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해 교통안전 돕는 인공지능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2월 19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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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항공기에 탑재하는 비행기록장치(Flight Data Recorder, FDR)와 조종실녹음장치(Cockpit Voice Recorder, CVR)를 넣어둔 금속박스를 뜻한다. 블랙박스는 항공사고가 발생하면 반드시 회수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 중 하나다. 대부분의 항공사고 승무원과 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고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지라, 블랙박스는 사고 경위 조사를 위해 꼭 필수하다.

이렇듯 블랙박스의 본래 뜻은 항공기에 탑재하는 기록장치지만, 국내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더 많이 사용한다. 자동차 블랙박스다. 주행 중 발생하는 교통사고에 가해자와 피해자간 잘못에 100:0은 없다는 편견을 없앤 주인공이다. 멀쩡히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운행하는 피해자 자동차로 달려드는 가해자 자동차의 블랙박스 영상기록은 잘잘못을 따지는데 훌륭한 도구로 작용한다.

블랙박스 보급은 많은 것을 바꾸었다. 교통사고에 휘말리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거나 무조건 뒷목을 잡아야 한다는 요상한 농담도 사라졌다. 확실하게 담겨 있는 블랙박스 속 사고 영상은 훌륭한 현장 기록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출처: 맨인블박 유튜브채널 캡쳐
출처: 맨인블박 유튜브채널 캡쳐

위 사진은 교통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맨인블박’의 한 콘텐츠로, 도로 위의 악몽이라고 불리는 ‘졸음 운전’의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다. 영상 속에서 펼쳐지는 장면은 단순히 ‘졸음 때문…’이라고 말하기엔 서늘하다.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넘어 날아오는 트럭의 모습이나 꽉 막힌 정체 현상으로 서있는 자동차들을 뒤에서 덮치는 버스의 모습은 아찔하죠.

지난 2017년 7월 9일 오후 2시 45분,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양재IC 부근에서 발생한 정체 구간 속 대형 버스가 일으킨 졸음 운전 교통사고는 한동안 세간을 달궜다. 당시 사고버스는 빠른 속도로 전용차로가 아닌 2차로로 달렸는데, 앞선 차를 보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버스 운전기사가 운전대를 고쳐잡는 순간 그대로 앞서가던 승용차를 들이받았고, 승용차 속 50대 부부는 현장에서 숨졌다. 총 14명이 부상을 당하는 아찔한 사고. 이 역시 원인은 졸음 운전이었다.

실제로 국내 교통사고 현황은 전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 심각한 상황이다. 주요 교통사고 지표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2020년 7월 31일 기준, OECD 국제비교 TASS).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8.1명으로 35개 국가 중 32위를,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6명으로 30개 국가 중 29위에 그친다.

교통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졸음운전과 같은 교통사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도로 위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는 버스는 1초에 27m를 달린다. 전방에 꽉 막힌 정체로 오도가도 못하는 자동차 무리 뒤에 졸음 운전하는 대형차는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교통사고는 예방이 중요하다. 블랙박스 속 영상이 힌트다. 바로 정보다. 전국 도로 위를 오가는 버스, 화물차, 자동차, 오토바이, 사람 등을 수많은 영상으로 촬영해 분석하면, 교통 흐름을 파악하고 사고 지점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 고속도로 위에 운행하고 있는 차량 정보(각 차량의 차종/현재위치/운행속도/탑승인원 등)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해당 정보를 분석해 이동 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면? 교통 흐름을 예측해 정체 구간을 분석하고, 해당 구간을 운행하는 차량에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정보의 수집과 분석은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딥러닝(Deep Learning)은 심층 신경망을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성과를 나타냈다. 컴퓨터 비전을 통한 영상 분석은 물론, 음성인식, 번역 등 인간의 능력에 필적하거나 능가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제대로 된 교통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면, 교통 흐름을 파악하는 건 아주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AI를 접목한 교통안전 사례

실제 AI을 활용해 교통 흐름을 개선한 사례도 있다. AI 영상 인식 전문 기업 라온피플은 AI 기술을 이용한 교통 솔루션을 개발했다. AI로 교차로를 살피고 신호를 제어하는 ‘스마트 교차로’, 도로의 교통량을 측정하는 ‘교통 통계 및 신호 시스템’, 도로의 돌발 상황을 후행 차량에 알리는 ‘C-ITS 시스템’,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는 ‘스마트 횡단보도’, 대중교통 이용자 수와 특징을 파악하는 ‘AI 피플카운팅’ 등이다.

라온피플은 이를 통해 지난 2019년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인덕원사거리에 실시간 신호 제어를 시범운영하며 차량 통행 속도를 20% 개선한 바 있다. 인덕원사거리에 스마트 교차로 시스템을 설치, AI로 영상을 분석하고, 현장에 실시간 신호 제어기를 설치해 운영한 결과다.

인공지능 카메라가 인덕원사거리에서 실시간으로 차량 통행량과 차종을 검출하는 장면, 출처: 라온피플
인공지능 카메라가 인덕원사거리에서 실시간으로 차량 통행량과 차종을 검출하는 장면, 출처: 라온피플

지난 2020년, 세종시 스마트시티 실증 사업으로 보행자를 위한 안전한 횡단보도 시스템 ‘스마트 횡단보도’를, 전북 완주군 스마트빌리지 실버존에 노인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횡단보도 시스템 ‘스마트 안전 시스템’ 등을 구축한 바 있다.

전북 완주군 스마트빌리지 실버존에 구축한 스마트 횡단보도  시스템, 출처: 라온피플
전북 완주군 스마트빌리지 실버존에 구축한 스마트 횡단보도 시스템, 출처: 라온피플

AI를 활용한 교통안전은, 다양한 정보를 조합해 분석한 뒤 최적의 결과를 내는 과정이다. 차도와 인도 위를 오가는 개체(자동차, 사람 등) 이동을 감지하고, 각 개체 이동 특성을 파악해 예상 경로를 파악, 흐름을 읽는 것이 먼저다. 만약 300m 전방 앞 교통 정체 정보를 파악했다면, 전방을 향하는 자동차에게 사전 알림을 전달하거나 정체 지점을 우회하는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 또는, 정체 구간 신호를 바꿔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바꿀 수도 있다.

이에 최근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AI Hub를 통해 교통 정보(데이터) 구축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AI를 딥러닝할 수 있는 즉, 학습 시킬 수 있는 데이터를 쌓았다. 참고로 AI Hub 데이터는 국내 중소벤처기업, 연구소, 개인 등이 높은 비용과 시간으로 인해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양질의 AI 학습용 데이터를 누구에게나 공개한다. 즉,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AI Hub 로고
AI Hub 로고

AI는 어디까지나 사람을 돕기 위한 도구의 하나다. 잘 정제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목적에 맞게 사용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조금 더 안전한 교통 환경 속에서 사고 걱정 없는 미래를 기대한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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