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세 미만 수술 환자 400명 대상 임상진행
흡입마취제 30% 줄여도 ‘신경발달’ 차이 없어
ⓒ뉴시스
짧은 전신마취가 아이들의 지능이나 행동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이지현·지상환 소아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생후 2세 미만 단회 수술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임상은 약 2시간 이내의 짧은 수술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참여 환자는 무작위로 두 그룹에 배정됐다. 한 그룹은 흡입마취제(세보플루란)만 사용한 ‘단독군’, 다른 그룹은 같은 세보플루란에 보조 약제(덱스메데토미딘, 레미펜타닐)를 함께 투여한 ‘병용군’이었다.
이후 환자들이 만 28~30개월이 됐을 때 비언어적 지능검사(K-Leiter-R)와 보호자 보고식 행동·정서 발달 평가(CBCL)를 시행해 발달 상태를 비교했다. 최종적으로 343명의 환자가 분석에 포함됐다.
그 결과 병용군의 흡입마취제 농도가 평균 1.8%로 단독군(2.6%)보다 약 30% 낮았지만 지능지수나 행동·정서발달, 언어능력 등 모든 평가항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또 전신마취 중 보조 약제를 병용해 흡입마취제 농도를 약 30% 줄였을 때도 인지 능력과 정서·행동 발달에는 차이가 없었다.
즉, 짧은 단회 수술에서 흡입마취제를 줄이면서 보조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마취 방식이 아이들의 단기간의 인지나 정서 발달에 임상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가져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년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수술이나 시술을 위해 전신마취를 받는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마취 가스’라 불리는 흡입마취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어린 나이에 마취를 받으면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한다.
일부 동물실험에서는 흡입마취제가 신경세포 손상이나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2016년 3세 미만 영유아가 장시간(3시간 이상) 혹은 반복적으로 전신마취를 받을 경우 뇌 발달에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금까지의 임상연구에서는 단회 혹은 짧은 전신마취가 장기적인 인지 기능에 뚜렷한 문제를 남기지 않는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다만, 어떤 마취제가 더 안전한지, 여러 약제를 병용 투여하며 흡입마취제의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이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신경 독성이 적다고 알려진 진정제 덱스메데토미딘과 진통제 레미펜타닐을 흡입마취제 세보플루란과 함께 사용하는 ‘균형 마취’가 아이들의 신경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균형마취는 하나의 약제 대신 여러 약물을 함께 사용해 마취 효과를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번 연구는 해외 선행 연구들이 ‘마취 유무’나 ‘전신마취와 척추마취의 차이’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실제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흡입마취제의 농도를 조절하는 ‘균형 마취’의 안전성을 직접 검증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향후 소아 전신마취 시 약제 선택 및 용량 조절에 참고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지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회 전신마취의 단기 신경발달 영향을 객관적으로 확인한 중요한 결과로, 향후 소아마취의 안전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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