감소시켜 뇌를 더 깨어 있는 상태와 비슷한 패턴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겉으로는 8시간 충분히 잔 것처럼 보여도 실제 뇌는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를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쿠르파스 교수는 “주관적으로는 잘 잤다고 느끼더라도 실제 뇌파 기록에서는 깊은 수면 특징이 줄어든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가 ‘충분히 잤는데도 피곤하다’거나 ‘머리가 멍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왜 생기는지를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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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마다 카페인 반응이 다른 이유
카페인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개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유전적 요인은 카페인 대사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나이와 만성 스트레스, 지속적인 피로 상태도 영향을 준다.
카페인을 천천히 분해하는 사람은 오전에 마신 커피조차 밤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쿠르파스 교수는 “문제는 단순히 잠들기 직전 마신 커피만이 아니다”라며 “하루 동안 섭취한 전체 카페인 양과, 자기 전까지 몸이 이를 충분히 분해할 시간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카페인을 집중력 향상이나 운동 수행 능력 개선 목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직장인과 학생, 운동선수들에게 특히 중요한 정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 “낮 에너지를 밤 회복에서 빌려 쓰는 셈”
카페인은 각성도를 높이고 피로감을 줄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밤 회복 능력을 희생해 낮 에너지를 끌어다 쓰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쿠르파스 교수는 “카페인이 낮 동안 활동을 돕는 동시에 밤 회복의 질을 떨어뜨리면 더 큰 피로와 더 많은 카페인 의존, 더 나쁜 수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수면 연구는 단순히 ‘몇 시간 잤는가’보다 ‘자는 동안 뇌가 얼마나 제대로 회복됐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진은 카페인을 단순히 좋은 물질이나 나쁜 물질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쿠르파스 교수는 “카페인은 생물학적으로 활성화된 물질이며, 그 영향은 섭취량과 시간대, 생활습관, 수면 상태, 스트레스 수준, 개인 민감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자는 것이 아니라, 자는 동안 ‘뇌가 얼마나 깊고 회복적인 수면을 했느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3390/nu18081220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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