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자, 나쁜 콜레스테롤 안전 수치 아래로 낮춰야[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체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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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L콜레스테롤
심근경색-뇌졸중 등 혈관질환 원인
초고위험군 30%, 1년 내 재발 경험
정기적으로 치료 경과 확인해야

경기 수원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의 유기동 교수(순환기내과)가 심혈관질환의 재발과 악화를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LDL콜레스테롤 관리의 중요성을 환자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경기 수원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의 유기동 교수(순환기내과)가 심혈관질환의 재발과 악화를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LDL콜레스테롤 관리의 중요성을 환자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콜레스테롤, 그중에서도 ‘나쁜’이라는 수식어를 갖는 LDL콜레스테롤은 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심근경색, 뇌졸중(뇌중풍) 등 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LDL콜레스테롤은 ‘정상’으로 판단하는 기준치가 개인의 심혈관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수원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유기동 교수를 만나 톡투건강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LDL콜레스테롤 관리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심혈관 위험도에 따라 LDL콜레스테롤 관리 수치 달라


LDL콜레스테롤은 낮으면 낮을수록 심혈관 건강에 유리하다. 흔히 혈압과 혈당이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위험하기 때문에 항상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또 LDL콜레스테롤의 특이점은 개인의 심혈관 건강수준에 따라 관리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는 주요 위험인자와 관련 질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주요 위험인자는 △연령(남자 45세 이상, 여자 55세 이상) △가족력(가족 중 젊은 나이에 협심증, 심근경색 등이 발병한 경우) △고혈압 △흡연 △좋은(HDL) 콜레스테롤의 낮은 수치 등 5개다.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 중 1개 이하를 가지고 있다면 저위험군, 2개 이상이면 중등도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저위험군과 중등도위험군은 LDL콜레스테롤을 각각 dL당 160mg 미만, dL당 130mg 미만으로 유지하면 충분히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가장 높은 ‘초고위험군’은 심혈관질환, 즉 심근경색이나 뇌중풍, 말초동맥질환을 이미 경험한 환자다. 이들은 LDL콜레스테롤을 dL당 70mg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좋다. 저위험군보다 절반 이상 더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유 교수는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은 이미 혈관에 병이 생긴 환자들이므로 재발 위험이 높아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dL당 70mg 미만으로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최근 해외에서는 심지어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dL당 55mg 미만이 적정하다고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재발 시 3배 더 치명적


해외 연구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 환자 10명 중 3명은 1년 내 재발을 경험한다. 심혈관질환이 한 번 발생하면 빠르게 치료를 받았더라도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올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1차, 2차 심혈관질환이 반복되면 회복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유 교수는 “심혈관질환을 처음 경험한 환자의 사망률은 20∼30% 정도이지만 재발 후에는 사망률이 68∼85%로 약 3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다만 심혈관질환 발생 후 LDL콜레스테롤을 목표인 dL당 70mg 미만으로 조절한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재발률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혈관질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선을 다해 LDL콜레스테롤을 목표 수준까지 빠르게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70% 이상 경고등


문제는 국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이 LDL콜레스테롤을 기준으로 봤을 때 아직까지 과반수가 위험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중 LDL콜레스테롤을 dL당 70mg 미만으로 관리하고 있는 환자는 30%에도 못 미쳤다. 즉 초고위험군의 70% 이상이 재발 위험을 안고 있다는 의미다.

대안은 있다. LDL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기 위해 기존에는 주로 스타틴 혹은 에제티미브 등 경구제를 사용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다 dL당 90mg 수준에서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아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환자들에게는 한계가 있었다.

유 교수는 “최근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30대 중반 남성이 있었는데 LDL콜레스테롤이 dL당 약 200mg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스타틴을 고강도로 투여하고 여기에 에제티미브까지 썼지만 한 달이 지나도 70mg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최근 우리나라에 도입된 PCSK9 억제제를 처방했더니 정체됐던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dL당 30mg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이후 특별한 심혈관 문제없이 잘 관리하고 있다”고 실제 경험을 말했다.

따라서 최근 심혈관질환을 경험했다면 재발하기 전, 조기에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안전 기준인 dL당 70mg 미만으로 낮출 수 있도록 약물 치료를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는 집에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퇴원 후 한 달 내외로 자신이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 방문해 LDL콜레스테롤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은 만성질환이지만,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며 “심혈관질환을 경험한 환자들은 LDL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언제든 다시 혈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정기적으로 치료 경과를 확인하며 LDL 콜레스테롤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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