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가상자산”…정부 ‘외면’에 명칭도 ‘중구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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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29일 0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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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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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배포한 가상자산(Virtual Asset) 관련 가이드라인 © 뉴스1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배포한 가상자산(Virtual Asset) 관련 가이드라인 © 뉴스1
구글 트렌드에서 비교한 전 세계 Crypto currency와 Virtual asset 검색량 비교© 뉴스1
구글 트렌드에서 비교한 전 세계 Crypto currency와 Virtual asset 검색량 비교©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4.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4.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암호화폐·가상화폐·가상자산까지.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7년 이후 4년이 지났는데도 국내에서 암호화폐를 부르는 명칭은 아직도 중구난방이다.

명칭이 혼용되다 보니 오해도 많다. 세간에서는 ‘암호화폐가 저렇게 변동성이 큰데도 어떻게 화폐라고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한편, ‘사실상 자산인데 왜 아직도 화폐라는 이름으로 말하느냐’는 주장이 엇갈리기도 한다.

정부가 방치하는 사이 불필요한 명칭 논란까지 일고 있는 암호화폐. 어떤 명칭이 맞는 걸까.

◇특금법상 ‘가상자산’ 명명…업계는 글로벌 통용되는 ‘암호화폐’ 선호

일단 법에서 정한 암호화폐에 대한 명칭은 있다. 지난해 3월24일 제정돼 지난 3월25일부터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제2조에서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명명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암호화폐연구센터장)는 “특금법을 제정하며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쓴 이유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이를 가상자산을 말하는 ‘버추얼 애셋’(Virtual Asset)이라는 용어로 정의했기 때문”이라며 “FATF 가입국 정부들은 가상자산으로 말하는데, 이는 자금세탁 방지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처럼 가상자산이라는 명칭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화폐’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가가 조폐공사를 통해서만 발행하는 화폐처럼 취급되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에 대신 ‘자산’으로 칭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글로벌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크립토 커런시’(Crypto Currency), 즉 암호화폐라는 명칭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에서 제공하고 있는 검색어 기반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구글 트렌드를 통해 ‘Crypto Currency’와 ‘Virtual Asset’을 비교해보면 Crypto Currency의 검색량이 압도적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업계에서는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쓰고 싶은데, 정부에서 가상자산이라고 법제화를 했으니 일단은 가상자산이라고 쓰는 게 맞다”며 “현재로서는 가상자산이라는 명칭이나,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암호화폐를 쓰는게 맞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가상화폐’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언론 등에서 가상화폐라는 용어를 너무 쉽게 쓰고 있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가상화폐는 암호화폐뿐만이 아니라 게임머니나 전자화폐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원장·경제부총리까지 화폐·자산·투자 개념도 혼용

현재 정부에서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고위 관계자들 역시 암호화폐에 대한 명칭과 개념을 혼용해 쓰고 있을 만큼 혼란스러운 상태다.

지난 27일 홍 부총리는 “특금법은 금융위원회가 소관하는 법률이란 의미에서 가장 가까운 부처는 금융위가 아닌가 싶다”며 “자산에 대해서는 결국 투자자의 판단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암호화폐나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란 용어를 쓴다”며 “주요 20개국(G20)에서도 처음엔 암호화폐란 용어를 쓰다가 이제 가상자산으로 용어로 통일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금융위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에서 일관되게 말씀드리는건 이건(암호화폐) 인정할 수 없는 화폐고 가상자산”이라며 “(거래대금이) 17조원이라는데 실체도 확인 안되고, 투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암호화폐를 두고 금융위원장은 화폐와 자산이라는 명칭을 혼용하고, 암호화폐를 사는 것이 ‘투자’인지 여부도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금융상품,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고 하면 암호화폐 구매도 ‘투자’라고 부르면 안되고 ‘투자자’라고 불러서도 안된다”며 “그럼 소비자라고 불러야하는데, 일반상품으로 접근하면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공정거래법 등 많은데도 정부 부처들은 직무 유기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는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약관규제법,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 공정거래법 등 공정거래위원회 소관법만 4가지가 있고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전기통신사업법이 적용되니 방송통신위원회도 관할할 수 있다”며 “의지만 있다면 횡령이나 펌핑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형법상 사기로도 처벌하는 등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현행법으로도 우선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중 교수 역시 “과거 암호화폐를 두고 쓰레기다, 내재가치가 어디 있냐 이야기하는데, 미국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이 됐다”며 “이제 내재가치가 있냐 없냐를 따질 시대는 지났는데도 정부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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