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이통사’ 빗장 푼다… 외국기업도 허용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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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통신 경쟁 촉진 TF’서
‘해외지분 49% 제한’ 개정 논의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외국 기업이나 해외 투자자가 절반 이상 지분을 갖는 ‘제4 이동통신사’도 국내 통신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시장 과점 구도 해소와 경쟁 촉진 방안을 지시하자 해외 자본의 투자 규제를 풀어서라도 통신시장 내 활발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 토론회’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 등 신규 사업자 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차관은 “주파수 이용, 초기 망 구축 투자 비용 등 신규 사업자 진입장벽 요소도 제거, 완화해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본부장은 “국내 통신시장에서 외국인 사업자의 역할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정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이동통신 3사와 인터넷TV(IPTV)의 외국인 지분은 49%로 제한돼 왔는데 이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선 새로운 사업자 유입이 필수적인데, 국내 기업 중 마땅한 후보자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새 이통사 진입땐 요금 12% 낮아져” 외국인 지분 제한완화 검토


제4 이통사 해외기업 허용 추진

佛-日선 제4업체 진입후 과점 개선
伊엔 佛기업이 시장서 자리 잡아
조단위 투자 국내 후보군 제한적
“통신요금 공개 등 경쟁 촉진” 대안도


정부가 통신시장의 외국인 지분 49% 제한 규정까지 새로 검토하기로 한 건 다양한 사업자가 시장에 유입되면 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 등 소비자 편익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2002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 이후 21년간 이어져 온 통신 3사의 과점 구도를 깨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앞으로 교수, 기관 소속 연구자, 컨설팅 전문가 등 20여 명이 참여한 통신시장 경쟁 촉진 정책 방안 태스크포스(TF)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 신규 사업자 진입에 요금 최대 12% 낮아져
2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2008∼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통신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진출한 사례는 총 19건이다.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며 위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요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게 KISDI의 판단이다.


KISDI는 경제 규모에서 한국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 통신 3사의 과점 체제에서 제4업체의 진입으로 시장이 변화한 프랑스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일리아드(iliad)의 자회사인 ‘프리 모바일’이 2012년 통신 서비스를 시작하자 1위 업체였던 오랑주의 가입자 기준 시장 점유율이 7.4%포인트 떨어졌다. 프리 모바일의 가입자 수 기준 점유율은 2021년 13.7%로 제4이동통신사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이 2020년 통신 서비스 ‘라쿠텐 모바일’을 출시한 뒤 현지 1위 사업자 NTT도코모 점유율이 1.5%포인트 감소했다.

KISDI는 영국의 오프콤(Ofcom·커뮤니케이션청) 자료를 인용해 2010∼2015년 사이 통신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진입한 국가의 요금이 다른 지역보다 최대 12.4% 낮다고 설명했다.

● 국내외 신규 사업자 후보 찾기 주력
신규 진출한 사업자는 주파수 할당부터 설비 구축까지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 후보군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정부가 해외 투자 유치 방안까지 고려한 이유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제4 이동통신사 후보군으로 꼽고 있는 대형 플랫폼 업체와 게임사, 유통 대기업, 금융지주 중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없다.

유럽에선 해외 기업이 다른 국가의 새로운 통신 사업자로 나선 사례가 있다. 이탈리아에선 2018년 프랑스 기업 일리아드가 현지 법인 ‘일리아드 이탈리아’를 통해 제4 이동통신 사업을 개시했다. 기존 업체 통신망을 인수하며 규모를 키운 일리아드 이탈리아는 지난해 3월 기준 882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외국인 지분 보유 제한 규제 등) 성역을 남겨두지 않고 전향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규 사업자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새로운 사업자를 구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다가 실력이 부족한 업체가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KISDI는 통신 3사의 요금 수준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공개하고 이용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개선하는 내용의 경쟁 촉진 방안도 제시했다. 기존 통신 3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알뜰폰(MVNO) 시장의 제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제4 이통사#통신 경쟁 촉진 tf#프리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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