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에 좋은 운동, 자전거 타기…사고 피하려면?[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7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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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마니아’ 조성복 씨(69)는 지난해 11월 11일을 자전거 사고로 생명을 잃을 뻔했다. 경기도 부천의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라이더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혀 도로로 나가떨어진 것이다.

젊었을 때부터 축구를 즐기던 조성복 씨는 50대 후반부터 자전거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그는 1857km 전국일주를 2번 완주할 정도로 전국을 누비며 구경도 하며 건강도 챙기고 있다. 조성복 씨 제공.
젊었을 때부터 축구를 즐기던 조성복 씨는 50대 후반부터 자전거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그는 1857km 전국일주를 2번 완주할 정도로 전국을 누비며 구경도 하며 건강도 챙기고 있다. 조성복 씨 제공.


“전 산악자전거(MTB)를 타고 천천히 자전거전용도로 내리막을 달리고 있었죠. 상대는 도로 사이클로 무섭게 오르막 페달을 밟고 있었는데 중앙선을 침범한 그를 제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혔습니다.”

2일 동안 혼수상태로 있다 일어나보니 안면 골절에 치아 및 안구 주변 손상으로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는 “안전모를 쓰지 않았으면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회상했다.

조성복 씨가 지난해 11월 11일 자전거 사고를 당한 뒤 병원에 누워 있는 모습. 조성복 씨 제공.
조성복 씨가 지난해 11월 11일 자전거 사고를 당한 뒤 병원에 누워 있는 모습. 조성복 씨 제공.


“결혼기념일 다음날 즐겁게 자전거를 타다 난 사고라 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상대는 25살의 젊은이였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너무 빨리 달려 조심하기는 했지만 저도 순식간에 당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자전거끼리의 사고는 블랙박스가 없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간하기 어렵다. 조 씨는 다행이 경기도 부천 한 물류회사 주차장 근처에서 사고를 당해 주차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경찰은 상대를 가해자로 지목해 조 씨는 1000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었다.

조 씨는 원래 축구 마니아였다.

“전 젊었을 때부터 축구를 즐겼습니다. 키가 커 학창시절 배구 선수로 잠깐 활약하기도 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축구에 빠져 지냈습니다. 친구들이 저를 찾으려면 ‘서울 효창운동장에 가면 된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조기축구, 주말축구도 모자라 축구 경기가 있으면 효창운동장으로 가서 관람을 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과천에서 조기축구를 시작한 조 씨는 어린이축구교실도 만들었다. 조기축구 때 아빠를 따라 나온 아이들에게 축구를 지도한 게 시작이었다. 그는 1980년대 중반으로 기억했다. 차범근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1990년에 ‘차범근축구교실’을 만들었으니 훨씬 빨랐던 셈이다. 국가대표 장신 공격수 김신욱(33)도 키웠다. 조 씨는 “(김)신욱이 아버지와 공을 많이 찼다. 신욱이도 우리 조기축구에서 축구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1996년 골프 레슨프로 자격증도 획득했다.

주 4회 자전거를 타고 있는 조성복 씨는 “자전거 타기는 최고의 건강 지킴이”라며 평생 즐기겠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주 4회 자전거를 타고 있는 조성복 씨는 “자전거 타기는 최고의 건강 지킴이”라며 평생 즐기겠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부상까지 당하면서 축구를 그만 뒀다. 그는 “축구는 부상 위험이 높다. 오른쪽 정강이가 5조각나는 다중골절까지 당하니 더 이상 축구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체중이 불었다. 186cm의 키에 79kg을 유지했었는데 89kg까지 는 것이다. 무릎에 통증도 왔다.

“한 병원을 찾았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병원에 갔더니 주사를 놔주면서 자전거를 타보라고 했습니다.”

그 때가 50대 후반이었다. 조 씨는 바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부터 MTB로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산은 위험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가지 않았다. 또 도로 사이클은 바퀴가 가늘어 사고 위험이 높다. MTB는 도로에서 스피드도 낼 수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자전거 타기는 참 좋은 운동이었습니다. 하체는 물론 상체 근육을 발달 시켰어요. 몸도 건강해졌고 체중도 빠졌습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대한민국 금수강산을 구경하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좋았어요.”

조 씨는 4대강과 제주도 일주를 포함해 1857km 전국일주 2번째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동해안 7번 국도를 타고 경북 울진까지 가면 전국을 두 바퀴 돈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도 “나이 들어 건강관리에는 자전거가 최고”라며 자전거를 타고 있다. 물론 사고당한 뒤 더 조심해서 타고 있다.

조 씨는 요즘도 주당 4일 자전거를 탄다. 화요일과 수요일, 토요일과 일요일.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는 그는 화요일과 수요일은 쉬는 날이라 자전거 타기에 집중한다. 한 번 타면 40~50km는 달린다. 토요일도 혼자 즐기고 일요일에는 손자들과 자전거를 타고 있다. 그는 “손자들을 앞세우고 가다보면 젊은 친구들이 너무 빨리 달려 마음이 불편하다. 가급적 사람이 없는 곳을 찾고 있다. 자전거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복 씨가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다 잠시 멈췄다. 그는 주 4회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조성복 씨가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다 잠시 멈췄다. 그는 주 4회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근 자전거와 자전거는 물론 자전거와 사람 사고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조 씨는 동호들의 자전거 타기 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5~10명이 모여서 함께 타는 것까지는 좋은데 우르르 한데 모여 ‘오늘은 평균속도 30km’를 표방하는 등 위험하게 질주한다. 그는 “자전거 동호회 카페나 사이트에 들어가면 공지로 ‘이번엔 평속 30kim 이상으로 간다’며 함께 할 사람들을 모은다. 평속 30km는 엄청 빠른 것이다”고 우려했다. 여럿이 평속 30km 이상 달리다보면 반대쪽에서 오는 자전거와 접촉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고, 앞사람이 사고가 날 경우 뒷사람도 함께 넘어질 수 있다.

동아사이클대회 챔피언(1982, 1984년) 출신 김동환 프로사이클 대표(59)는 “최근 자전거 인구가 갑자기 늘면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스피드를 내다 사고를 내는 경우가 잦다. 특히 실력도 안 되는데 몰려 타면 방어 운전이 안 돼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는 겸손하게 타야 한다. 반대편에 라이더가 있으면 속도를 줄이고 한 줄로 가야하고 산책하는 사람에게 ‘비켜라’ 소리치지 말고 스스로 천천히 피해 다녀야 한다. 자전거 타는 게 벼슬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통계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200~300명이다.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자전거를 타다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으면 얼마나 억울한가. 자전거도 차(車)다. 안전수칙을 잘 지켜야 100세까지 건강하게 탈 수 있다.

조성복 씨는 주 4회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자전거 사고로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지만 회복한 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조성복 씨는 주 4회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자전거 사고로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지만 회복한 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앞에서 잠시 지적한대로 자전거 사고는 과실 유무를 따지기 어렵다. 블랙박스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전거 앞뒤에 블랙박스를 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또 자전거는 번호판이 없으니 사고가 난 상황에서 뺑소니로 도망가도 잡힐 가능성이 낮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걷는 사람이나 자전거가 위험하다는 인식 자체도 안 돼 있다. 서로 조심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자전거로 건강을 다지는 조 씨는 지금도 축구동호회 문원 FC(경기도 과천 문원중학교 조기팀) 경기나 행사에 참여는 한다. 하지만 축구를 하지는 않는다. 그는 “초창기부터 애정을 가지고 만든 동호회라 계속 나간다. 밥도 사고 격려도 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체력도 문제고 부상 위험도 있어 축구를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대신 자전거는 평생스포츠로 생각하고 있다.

“자전거는 계속 탈 것입니다. 나이 들어 최고의 건강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주 조심히 타야합니다.”

다음은 자주 일어나는 자전거사고 사례(자전거전용도로)
사례 1. 앞서 가던 자전거 운전자가 자전거전용도로를 주행하다 과속방지턱을 발견하고 감속하자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뒤따르던 자전거 운전자들이 연쇄 추돌하는 사고.

=자전거를 탈 때도 자동차운전과 마찬가지로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약 자전거 3대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게 안전하다.

사례 2.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진행하다 자전거 조작 미숙으로 넘어지면서 노면에 머리를 부딪친 사고.

=도로 사이클은 바퀴가 가늘어 물기나 모래에 민감하다. 작은 돌출물에 부딪혀도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 있다. 자전거를 탈 때 안전장비를 꼭 착용해야 하는 이유다. 13세 미만의 경우에는 안전모를 착용할 의무가 있다. 자전거사고 사망자의 80%는 머리를 다친 경우다. 안전한 자전거 운전을 위해서는 자신의 머리에 맞는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사례 3.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앞지르기를 하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하던 주 반대방향에서 오는 자전거와 충돌.

=자전거로 앞지르기를 할 때는 반대방향의 자전거와 앞쪽에서 달리는 자전거를 확인해야 한다. 방향지시기, 등화, 경음기 등을 사용해 안전하게 앞질러야 한다.

사례 4. 도로 사이클을 타던 사람이 산책하던 사람이 갑자기 자전거전용도로에 등장하자 피하지 못해 충돌.

=공원에서는 산책로와 자전거전용도로를 구분하지만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지나갈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공원을 달릴 땐 천천히 주위를 살펴보며 자전거를 타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주의 사항.

자전거도 차다. 인도와 횡단보도에선 끌고 가야 한다. 자전거 통행을 설정한 횡단보도에서는 표시구역으로 타면 된다. 도로에선 오른쪽 끝에서 조심히 타야한다. 차와 자전거 사고도 많이 나는데 사고가 나면 대부분 자전거 운전자가 크게 다치니 조심해야 한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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