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은 50대 전유물?… 45세 이전 월경 중단 꾸준히 증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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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의 오해와 진실
10년만에 2030 환자 두배로
얼굴 홍조-급격한 기분 변화 등
증상 심할 땐 호르몬 치료를

대한비만미용학회(KOAT) 학술위원인 정선화 두번째봄산부인과의원 원장이 여성 환자에게 폐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두번째봄산부인과의원 제공
대한비만미용학회(KOAT) 학술위원인 정선화 두번째봄산부인과의원 원장이 여성 환자에게 폐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두번째봄산부인과의원 제공
폐경은 흔히 50대 전후 여성에게 일어난다. 하지만 최근에는 40대 초중반 여성들도 월경이 멈추고 폐경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한비만미용학회(KOAT) 학술위원인 정선화 두번째봄산부인과의원 원장은 “여성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스트레스가 높아진 데다 흡연 등의 영향으로 40대 이전 ‘조기 폐경’이나 45세 이전 ‘이른 폐경’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0년 20대 폐경은 466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1014명으로 2.2배가 됐다. 30대 폐경도 같은 기간 1246명에서 2265명으로 80% 가량 증가했다.

폐경은 생식을 관장하는 난소에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며 월경이 중단되고 생식 기능을 잃는 것이다. 여성 호르몬이 줄며 얼굴이 붉어지거나 야간 발한, 급격한 기분 변화, 기억력 감퇴, 피부 노화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 원장이 폐경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설명했다.

Q 폐경 증상은 생활요법으로 좋아질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식이 요법이나 운동으로 폐경 증상을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간혹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 증세가 호전될 때도 있지만 폐경기 증상이 심해 삶의 질이 저하될 때는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70대까지도 폐경 증상이 이어지기도 한다. 정 원장은 “치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석류즙이나 보조제 등을 찾는 여성이 많은데 이는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라며 “결과적으로 여성 호르몬 유사체를 과다 복용하게 되면서 위험할 수도 있다.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Q 폐경은 늦을수록 좋나

그렇지 않다. 폐경 증상 때문에 폐경은 늦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월경 기간이 짧은 여성이 긴 여성에 비해 폐경 뒤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기 폐경이나 이른 폐경이 발생할 경우 골다공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절한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폐경이 늦어진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자궁근종이나 선근증 등 자궁에 양성종양이 있을 경우 폐경이 늦을수록 과다 출혈이 발생하며 빈혈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폐경이 늦은 여성은 그렇지 않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2.2배이며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각각 3.6배, 3.2배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 원장은 “결국 적절한 시기에 폐경을 맞이하는 게 자연스럽고 좋다”고 했다.

Q 폐경 전후 성교통은 어쩔 수 없나

그렇지 않다. ‘질 건조증’으로 흔히 알려져 있는 ‘위축성 질염’은 폐경 여성에게 흔한 만성 질환이다. 에스트로겐 농도가 급격하게 감소하며 발생하는데 점막의 위축과 질 수분의 감소, 타는 듯한 느낌의 작열감, 가려움증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성교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질 건조 증상은 폐경 후 여성 절반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위축성 질염은 개선될 수 있는 질환이다. 에스트로겐이 감소해 발생한 것이므로 이를 보충해주면 호전될 때가 많다. 적절한 호르몬 치료를 권장한다.

Q 흡연자는 호르몬 치료를 할 수 없나

그렇지 않다. 만 35세 이상 흡연자는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면 안된다. 이 때문에 폐경 호르몬 치료도 흡연자는 받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13년 환자 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흡연 자체가 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 금기 사항은 아니었다. 단 흡연이 경구 호르몬 요법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호르몬 요법을 사용할 때는 바르는 연고나 패치를 권장한다. 물론 금연하는 게 건강 측면에서 좋긴 하다.

Q 폐경 이후에는 살을 뺄 수 없나

그렇지 않다. 에스트로겐은 지방 연소를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폐경 후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에 폐경 후 다이어트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폐경 여성과 폐경 전 여성의 지방 연소 능력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체중을 줄이려면 결국 에너지 섭취량을 줄이고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다만 폐경 이후 근감소증은 두드러질 수 있기 때문에 근력 운동을 해서 약해진 골밀도를 보완하고 지방을 태울 수 있는 근육을 많이 만드는 건 필요하다.

슬기로운 폐경 생활을 위한 가이드
① 규칙적으로 중등도 강도의 근력 및 유산소운동을 한다.
② 인스턴트나 단당류를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③ 음주와 흡연은 피한다.
④ 정기적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질병 유무를 확인한다.
⑤ 폐경으로 삶의 질이 떨어질 때는 호르몬 치료를 받는다.
⑥ 폐경은 모든 여성이 맞이하는 현상이라는 긍정적 마음을 갖는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폐경#호르몬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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