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초신성 폭발 후 블랙홀 안 생기는 ‘질량 공백’ 첫 확인

  • 동아일보

국제 연구팀 ‘쌍불안정 초신성’ 포착
태양 질량의 100배 넘는 무거운 별
폭발 너무 강해 블랙홀조차 안 남아
중력파 파동 분석해 60년 만에 검증

별이 폭발하는 장면. 그 배경에 서로를 공전하는 쌍성 블랙홀의 모습이 희미하게 담겨 있다. 스윈번공과대 제공
별이 폭발하는 장면. 그 배경에 서로를 공전하는 쌍성 블랙홀의 모습이 희미하게 담겨 있다. 스윈번공과대 제공
태양보다 수십 배 무거운 별은 연료를 다 소진하면 중심부가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한다. 바깥층은 초신성 폭발로 흩어지고 중심부는 블랙홀보다 가벼운 천체인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남는다.

태양 질량의 100∼260배에 달하는 극히 무거운 일부 별은 죽음의 방식이 다르다. 폭발이 너무 강해 별 전체가 산산이 파괴되면서 블랙홀조차 남지 않는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폭발을 ‘쌍불안정 초신성’이라 부른다. 1960년대에 처음 이론으로 제시됐지만 수십 년간 관측으로 입증되지 못했다. 국제 공동연구진이 중력파 데이터로 태양보다 44∼116배 무거운 블랙홀이 우주에서 드문 이유를 처음 확인했다.

호주 모내시대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중력파 데이터를 분석해 블랙홀 ‘질량 공백’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일 발표했다.

별이 쌍불안정 초신성으로 폭발하면 블랙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천문학자들은 이 때문에 태양 질량의 약 50∼130배 되는 별이 소멸될 때 블랙홀이 형성되지 않는 빈 구간을 일컫는 이른바 질량 공백이 생긴다고 예측했다. 질량 공백은 오랫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했고 관측으로 확인된 적은 없었다.

2015년 인류의 첫 중력파 검출 이후 중력파 관측이 가능해지면서 검증의 실마리가 열렸다. 중력파는 우주공간에서 질량이 큰 두 천체가 하나로 합쳐질 때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가는 파동이다. 블랙홀과 블랙홀의 병합이나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충돌 등으로 생겨난다. 중력파 파동의 형태를 분석하면 중력파를 유발한 천체의 질량이나 천체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역추적할 수 있다.

2021년 브루스 에덜먼 미국 오리건대 연구원팀은 미국의 중력파 관측소 ‘라이고(LIGO)’와 유럽의 중력파 관측소 ‘비르고(Virgo)’가 두개의 블랙홀이 합쳐질 때 발생한 중력파 46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태양 질량의 55∼120배 되는 별이 블랙홀이 된 사례는 드물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 같은 질량 공백이 정확히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밝히지 못했다. 데이터 수가 적은 데다 두 블랙홀의 질량이 공백 구간 경계 양쪽에 걸쳐 있는 사례가 포함돼 질량 공백의 존재를 통계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웠다.

모내시대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미국·유럽의 중력파 관측소 라이고·비르고와 일본의 중력파 관측소 카그라(KAGRA)가 수집한 ‘중력파 데이터 목록(GWTC-4)’을 분석했다. 앞선 연구보다 세 배 이상 많은 153건의 데이터를 토대로 서로를 공전하는 두 블랙홀 중 더 작은 쪽의 질량 분포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분석 결과 더 작은 쪽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44∼116배 구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쌍불안정 초신성 이론이 예측한 구간과 맞아떨어지는 결과다. 질량 공백이 우연이 아닐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99.9%에 달했다.

더 큰 쪽 블랙홀은 달랐다. 질량 공백 구간 안에서도 일부 존재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별에서 직접 태어난 것이 아니라 더 작은 블랙홀 두 개가 합쳐진 결과로 분석했다. 근거는 회전 속도다. 질량 공백 구간 내의 블랙홀은 유독 빠르게 회전하는 특성이 확인됐다. 이는 두 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질 때 공전 운동이 회전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별에서 직접 태어난 블랙홀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다.

쌍불안정 초신성이 일어나는 질량 공백 구간에서는 별이 폭발로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에 블랙홀이 직접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만 질량 공백 구간 아래에서 태어난 더 작은 블랙홀 두 개가 서로를 공전하다가 하나로 합쳐지면 합쳐진 블랙홀의 질량이 질량 공백 구간 내에 포함될 수 있다.

연구팀은 별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반응 속도도 추정했다. 별이 죽어가는 과정에서 탄소와 산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블랙홀 데이터로 역으로 계산했다. 지금까지 별 내부의 핵반응은 직접 관측이 불가능해 이론으로만 추정했다. 이번 연구에서 중력파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후이 통 모내시대 박사과정생은 “태양 질량의 44∼116배 구간 안에는 별에서 직접 만들어진 블랙홀이 없다”며 “해당 질량 범위의 블랙홀은 더 작은 블랙홀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마야 피시바크 토론토대 교수는 “쌍불안정 초신성이라는 우주 최대 폭발의 간접 증거를 포착했다”며 “블랙홀은 탄생 후 반복적으로 합쳐지며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한계도 인정했다. 질량 공백의 끝점인 태양 질량의 116배는 지금까지 관측된 충돌 사건 중 단 하나의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어 확신하기 어렵다. 쌍불안정 초신성이 아닌 다른 원인이 비슷한 빈 구간을 만들어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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