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먹어야 100세까지 산다? 최신 연구가 말한 ‘진짜 조건’[노화설계]

  • 동아닷컴
  • 입력 2026년 2월 5일 15시 50분


‘저체중 고령자’가 동물성 식품을 멀리할 경우, 장수에 불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저체중 고령자’가 동물성 식품을 멀리할 경우, 장수에 불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은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 비해 100세까지 살 가능성이 작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었다.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월호에 실린 이번 연구는 중국 노인 건강·장수 종단조사(CLHLS) 자료를 바탕으로, 80세 이상 중국 노인 5203명을 20년간 추적했다.

1998~2018년의 연구 기간 종료 시점에서 100세를 넘긴 이는 1459명 이었다.

식단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고기를 포함하는 잡식성 식습관을 가진 노인들에 비해 채식군은 100세 도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관찰됐다(OR 0.81).
완전 채식주의자는 육식군에 비해 100세까지 살 가능성이 더 낮아(OR 0.71) 격차가 가장 컸다. 단 생선,달걀,유제품을 섭취하는 채식 하위유형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수치 해석에서 OR은 확률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100세가 될 가능성’ 과 ‘100세가 못 될 가능성’의 비율을 뜻한다.
채식군의 OR 0.81이란 동전 던지기에서 육식(잡식)군의 상대적 유리함을 1로 볼 때 채식군은 0.81 수준으로 완전히 불리하진 않지만 평균적으로 덜 유리하게 관찰됐다는 의미다.

이는 식물성 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채식 중심 식습관은 심혈관 질환(특히 허혈성 심장 질환), 제2형 당뇨병, 체중 증가 위험이 낮은 것과 연관된다는 보고가 많다. 다만 뇌졸중은 연구에 따라 결과가 일관되지 않는다. 이는 식물성 식단이 장 건강에 중요한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고, 심혈관계 건강에 중요한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기 쉬운 구성이라는 점에서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육식이 채식보다 장수에 유리하다”라고 단순하게 해석할 수 없는 복잡성을 품고 있다. 영국 본머스대학교의 영양·행동과학자 클로이 케이시(Chloe Casey) 박사가 연구 결과를 정밀하게 분석한 글을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했다.

케이시 박사에 따르면, 육식에 따른 장수 효과는 특정 집단에만 해당했다. 저체중(BMI〈18.5) 고령자에서 더욱 뚜렷했고, 정상 체중 이상에서는 같은 효과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 대상자는 모두 80세 이상 고령자였다. 이들의 영양 요구는 젊은 성인과 크게 다르다. 나이가 들면 생리적 변화로 섭취량과 필요한 영양소의 종류가 모두 바뀐다. 에너지 소비는 줄고, 근육량과 골밀도, 식욕은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변화는 영양결핍과 허약 위험을 높인다.

고기를 제외한 식단의 건강상 이점에 대한 근거 대부분은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나온 것이다. 일부 연구는 비(非) 육식 고령층의 경우, 칼슘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 골절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시사한다.

노년기에는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장기적인 질병 예방보다 근육량 유지, 체중 감소 방지, 한 끼 한 끼에서 최대한 많은 영양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저체중 노인의 경우, 육류를 배제한 식단은 제한된 식사량 안에서 충분한 열량·단백질·미량 영양소 섭취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굳이 육식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생선·달걀·유제품 등 다른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면 수명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식품은 비타민 B12, 칼슘, 비타민 D, 고품질 단백질 등 노년기 근육과 뼈 건강에 중요한 영양소를 제공한다.
‘저체중 고령자’가 동물성 식품을 멀리할 경우, 장수에 불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저체중 고령자’가 동물성 식품을 멀리할 경우, 장수에 불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다른 동물성 식품을 섭취한 고령자들과 고기를 먹은 사람들 사이에선 100세까지 살 가능성에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소량의 동물성 식품을 포함하는 것이, 엄격한 식물성 식단에 비해 초고령 시기 영양실조와 제지방량 감소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케이시 박사는 “노년기 저체중이 허약 및 사망 위험 증가와 강하게 연관돼 있다는 증거가 여럿 있다”며 “체중이 이번 결과를 설명하는 핵심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결과는 이른바 ‘비만 역설’과도 맥이 닿아 있다. 노년기에 약간 높은 체중이 오히려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관찰 연구 기반 이론인데, 질병이나 생리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저장된 에너지와 근육량이 보호 작용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 메시지는 어떤 식단이 더 낫다는 우열 가리기가 아니다. 삶의 단계에 따라 필요한 영양분이 달라지며, 그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2년 ‘유럽 영양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에 실린 메타분석은 젊은 성인과 중년층에겐 식물성 식단의 건강상 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84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13개의 연구를 통합 분석한 결과, 채식 중심 식단은 육류 포함 식단에 비해 심혈관 질환 위험이 15%,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이 21% 낮은 것과 관련 있었다. 완전 채식주의자(비건)들도 허혈성 심장질환에서 비슷한 보호 효과를 보였다.

식물성 식단은 여전히 건강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80세에 필요한 영양분과 50세에 필요한 영양분은 다를 수 있다. 특히 고령기에는 영양 균형을 맞추기 위해 충분한 단백질, 비타민 B12, 칼슘, 비타민 D 섭취가 중요하다. 꼭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생선, 달걀, 우유와 치즈 같은 다른 동물성 식품에서도 필요한 영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육식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뜻이 아니라, 초고령기에 저체중이나 식사량 감소 같은 조건이 겹치면 동물성 단백질과 미량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 맞춰 이를 보완하는 식이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건강하게 삶을 연장하는 데 이로울 수 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016/j.ajcnut.2025.10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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