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병원 못갔는데… 우리아이 발달 문제 없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아동 발달 시기별 체크포인트
4, 9, 18개월에 정기검진 필요… 생후 12개월에 혼자 걷기 시작
단어 한 개 이상 말할 수 있어… 2세 전엔 영상 보여주지 말아야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선아 교수가 유아를 진료하고 있다. 최 교수는 생후 4, 9, 18개월 등에 이뤄지는 정기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아이의 성장과 발달장애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생후 15개월 아이를 둔 엄마 이유진(가명·35) 씨는 최근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병원 출입을 삼갔는데, 뒤늦게 받은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간헐적 사시 소견’을 받은 것. 이 씨는 “아이가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고 코로나19도 걱정돼 병원 가기를 자제한 탓에 아이의 발달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며 후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영유아들의 건강과 발달 상태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병원 방문을 꺼리다 보니 인터넷 맘카페에서 통용되는 부정확한 의학 상식이 확산되기도 한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선아 교수는 “4개월, 9개월, 18개월경에 실시하는 정기 영유아 건강검진을 통해 아이의 신체적 성장과 인지 발달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와 함께 아동 발달 시기에 꼭 챙겨야 될 사항들을 알아봤다.

○“아이가 못 걸어요”

영유아들은 대개 생후 12개월에 혼자 서너 발자국 정도를 뗄 수 있다. 생후 18개월부터는 소파나 탁자 위를 기어 올라가기도 하고 뛰거나 난간을 붙잡고 계단을 오르기도 한다. 최 교수는 “생후 18개월에도 혼자 걷기, 즉 독립 보행이 가능하지 않다면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근육 발달 평가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생후 5, 6개월이 되면 물건을 잡으려고 손을 뻗거나 한쪽 손에서 다른 쪽 손으로 물건을 옮긴다. 또 10, 11개월엔 머리카락같이 작은 물건도 엄지와 검지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생후 1년 대근육과 소근육 발달은 단순히 운동신경의 발달을 넘어 아이의 지능과 인지 발달에도 밀접하다. 코로나19로 집 밖 출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집 안에서라도 다양한 놀이나 신체 활동으로 아이가 건강한 자극에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말을 잘 못 해요”

아이들은 보통 생후 12개월을 전후해 평균적으로 한 개 이상의 단어를 말하다가 생후 18∼24개월부터 언어 능력이 급격히 상승한다. 생후 18개월에 보통 10∼15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하지만 24개월이면 100개 이상으로 어휘력의 증가를 보인다.

따라서 생후 18개월에 최소 6개의 단어를 말하지 못하거나 생후 24개월이 되어도 단어 2개를 연결하여 말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언어 발달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역시 평소 다양한 놀이로 아동의 정서와 언어 인지 발달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아이 치아가 안 나요”

유치는 모두 20개 정도로 생후 30개월 정도면 모두 다 나온다. 생후 6∼8개월에 유치가 나오기 시작하지만 아이마다 치아가 발달하는 속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최 교수는 “치아의 발달은 신체의 성장이나 인지 발달과는 관련이 없지만 성장 발달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므로 생후 18개월과 42개월, 54개월로 정해져 있는 영유아 구강검진을 빼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 눈 건강은 괜찮나요”

코로나19 국면에서 아이가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영상 매체에 일찍부터 많이 노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생후 2세 이전엔 영상 매체의 노출을 권하지 않는다. 만 2∼5세 영유아도 영상 매체 노출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아이들의 눈 건강이다. 전문가들은 아이 눈의 이상은 부모가 늦어도 돌 전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고 취학 전에 치료를 해주면 95% 이상이 정상 시력을 가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 교수는 “만약 아이가 영상을 본다면 보호자가 함께 영상을 시청하며 보고 있는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는 등 소통하며 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간혹 ‘발달이 늦다’는 것을 ‘머리가 나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부정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이의 발달 상황을 점검하고 이상 징후가 있다면 조기에 발견하고 양육자와 의료진이 함께 해결해 나간다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아이 발달 시기#체크포인트#정기검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