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유방암’도 유전자 변이-전이 발생하면 돌변한다

  • 동아일보

생존율 낮추는 ‘원격 전이’
유방암 5년 생존율 90% 넘지만… 전이성 5년 생존율 50.4% 그쳐
PIK3CA, AKT1, PTEN 등 발생… 유전자 변이 맞춤 치료 기술 등장

최근 발표된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은 한 해 2만9715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여성에게 가장 유병률이 높은 암이다. 유방암은 가정의 중심이고 사회 활동이 활발한 40, 50대 여성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 환자 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을 미치고 있다.

유방암은 5년 생존율이 90%를 넘어 흔히 ‘착한 암’으로 불린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에 가까운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유방암의 여러 모습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진 ‘원격 전이’ 단계에 접어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전이성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은 50.4%로 급격히 떨어진다. 유방암은 병의 진행 단계와 환자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생존율 90%’에서 ‘생존율 절반’까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착한 암’도 유전자 변이-전이 발생하면 위험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70%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HR+)과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HER2-) 유형이다. 이 유형은 그동안 호르몬 치료와 표적 항암제를 함께 쓰면 예후가 좋아 ‘관리 가능한 암’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유형 환자의 절반에서 ‘PIK3CA’ ‘AKT1’ ‘PTEN’이라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동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이들이 나타나는 순간 순하던 암세포는 전혀 다른 성질로 변한다.

정상적인 세포는 성장을 조절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작동하지만 PIK3CA와 AKT1 변이는 암세포의 성장 가속 페달을 급격히 밟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 PTEN 변이는 암의 증식을 막아야 할 브레이크 기능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이 같은 전이와 유전자 변이가 겹치면 유방암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맞춤형 2차 치료’가 생존율 높이는 열쇠

현재 이런 유형의 전이성 유방암은 일차적으로 표적 항암제나 호르몬 요법을 표준 치료로 사용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많은 환자가 내성 때문에 치료에 실패하고, 전이된 환자의 약 50%는 진단 후 5년 이내에 사망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의료계에서는 2차 치료 단계에서 유전자 변이를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찾는 데 주목하고 있다. PIK3CA, AKT1, PTEN 변이에서 나타나는 고장 난 브레이크 시스템을 직접 억제하는 새로운 2차 치료 옵션인 ‘카피바설팁’ 등이 등장하면서 치료 기술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손주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환자 절반에서 확인되는 유전자 변이는 암세포의 생존 조절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와 같다”며 “겉으로는 예후가 좋아 보이는 유형이라도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실제로는 진행 속도가 빠르고 내성 위험이 큰 고위험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차 치료 후 내성이 생겼을 때 유전자 변이에 맞춘 치료로 신속히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율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최신 치료법이 나온 만큼 건강보험 급여화 등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 사회의 남은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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