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영양제 맹신 안돼… 보충제는 보조일 뿐 치료제 아냐”

  • 동아일보

뇌영양제 시장 2년 새 6배 폭증
건기식, 건강 유지-영양 보충 목적
같은 성분이라도 함유량 차이 커
“기억력 떨어지면 병원 먼저 가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늘면서 기억력 개선을 내세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하지만 치매 예방을 위해 준비한 이 같은 제품이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건기식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이며 인지 기능 저하가 의심될 경우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매는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뇌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다. 기억력 저하 등 인지 기능 이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병이 일정 부분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치매는 주관적 인지 저하,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중증 치매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과정을 보인다. 특히 주관적 인지 저하 단계는 본인은 기억력 감퇴를 느끼지만 검사상 이상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로 이 시기부터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물질이 베타아밀로이드다. 정상적으로도 생성되는 물질이지만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되면 신경세포 간 정보 전달을 방해하고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초기에는 작은 단위로 존재하다가 점차 ‘올리고머(분자량이 비교적 작은 중합체)’ 형태로 응집되며 독성이 증가한다. 이후 플라크로 축적되면서 신경세포를 파괴하고 뇌 위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변화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수년간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최근 ‘뇌영양제’ ‘기억력 개선제’ 등을 표방한 건기식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소비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 광고에서는 임상 용어와 전문가 인터뷰 형식을 활용해 의약품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건기식은 질환 치료가 아닌 건강 유지와 영양 보충을 위한 식품이다. 실제로 건기식은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정도의 기능성만 인정될 뿐 치매 치료나 진행 억제 효과는 입증 대상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포스파티딜세린, 오메가3, 은행잎 추출물 등이 ‘뇌 건강’ 성분으로 활용된다. 포스파티딜세린 시장은 2022년 77억 원에서 2024년 495억 원으로 2년 만에 6배 이상 성장했다. 일부 연구에서 단기적인 인지 기능 지표 개선이 관찰되기도 했지만 연구 규모와 기간에 제한이 있어 치매 치료 효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제품별 성분 함량과 배합에 따라 효과 차이도 클 수 있다.

특히 같은 성분이라도 건기식과 의약품은 기준 자체가 다르다. 은행잎 추출물을 예로 들면 건기식은 하루 섭취량이 최대 150㎎ 수준으로 제한되지만 의약품은 통상 240㎎ 용량이 사용된다. 주요 임상 연구와 전문가 권고 역시 이 용량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의약품은 성분 함량과 품질이 표준화된 기준에 따라 관리되지만 건기식은 제품 간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지 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경우 건기식에 의존하기보다 먼저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치매는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할수록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부모의 기억력 저하나 집중력 감소가 보인다면 건기식보다 전문 진료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은 임상 근거와 용량 기준이 확보된 만큼 필요시 의료진 판단 아래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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