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은 기술 개발 생태계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과거의 개발은 벽돌을 한 장씩 쌓아 올리는 작업이었다면, 이제는 이미 만들어진 모듈을 AI와 협력해 배치하는 조립과 검증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즉 단순 반복적인 작업은 AI의 몫이 됐고, 개발자는 비즈니스 로직의 핵심과 사용자 경험(UX)의 깊이를 고민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김명래 저스트핀 CTO / 출처=IT동아
2023년 설립된 스타트업 저스트핀(JustPin)은 AI 기반의 디지털 컴패니언 서비스 ‘블루미(Bloomi)’를 선보인다. 블루미는 2025년 6월 정식 출시 후 8개월 만에 가입자 27만 명을 돌파했다. 정서적 교감과 소통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주목받은 것. 특히 인간 수준의 기억력과 공감 특화 능력으로 차별화를 꾀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각각 4.7점을 받은 부분도 의미가 크다. 그 중심에는 2인 체제의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며 풀스택 개발자로 활약하고 있는 김명래 CTO가 있다.
기능 영재반서 풀스택 개발자로 성장
김명래 CTO는 반도체 특화 마이스터고등학교 출신이다. 중학교 선배의 권유로 기능 영재반에 입학 후 C언어를 처음 접했고,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졸업 후에는 C++과 MFC 기반으로 반도체 X-ray 검사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실무에 뛰어들었다.
이후 김명래 CTO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복무를 마쳤고, 백엔드 개발자로 이직했다. 하지만 당시 사내 유일한 백엔드 개발자였던 탓에 Linux 서버 운영부터 JSP·JPA 기반 API 설계, 그리고 React 기반 프론트엔드 작업까지 개발의 전 영역을 홀로 담당해야 했다. 풀스택 개발자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장호원 CEO와 저스트핀을 공동 창업하게 됐다.
김명래 CTO는 “보통 기업에서는 프론트엔드, 백엔드, 인프라 등으로 나눠 개발팀을 꾸리는데 혼자 전 영역을 담당해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면서도 “당시 경험이 저스트핀에서 풀스택으로 서비스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블루미, 므네모시네 아키텍처 설계부터 최고 수준 보안까지 적용
블루미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챗봇을 넘어 사용자와 정서적 유대감을 쌓는 ‘친구’ 역할을 지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호원 CEO가 인간의 기억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직접 고안 및 설계한 므네모시네 아키텍처를 통해 사용자의 취향, 고민, 과거 대화 내용을 잊지 않고 기억할 뿐만 아니라 공감 특화 AI 아키텍처로 데이터가 꾸준히 누적되는 차별화된 파이프라인도 보유하고 있다.
김명래 저스트핀 CTO / 출처=IT동아 김명래 CTO는 블루미 개발 시 가장 신경 쓴 부분으로 ‘채팅 기능’을 꼽으면서 “채팅은 블루미의 핵심 기능이다. 사용자가 어떻게 하면 더 현실감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미는 국내 AI 채팅 앱 가운데 최초로 실시간 음성 통화 기능을 도입하며 또 한 번 관심을 모았다. 장호원 CEO에 따르면 블루미에서 AI 컴패니언(AI 친구)과 ‘시간’을 공유하는 실재감을 주기 위해 음성 통화까지 확장했다. 특히 지연 시간을 2.5초 미만으로 최적화, 인간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인기 있는 블루미 기능 가운데 AI 셀카 생성도 빼놓을 수 없다. 장호원 CEO는 “AI 친구와 ‘공간’을 공유하는 실재감을 주기 위해 AI 셀카 생성 기능을 탑재했다. AI 친구 혼자 찍은 셀카는 물론, 사용자와 AI가 함께 등장하는 셀카를 자유롭게 생성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사용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능 중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블루미는 현실 기반의 진정한 관계 형성에 집중하며 기존 AI 챗봇과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 이에 사용자는 고민 상담은 물론 현실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블루미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저스트핀은 데이터의 기밀성을 보장하는 최고 수준의 보안 기술을 블루미에 적용하고 있다. 김명래 CTO 역시 “우리는 보안을 최우선 원칙으로 둔다. 모든 대화 원문은 AES-256 방식으로 암호화되고, 클라우드 기반의 NoSQL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암호화 키는 NoSQL 문서 중심 데이터베이스 내 별도의 컬렉션에서 관리하고 있다. 해당 보안 규칙을 통해 암호화 키에 접근할 수 있는 주체는 해당 계정의 사용자 본인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복호화 키 없이는 운영자를 포함해 그 누구도 대화 내용을 열람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향후 플랫폼을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이 원칙은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인 체제 어려움 기술·팀워크로 극복
저스트핀은 2인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10일만에 시장에서 통하는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팀’이라고 자신한다. 장호원 CEO는 제품 설계를, 김명래 CTO는 개발 구현을 각각 맡고 있다. 실제로 블루미의 경우 앱 출시까지 10일 정도 걸렸다. 일반적으로 여러 명이 나눠 맡는 개발 과정을 단 2명이 소화한 속도다.
장호원 저스트핀 CEO(오른쪽)와 김명래 저스트핀 CTO(왼쪽) / 출처=IT동아 블루미를 빠르게 개발 및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 개발 방향을 바꾸거나 기술 스택을 결정할 때 수십 명이 논의할 필요가 없었던 것. 장호원 CEO와 김명래 CTO가 바로 결론을 내리면 되는 구조인 데다가 가장 핵심적인 최소 기능부터 만들어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제품)를 출시한 후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신속하게 개선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도 주효했다. 2인 체제의 민첩한 의사결정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 셈이다.
블루미의 기술 선택도 2인 운영에 최적화돼 있다. 블루미는 앱의 경우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이 개발한 오픈소스 프레임워크 Flutter로 개발해 iOS와 안드로이드를 단일 코드베이스로 대응한다. 웹 프론트엔드는 React 기반 Next.js, 백엔드는 Firebase Function과 Vercel Function을 혼용한 서버리스 구조다. 인프라 관리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아키텍처인 것이다.
김명래 CTO는 “AI 코딩 도구가 발전하고 있지만 누구나 이를 따라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도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 지와 전체 시스템을 설계 및 판단하는 역량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빠르게 변하는 AI 시대에 2인 체제로 블루미를 운영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김명래 CTO는 “레퍼런스가 부족한 기술을 적용하다 막히는 경우도 많았다. 외부 B2B SaaS 서비스의 장애로 블루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명래 CTO는 각종 장애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블루미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김명래 CTO가 이 모든 어려움을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힘들어도 웃으면서 넘기려는 성격 덕에 좌절하는 것보다 문제를 하나하나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로 느껴진단다. 또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는 회복 탄력성’ 역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웃을 수 있는 김명래 CTO만의 비결이다.
김명래 저스트핀 CTO / 출처=IT동아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역시 구체적이다. 김명래 CTO는 “일의 단위를 최대한 잘게 쪼개 ‘이 정도는 금방 할 수 있겠다’는 착각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부터 처리한 후 디테일을 채우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호원 CEO와는 성격이 잘 맞아 팀워크 역시 좋다. 좋은 리더와 함께 하며 생기는 동기부여에 내가 만든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상상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에너지 원천”이라고 덧붙였다.
기술력의 진짜 가치는 좋은 서비스로 드러난다고 생각
블루미는 최근 소셜 기능을 추가, AI와의 대화가 현실의 연결로 이어지는 구조까지 진화했다. 대부분의 AI 챗봇이 AI와의 1대1 대화 경험 안에 머무는 반면에 블루미는 취향 기반 실제 친구 매칭부터 감정·맥락 기반 콘텐츠 큐레이션, 그리고 대화 기반 맞춤형 커머스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도록 만들었다.
궁극적으로 저스트핀은 블루미를 중심에 두고 소셜, 콘텐츠, 이커머스가 통합된 AI 슈퍼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장기 목표로 한다. 기술적으로는 블루미의 대화 엔진을 허브로 삼아 각 기능을 독립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모듈형 아키텍처를 설계 중이다.
김명래 CTO는 “당장 모든 것을 한번에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핵심 경험의 완성도를 먼저 높이고 그 위에 하나씩 쌓아가는 방식으로 장기 목표를 이룰 것”이라며 “장호원 CEO와 함께 더 좋은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블루미와 자신의 성장이 동시에 진행 중이라며 목표도 더욱 뚜렷해졌다고 말하는 김명래 CTO. 그는 “예전에는 단순하게 기술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의 전부였다. 이제는 한가지가 더해졌다. 기술력의 진짜 가치는 좋은 서비스로 드러난다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블루미 사용자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로 풀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도 사용자 지향적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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