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때 자주 발생하는 중이염…이관 커지며 초등생땐 빈도 줄어
6∼12세 만성 삼출성 중이염 환자…아데노이드에 폐렴구균 등 많아
나이-형태 고려한 치료 전략 필요
6세 이후 초등학생의 중이염은 아데노이드 세균 환경이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이가 자주 귀가 먹먹하다고 말하거나 TV 소리를 점점 키운다면 부모는 중이염을 의심한다. 중이염은 소아에게 가장 흔한 귀 질환 중 하나로 대부분은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도 중이염이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이런 현상을 ‘이관 구조 미성숙’이 아닌 아데노이드에 서식하는 세균 환경 변화로 설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등학생 중이염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중이염, 왜 생기나
중이는 고막 안쪽에서 달팽이관 이전까지의 공간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이소골이 위치한 부위다. 이 공간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해 염증이 생긴 상태를 중이염이라 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이관의 해부학적 구조와 상기도 감염이다. 이관은 코와 귀를 연결하는 통로로 공기 순환과 분비물 배출을 담당한다. 이관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중이에 액체가 고이기 쉽고 염증으로 이어진다. 감기와 같은 상기도 감염은 이관 점막을 붓게 만들어 중이염 발생 위험을 높인다.
중이염의 증상은 연령에 따라 다르다. 영유아는 귀를 자주 만지거나 보채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소아·청소년은 귀통증, 먹먹함, 청력 저하를 호소한다. 삼출성 중이염의 경우 통증은 크지 않지만 귀 안에 물이 찬 듯한 느낌과 난청이 지속될 수 있다. 열이 동반되거나 귀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진단은 이비인후과 진찰로 시작한다. 고막을 직접 관찰하는 이경 검사로 고막의 색과 움직임을 확인하고 필요시 고막 운동성 검사, 청력검사, 고막 임피던스 검사를 시행한다. 중이염이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되면 중이에 고인 삼출액의 성상, 청력 저하 정도, 합병증 여부를 함께 평가한다.
중이염 치료는 원인과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급성 세균성 중이염은 항생제 치료가 기본이며 통증 조절을 병행한다. 삼출성 중이염은 일정 기간 경과 관찰을 하기도 하지만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청력 저하가 뚜렷하면 고막 절개나 환기관 삽입술을 고려한다. 아데노이드 비대가 동반된 경우에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이 치료 옵션이 된다.
초등학생 중이염이 오래가는 이유… 아데노이드 세균 환경의 변화
중이염은 아이들에게 매우 흔하지만 성장하면서 대부분 좋아진다. 영유아는 이관이 짧고 수평에 가까워 분비물 배출이 어렵고 면역력도 낮아 중이염에 취약하다. 성장하면서 이관이 길어지고 각도가 아래로 기울어지면 중이 분비물이 잘 빠져나가 중이염 발생 빈도는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도 중이염이 잘 낫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기존의 ‘이관 구조 미성숙’ 이론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웠던 부분이다. 이에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홍석민 교수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김봉수 교수 연구팀은 중이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데노이드에 주목했다. 아데노이드는 코의 뒤쪽에 위치한 비인두의 상벽과 후벽에 위치한 삼각형 모양의 림프 조직으로 구개 편도와 함께 인체의 일차적인 면역 기능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2020년 5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개월 이상 지속된 만성 삼출성 중이염으로 수술받은 소아를 대상으로 코 뒤쪽 아데노이드 조직을 채취해 세균 환경을 분석했다. 대조군은 같은 기간 편도 또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은 소아였다. 대상은 2∼5세와 6∼12세로 나눠 연령에 따른 차이를 비교했고 중이에 고인 삼출액의 상태와 중이염 지속 여부의 연관성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정상 소아는 성장하면서 아데노이드에 서식하는 세균 구성도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6∼12세 만성 삼출성 중이염 환자에서는 이런 연령별 변화 패턴이 사라졌다. 특히 중이염이 오래 지속된 아이들에서는 폐렴구균과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 등 중이염 악화와 연관된 세균이 증가했고 전체 세균 균형이 무너져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끈적한 점액성 삼출액이 동반된 중이염에서 더 뚜렷했다.
홍석민 교수는 “소아 중이염은 일반적으로 이관 구조의 영향이 크지만 6세 이후 초등학생에서는 아데노이드 세균 환경이 중이염 지속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나이와 중이염 형태를 함께 고려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아 중이염을 연령에 따라 다른 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한 연구로 평가된다.
중이염 관리에서 중요한 점은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중이염이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되면 청력 저하가 고착화될 수 있고 학습과 언어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이가 잘 못 듣는 것 같거나 귀 불편감을 자주 호소한다면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감기 예방을 위해 손 씻기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간접흡연을 피해야 한다. 비염이나 아데노이드 비대가 있는 경우 이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이염 재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크면 낫는다”는 말에만 기대기보다 초등학생 이후에도 중이염이 지속된다면 원인을 재평가하고 치료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아이의 청력과 삶의 질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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