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으로 암 진단하는 ‘갈레리 검사’… 암치료 게임체인저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6일 03시 00분


생존율 낮은 췌장암 등 조기 발견
표준 검진방법 없는 암도 찾아내
美-英 대규모 장기 임상연구 시행

의료진이 혈액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최근 혈액검사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의료진이 혈액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최근 혈액검사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여러 종류의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대규모 임상 연구가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도 착수된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그레일(Grail)’은 미국의 50세 이상 성인 66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혈액 검사의 첫 결과를 11일(이하 현지 시간) 공개했다. ‘갈레리 검사’로 불리는 이 검사는 혈액에 포함된 암 관련 DNA를 분석한다.

6621명의 검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갈레리 검사에서 암에 대한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은 92명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가 검사에서 19명은 유방·간·폐·결장 등 조직에서 고형암이 확인됐다. 특히 통상 말기에 발견돼 생존율이 낮은 난소암과 췌장암도 발견됐다. 혈액암이 발견된 사례도 36명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14명은 초기 단계로 확인됐고 정기 건강검진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례는 36명 중 26명으로 약 72%에 달했다. 갈레리 검사의 유효성이 입증된 셈이다.

이 같은 결과가 공개되자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이 검사를 잠재적인 ‘게임 체인저’라고 치켜세우며 2023년 16만5000명을 대상으로 갈레리 검사를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을 11일 발표했다.

뎁 슈래그 미국 뉴욕 메모리얼슬론케터링암센터 선임 연구원은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에서 “새로운 혈액 검사법의 흥미로운 점은 표준 검진 방법이 없는 암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혈액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고 정밀 검사를 완료하는 데 일반적으로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나세르 투라비 영국 암연구소 책임 연구원도 “여러 종류의 암에 대한 혈액 검사는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얘기였지만 이제 환자들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혈액 샘플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검증하는 사상 최대 규모 연구를 최근 시작했다. 암 환자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 문샷’의 일환이다. 최소 2만4000명을 대상으로 4년간 진행하는 ‘시범(파일럿) 연구’에만 7500만 달러(약 1043억 원)를 투입한다.

파일럿 연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경우 45∼70세 성인 최대 3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장기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장기 임상시험은 7, 8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파일럿 연구 기간까지 포함하면 10년을 훌쩍 넘는 역대급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파일럿 연구에서도 그레일의 검사 기술을 비롯해 대장암 관련 분자진단 기업 ‘이그잭트사이언스’의 혈액 샘플을 이용한 암 진단 기술 등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립 캐슬 미국립암연구소(NCI) 암예방국장은 “2, 3개 기업이 제공하는 진단 기술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파일럿 연구 이후 진행할 후속 연구는 그동안 미국에서 이뤄진 암 진단 관련 임상시험 중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혈액 검사#암 진단#갈레리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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