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혼 여성은 결혼 경험이 있는 여성보다 암 발생 위험이 최대 8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남성 역시 최대 70% 높고, 일부 암에서는 최대 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밀러 의과대학 산하 실베스터 종합암센터(Sylvester Comprehensive Cancer Center) 연구진이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캔서 리서치 커뮤니케이션스(Cancer Research Communications)’에 8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 결혼했거나 과거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보다 전반적인 암 발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결혼 자체가 암을 예방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프랭크 페네도(Frank Penedo) 박사는 “미혼이라면 암 위험 요인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한 검진을 받으며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암 예방 전략에서도 결혼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결혼한 사람이 암을 더 일찍 발견하고, 치료를 더 잘 따르며, 생존율이 높은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보통 결혼한 사람의 사회적 지지 체계가 더 강하고, 경제적 안정성이 높으며,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 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암 ‘발생 자체’에 결혼 여부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거의 없었다.
이에 연구진은 2015~2022년 미국 내 12개 주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1억 명 이상 인구에서 발생한 400만 건 이상의 암 사례를 분석했다.
대상은 30세 이상 성인이었으며, 결혼 상태는 기혼·이혼·사별을 포함한 ‘결혼 경험 있음’과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미혼’으로 구분했다. 전체 대상자의 약 20%가 미혼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미혼 집단은 결혼 경험이 있는 집단보다 주요 암 발생률이 전반적으로 더 높았다.
특히 일부 암에서는 큰 격차를 보였다.
미혼 남성은 기혼 남성보다 항문암 발생률이 약 5배, 미혼 여성은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암은 모두 HPV(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HPV는 주로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항문암과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HPV 관련 암은 감염 자체뿐 아니라 검진과 예방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
연구진은 미혼 집단에서 감염 위험이 더 높고, 검진에 소극적이며, 예방 조치를 덜 하기 쉽다며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암 발생률 격차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출산 경험도 일부 암 위험을 낮추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의 경우에는 출산 경험이 보호 효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출산은 호르몬 변화 등을 통해 일부 여성 암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성별에 따라서도 암 발생 양상이 달랐다. 미혼 남성은 기혼 남성보다 암 발생 위험이 약 70% 높았고,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기혼 여성보다 약 8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결혼의 건강 보호 효과는 남성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여성이 조금 더 많은 이점을 얻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흥미롭다.
암 종류별 차이도 뚜렷했다.
감염 관련 암, 흡연·음주 관련 암, 여성 생식 관련 암(난소암·자궁내막암) 등에서는 결혼 여부와의 연관성이 특히 두드러졌다.
반면 유방암, 갑상선암, 전립선암처럼 검진 체계가 잘 구축된 암에서는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이 결혼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며 이번 결과를 결혼 자체의 효과로만 단정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결혼 여부와 암의 연관성이 50세 이상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 점을 들어 나이가 들수록 결혼과 관련된 생활습관 등의 보호 효과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향후 결혼·이혼·사별로 더 세분화하고 장기간 추적해 결혼 상태 변화가 암 위험에 미치는 영향도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관련 논문 주소: http://dx.doi.org/10.1158/2767-9764.CRC-25-0814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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