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어려운 초고도비만… 위 줄이는 ‘비만대사수술’이 도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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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소매 잘라 크기-신축성 줄이거나 먹는 양 줄이고 흡수 제한하는 방법
360도 돌아가는 수술 도구 사용해 조직 손상 적고 안정적인 수술 가능
비만 치료 중 유일하게 보험 적용
수술 후 몸무게 유지하고 싶다면 건강한 식습관 갖도록 노력해야

박영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가 비만대사수술에 사용되는 복강경 수술 도구인 ‘아티센셜’을 들고 비만 수술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박영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가 비만대사수술에 사용되는 복강경 수술 도구인 ‘아티센셜’을 들고 비만 수술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근 비만 환자들이 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시대 국민 체중관리 현황 및 비만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절반에 가까운 46.0%가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할 때 체중이 증가했다. 그런데 비만 환자 가운데 체질량지수(BMI) 수치가 30 이상인 초고도비만 환자들은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으로 체중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비만대사수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영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를 만나 비만대사수술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비만대사수술 뒤에는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살찌지 않을까.

“대부분 살이 찌지 않고 감량에 성공한다. 하지만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를 작게 만드는 비만대사수술은 음식을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해 살DL 빠지게 한다. 만약 평균적으로 하루에 먹는 양의 3분의 1인 1000Cal만 섭취하면서 6개월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굳이 수술을 하지 않아도 30∼40kg의 체중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비만대사수술을 받으면 평균적으로 하루에 1000Cal 안팎을 섭취하게 된다.”

―비만대사수술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

“비만대사수술 방법은 크게 위절제술과 위우회술 2가지다. 국내에서는 위절제술을 많이 한다. 위절제술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위소매절제술이다. 위를 세로로 절제하는 수술이고, 절제한 위를 제거한다. 위의 용적을 작게 하면서 동시에 신축성을 줄인다. 위는 쉽게 늘어나는 기관이다. 우리가 구토하지 않고 과식할 수 있는 이유는 많이 먹는 만큼 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은 이런 위의 신축성이 다른 사람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특히 위는 ‘대만곡’이란 부위와 ‘위저부’란 부위가 잘 늘어난다. 위소매절제술을 하면 대만곡과 위저부를 모두 제거한다. 이 때문에 위의 용적이 줄 뿐만 아니라, 잘 늘어나지 않는 부위만 남아 위의 신축성도 줄어들게 된다.”

―자른 위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나.


“신축성이 되돌아오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위의 용적이 조금씩 늘어난다. 위소매절제술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위가 늘어나 다시 살이 찐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위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이 때문에 다시 과식을 할 수 있게 되어 살이 찌는 것이 아니다. 수술 후 위는 아무리 늘어나도 1인분 이상을 먹을 정도로 늘어나진 않는다. 만약 위소매절제술 후 시간이 지나 1인분 이상을 먹을 정도로 위가 늘어났다면 그것은 첫 수술을 할 때 대만곡 부위나 위저부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 수술 후 2, 3년이 경과하면 1인분의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다. 소식하는 성인 여성이 한 번에 먹는 양과 비슷하다. 그런데 달콤한 간식을 많이 먹으면 다시 체중이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체중이 다시 늘어나지 않도록 수술 이후에도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비만대사수술을 할 때 건강보험 적용이 되나.

“비만대사수술은 2019년부터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국내에선 1년에 약 2500건 안팎의 비만대사수술이 이뤄진다. 하지만 아직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비의료인들은 비만대사수술이라고 하면 지방흡입수술과 같은 미용 수술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의료인이라도 비만대사수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비만대사수술은 위를 절제하거나 위 또는 소장을 우회하여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흡수를 제한하는 수술이다. 의학적으로 장기적인 체중 감량 효과가 충분히 입증됐다. 더구나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고도비만 환자보다 더 오래 살고 심혈관계 합병증이 줄어든다는 의학적 증거가 유명 해외저널에 여러 차례 발표됐다. 이 때문에 비만대사수술이 비만 치료 가운데 유일하게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이다.

―복강경 의료기기인 ‘아티센셜’을 수술에 사용한다고 들었다.

“최근 비만대사수술 도구로 일자형 기구가 아닌 360도, 3차원 움직임이 가능한 아티센셜을 많이 사용한다. 일자형 기구를 사용할 때는 병변 접근 각도가 나오지 않으면 수술 보조자가 주변 조직을 과도하게 누르거나, 환부에 추가적으로 구멍을 뚫어야 한다. 하지만 아티센셜 수술이나 로봇 수술의 경우엔 의사가 최소의 구멍만 뚫어도 원하는 모든 각도로 병변 접근이 가능하다. 또 병변의 중심 조직에만 집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아티센셜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은 의사가 환자 바로 옆에서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안정적인 수술이 가능하고 비용도 로봇 수술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로봇 수술로는 장기를 만질 때의 촉감을 느낄 수 없지만, 아티센셜 수술로는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수술을 할 수 있다.”

―비만대사수술이 당뇨병 완치에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신기한 일이지만 비만대사수술을 한 뒤 ‘불치의 병’으로 알려진 당뇨병이 치료되는 현상이 발견된다. 비만대사수술은 원래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수술이다. 그런데 고도비만환자 중에는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내장지방이나 지방간이 혈당을 조절하는 체내 시스템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신 마취 후 수술을 시행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늘어나 수술 후에 혈당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비만대사수술을 시행한 고도비만환자는 수술 후 오히려 혈당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이때부터 비만대사수술이 지닌 혈당 조절 효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아직 그 기전이 모두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는 장 호르몬인 인크레틴 분비,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 담즙산의 변화 등이 기전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을 수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만 이런 당뇨병 환자들에게 어떤 종류의 수술이 더 이득이 될지에 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제가 하고 있는 연구는 당뇨병 환자에게 어떤 수술법이 더 뛰어나고 안전한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기대해 달라.”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비만#비만대사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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