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연구진, 혁신적 박막 합성법 개발
실리콘, 반도체 소재로 한계 봉착… 두께 얇아지면 전기적 특성 저하
대체재로 떠오르는 ‘2차원 물질’… 결정 구현 어려워 상용화에 난항
구성 원소 쌓아올린 뒤 ‘틀’ 얹어…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결정 생성
하이포택시 방식에서 시간에 따른(왼쪽에서 오른쪽) 2차원 물질의 박막 형성 과정. 서울대 제공
매우 얇은 2차원(2D) 반도체 소재는 현존 실리콘(Si) 반도체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는다. 국내 연구팀이 공중에서 거꾸로 건물을 짓는 것과 유사한 독창적인 방법을 처음으로 제시하며 2차원 반도체 소재 합성의 큰 장벽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이관형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팀은 2차원 반도체 박막의 새로운 합성법인 ‘하이포택시(Hypotaxy)’를 최초로 제안하고 지금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가장 큰 2차원 반도체 단결정 웨이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19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됐다.
실리콘은 전기적 특성이 매우 우수해 수십 년간 반도체 산업을 지배한 소재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같은 부피 안에 회로를 가능한 한 미세하게 구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근 회로의 선폭이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수준으로 좁아지며 실리콘 소재가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구팀에 따르면 실리콘은 원자 3∼4개 이하 수준으로 얇아지면 전기적 특성이 크게 떨어진다. 원자 1개 두께에서도 전기적 특성을 유지하는 2차원 물질이 실리콘 대체 물질로 유망한 이유다. 특히 몰리브덴(Mo) 등 전이금속과 황(S) 같은 칼코겐원소가 결합한 전이금속칼코겐화물(TMD)은 전기적·광학적 특성이 우수해 주목받는 2차원 반도체 물질이다.
현재 2차원 반도체 소재 상용화의 관건은 대면적 단결정을 구현하는 것이다. 반도체 박막을 만들 때는 기판 위로 결정을 성장시키는 ‘에피택시(epitaxy)’ 방법이 일반적으로 쓰인다. 이때 2차원 물질이 성장할 ‘땅’에 해당하는 기판 소재의 제약이 매우 크고 결정이 특정 각도로 일정하게 형성되도록 제어하는 것도 까다롭다. 단결정을 구현한다 하더라도 소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기판으로 옮겨야 하는데 이때 얇은 2차원 소재 특성상 손상되기 쉬워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도 산업화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연구팀은 에피택시와 반대로 결정이 위에서 아래로 자라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하이포택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에피(epi)는 위로, 하이포(hypo)는 아래로 향한다는 뜻이다.
먼저 기판 위에 2차원 물질의 구성 원소인 전이금속을 원하는 두께로 쌓고 가장 위에 2차원 물질인 그래핀 층을 얹는다. 이후 칼코겐원소 가스를 공급하면 그래핀 층 곳곳에 구멍이 생기며 2차원 물질의 결정핵이 생성된다. 결정핵은 모두 결정의 방향성이 같다. 그래핀이 일종의 틀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핵들이 어디서 생성되든 결정 성장 과정에서 만나면 경계면을 만들지 않고 하나로 합쳐져 고품질 단결정이 형성된다. 그래핀은 결정 형성 과정에서 동시에 제거된다.
연구의 제1저자인 문동훈 연구원은 “에피택시가 땅바닥부터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면 하이포택시는 공중에 아주 얇은 바닥을 만들고 아래로 아파트를 짓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바닥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판의 영향을 받지 않고 다른 기판에 옮길 필요도 없이 그대로 소자로 활용이 가능하다. 하이포택시로 구현한 TMD 대면적 단결정 박막과 이를 활용해 만든 트랜지스터 소자는 전기적 특성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포택시는 섭씨 400도에서도 TMD를 합성할 수 있어 고온 공정 제약이 큰 실제 반도체 공정에 적용하기가 용이하다. 두께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적층형 반도체 기술 구현에도 이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이포택시는 2차원 반도체 외의 물질에도 널리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 연구원은 “다른 TMD 단결정도 하이포택시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며 “대면적 합성이 거의 불가능한 신물질에 대한 적용 가능성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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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1 09:15:26
'분자 기계'를 만들 때, '이온 가스'가 어디서 결합되는 상관없으니 대신 '가스'를 뿜어줄 '챔버'들의 자기장이 아주 정확한 수치로 질량 전하값을 만들어 주면 그런 공정 설계도 가능하죠, 인공 '다이어몬드' 만들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