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 진료 필수… 궤양성 대장염 증상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6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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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질환은 혈변, 급박변, 점액변과 같은 증상이 최소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난치 질환이지만,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환자들은 1년 넘게 질환을 방치하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기도 한다. 특히 변의를 참지 못하고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 급박변이나, 배변 후 잔변감, 혈변 등이 3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지속된다면 염증성 장질환 중에서도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건국대병원 송주혜 소화기내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궤양성 대장염의 특징과 치료 지견에 대해 들어본다.

건국대병원 송주혜 소화기내과 교수. 건국대병원 제공
건국대병원 송주혜 소화기내과 교수. 건국대병원 제공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이 병원을 뒤늦게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
“흔한 질환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잘 모르는 환자들이 많다. 혈변, 복통, 점액 변 등의 증상이 생긴 지 한 달 이내라면 급성 장염일 수 있지만, 3~6개월 이상 증상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만성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무엇인가?
“대장과 직장에 염증이 생기는 염증성 장 질환의 일환이다. 같은 환자라도 위치별로 염증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임상적 중증도는 경증, 중등증, 중증 세가지로 나뉜다. 환자 수로는 경증 환자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중등증, 중증 순이다.
염증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서는 직장염, 좌측 대장염, 광범위 대장염으로 구분한다. 직장염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해 가장 많고, 좌측 대장염까지 포함하면 70~80% 수준이다. 염증이 대장 전체를 침범하는 경우는 약 15~20%이다. 염증 위치가 중증도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광범위 대장염에서는 재발이나 악화할 확률이 높아질 수는 있다.

-염증 위치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지는가?
“큰 차이는 없다. 궤양성 대장염에는 항염증제인 5-ASA 제제가 기본 치료제이다. 직장염은 좌약, 관장 등 국소 5-ASA 제제와 경구 5-ASA 제제를 병용으로 치료하는 것이 국소 제제 단독 치료보다 효과적이다. 좌측 및 광범위 대장염은 초 치료로 하루 2.4g 이상의 경구 5-ASA 제제 투여가 권장되며, 경구제 단독보다는 국소 5-ASA 제제와의 병용 치료가 더 효과적이다. 5-ASA 제제는 제형별로 약물 방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병변의 위치를 고려해 제형을 선택하기도 한다.”

-경구용 5-ASA 제제는 어떤 작용 기전인가?
“대표적으로 △회장 말단부에서 분해가 시작돼 대장 전체에 걸쳐 지속해서 5-ASA를 방출하는 MMX(Multi Matrix System) △복약과 동시에 약물 방출이 시작되고 이후 방출이 지속되는 시간 조절형 △장관 내 산도에 따라 방출되는 pH 의존형이 있다.”

-좌약 사용을 어려워하는 환자들은 경구제로도 치료가 가능한가?
“좌약 투여가 어려운 환자는 대안으로 경구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경구제만 단독으로 복용할 경우 고용량으로 치료한다. 하지만 많은 환자에서 경구제와 국소 제제의 병용 치료가 단독 치료보다 효과가 좋기 때문에 경구제를 매일 복용하면서 좌약 치료도 병행하는 것이 권고된다.”

-고용량 5-ASA 제제가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 더 유리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등도 궤양성 대장염에서는 고용량 약제를 권고하는데, 저용량과 비교했을 때 고용량이 관해 유도와 유지에 더 효과적이면서도 부작용에서 큰 차이가 없다. 고용량으로도 안전하게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하였을 때는 다음 치료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먼저 경구 5-ASA 제제를 고용량으로 올려 치료해 볼 수 있다. 고용량으로 인한 내성을 걱정하는 환자도 있는데, 고용량 제제는 효과를 높이면서 부작용은 거의 없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5-ASA 제제는 임산부도 복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약이다.”

-환자들이 오인하고 있는 질환이나 치료 정보가 있다면?
“궤양성 대장염이 언제 완치될 수 있는지 많이 묻는다. 만성질환은 완치 개념이 없고 재발 없이 관해를 유지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한다. 그런데도 지속해서 치료를 유지하면 대개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지낼 수 있다. 꾸준히 치료해야 관련 합병증 확률도 줄일 수 있다. 인터넷에 있는 무분별한 정보나 민간요법을 믿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하며 치료를 이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궤양성 대장염 관리를 위한 식단이나 생활요법도 있을지.
“일괄적으로 정해진 식이요법은 없다. 만성 염증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즉석, 가공식품 등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아예 먹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횟수를 줄이거나 증상이 심할 때 조금 더 조심하면서 장기적인 식이요법을 구축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불편감을 초래하는 식품을 알고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5-ASA 제제 등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변비나 치질이 있는 환자들은 혈변과 같은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도 한다. 환자는 비의료인이기 때문에 의학적 판단이 어려운 것이 당연하므로, 혈변, 점액 변 등의 증상이 반복된다면 소화기내과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을 권고한다.
이미 진단받고 치료 중인 환자들도 증상이 있을 땐 병원을 찾다가 증상이 좋아지면 조금씩 방문 횟수가 뜸해지거나, 임의로 외래를 중단했다가 한참 뒤에 급성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있다. 주관적인 증상이 좋아져도 장의 염증은 내시경 검사 등을 하지 않으면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꾸준한 투약과 함께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외래 방문 및 전문의와의 상담이 중요하겠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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