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암’ 대장암, 치질로 오인해 진단 늦을 수도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2일 0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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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은 발병 위험성과 완치 가능성이 모두 높은 ‘두 얼굴’의 암이다. 최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국내에서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한 암이다. 5년·10년 상대 생존율(같은 연령대 일반인과 비교한 5년·10년간의 생존율)도 각각 74.3%, 73.9%로 높았다.

대장암은 진단법과 치료법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높아졌지만 완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스스로의 관심과 노력이다. 22일 대장암 조기 진단과 빠른 회복을 위해 의심 증상부터 수술 후 관리법까지 박지원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대장암의 증상과 진단법이 궁금합니다.

“혈변을 보거나, 대변 굵기가 가늘어지거나, 대변 주기가 변하면 대장암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드물지만 갑작스러운 빈혈과 복통도 증상 중 하나입니다. 젊은 나이에는 이런 증상이 있어도 대장암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50대 이상이라면 꼭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대장암을 가장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대장내시경’입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검사기관이 적어 국가건강검진에서 ‘분별잠혈검사(대변을 채취해 눈에 보이지 않는 소량의 혈액을 검출하는 검사)’로 대장암을 진단합니다. 최근 국가에서 대장내시경 시범사업을 준비 중인데, 사업 결과에 따라 국가암검진에 대장내시경을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장암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치질·변비가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나요?

“흔히 고기를 많이 먹으면 대장암에 잘 걸린다고 합니다. 실제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붉은 고기(돼지·소)나 가공육(소시지)를 피해야 합니다. 음주도 대장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유전적 요인도 암 발병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전체 대장암 환자 중 5%가 부모로부터 돌연변이나 결함 유전자를 물려받아 생기는 유전성 암 환자입니다. 이들은 나이가 들면 대부분 암에 걸리기 때문에 평균 연령보다 이른 나이부터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치질·변비는 대장암과 엄밀하게 다른 질환이므로 대장암을 유발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의심 증상과 함께 변비까지 있다면 대장내시경을 권합니다. 또 대장암으로 인한 혈변을 치질로 오인해 암 진단이 늦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대장암 수술 후 ‘장루(인공항문)’를 무조건 달아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장은 위치에 따라 결장(위쪽)과 직장(아래쪽)으로 구분됩니다. 항문과 가까운 직장에 암이 발생한 경우, 수술 시 암세포 주변부를 도려내면서 항문까지 모두 제거될 수 있습니다. 항문이 모두 사라진 환자들은 인공적으로 만든 배변통로인 ‘장루(인공항문)’을 복벽에 달고, 장루를 통해 나온 변이 모이는 ‘장루 주머니’를 차게 됩니다. 환자들에게는 장루 관리 교육이 별도로 실시됩니다. 이때 교육받은 내용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장루는 감각이 없어서 충격으로 인한 손상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목욕 때마다 꼼꼼히 비닐로 감싸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물에 닿거나 부드럽게 비누칠을 하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드물게 장루 주머니가 터지거나, 주머니가 몸에서 자꾸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에게 잘 맞는 주머니를 선택하고 의료진과 함께 부착 방법을 상의해야 합니다.”

-수술 후 주의해야 할 합병증이 있다면요?

“복강경 수술을 진행할 경우, 절개한 부분이 다시 벌어지면서 몽우리가 생긴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이 상태로 배에 힘을 주면 소장이 밀려나오는 ‘절개부위 탈장’이 생겨 통증을 유발합니다. 이는 절개부위에 근육이 덜 붙어서 발생하기 때문에 근육 보강 수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만일 식사 중 구토, 소화불량, 복부팽만 증상이 계속되면 ‘장폐색’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음식 섭취를 중단하고 병원에 내원해 배액을 진행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술 부위가 열을 동반하며 빨갛게 변하거나 꿀렁거리는 느낌이 든다면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나요?


“암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수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암의 위치나 병기에 따라 수술이 불가한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 부위에 암이 생겼거나, 암이 4기까지 진행돼 간, 폐등의 장기로 암세포가 원격 전이를 일으킨 경우 특히 수술이 어렵습니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해도 완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실시하게 됩니다. 이 치료법들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대장암 항암제 부작용은 손발저림입니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지만, 심할 경우 부작용 치료를 위해 별도로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방사선 치료는 항문 부위가 허는 등 피부 부작용이 유발되면 연고 등을 발라 치료합니다.”

-마지막으로 치료 중인 환자에게 전할 말이 있으시다면요.

“대장암을 완치하려면 꾸준한 치료와 환자 본인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간혹 수술 후 재발이 두려워 고기를 피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효과를 높이려면 골고루 섭취해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술과 담배는 꼭 피해야 합니다. 또 수술 후 몸이 아프다고 잘 움직이지 않으면 회복이 더뎌지고 상태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자주 움직이고 충분히 호흡하면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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