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카지노’ 속 30대 최민식…“이 기술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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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4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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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차무식(왼쪽·이규형 분)과 AI 디에이징 기술로 만들어진 30대 차무식(최민식 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젊은 시절의 차무식(왼쪽·이규형 분)과 AI 디에이징 기술로 만들어진 30대 차무식(최민식 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드라마 ‘카지노’ 속 캐릭터의 놀라운 싱크로율이 대중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인공지능(AI) 기반 페이스·보이스 디에이징 기술이다.

배우 최민식(61) 주연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필리핀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목숨을 걸고 최후 카지노 베팅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의 차무식은 배우 이규형(41)이 연기했다.

특히 제작진은 AI와 데이터 추출 기술이 접목된 최신 디에이징(de-aging)기술을 사용해 이규형과 최민식의 얼굴과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30대 차무식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구현해냈다. 디에이징 기술은 동일한 배우를 현시점 나이보다 어려 보이게 하는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이다.

페이스 디에이징 작업은 씨제스걸리버스튜디오 특수시각효과(VFX)팀이 맡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지난해 미국 에미상의 특수시각효과상을 수상했던 팀이다. 보이스 디에이징은 지난해 9월 하이브가 인수하며 화제가 된 IT 기업 수퍼톤이 담당했다. 새로운 형태의 오디오 기술인 ‘AI 음성합성 기술’과 자체 연구 개발 연구소, 스튜디오까지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영화 ‘아이리시맨’에서 (왼쪽부터)청년, 중년, 노년을 모두 연기한 로버트 드니로(81). 촬영 당시 드니로의 연기와 젊은 시절의 얼굴을 합친 디에이징 기술로 만들어졌다.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에서 (왼쪽부터)청년, 중년, 노년을 모두 연기한 로버트 드니로(81). 촬영 당시 드니로의 연기와 젊은 시절의 얼굴을 합친 디에이징 기술로 만들어졌다. 넷플릭스


특히 AI 보이스 디에이징 기술이 영상에 적용된 건 ‘카지노’가 세계 최초다. 페이스 디에이징 기술은 해외 영화에서 주로 상용됐다. 2019년 개봉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아이리시맨’이 대표적인 예다. 페이스 디에이징 기술의 큰 장점은 젋은 배우를 섭외하지 않고도 과거 일대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목소리와 얼굴의 부조화로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카지노’의 보이스 디에이징 기술을 맡은 수퍼톤은 30대 전후의 최민식 목소리를 다양한 모델로 구현하는 도전을 했다. AI를 통해 ‘서울의 달’과 ‘파이란, ‘올드보이’ 등 최민식의 이전 대표작 속 목소리를 분석했다. 이후 제작진은 연기 톤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아 현장 녹음본을 30대 최민식 목소리로 변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드라마 ‘카지노’ 속 차무식(최민식 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드라마 ‘카지노’ 속 차무식(최민식 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AI 페이스 디에이징 기술도 ‘카지노’ 제작 과정에 큰 역할을 했다. 페이스 디에이징 기술은 제작 기간을 단축하며 높은 작품의 질을 보장하는 신기술이다. 기존 배우가 머리에 장비를 쓰고 얼굴 근육마다 점을 찍어 3D 얼굴을 교체 합성하던 기존 방식보다 훨씬 빠른 작업이 가능하다. ‘카지노’ 제작 과정에서는 AI 알고리즘이 딥러닝 방식으로 30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최민식 작품을 모두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배우 움직임을 파악·추적해 젊은 시절 얼굴을 합성해 작품을 완성했다.

연구단계에 있던 AI 디에이징 기술이 ‘카지노’ 제작에서 실용화되면서 한국의 많은 영상 콘텐츠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극 중 나이에 제약 받지 않는 배우들의 폭 넓은 연기도 볼 수 있다.

이주원 씨제스걸리버스튜디오 VFX 감독은 “과거에는 사람의 얼굴을 그래픽으로 바꾸는 작업이 비용적·기술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에 손에 꼽을 정도의 적은 빈도로 이뤄졌다”며 “'카지노'를 통해 그런 작업이 AI 기술에 기반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앞으로 수요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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