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해외지사, 일해보니 어때?(슈나이더 일렉트릭)

동아닷컴 입력 2020-07-16 15:31수정 2020-07-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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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의 구직자들이 외국계 기업, 다국적 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는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또 누구는 이국적인 문화를 접하며 시야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선호한다고 한다.

반면, 실제로 외국계 기업을 경험해 본 사람들의 관점은 살짝 다르다. 저런 표면적인 근무환경도 분명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건 다국적 기업의 ‘문화’라고 말한다. 특히 글로벌 규모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다양한 인종 및 풍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수평적인 구조 및 유연한 기업문화가 형성된다.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Inclusion)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외국계 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해외 거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국인도 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 보기 위해 세계 100여개국에 거점을 가진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솔루션 전문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소속의 해외 지사 근무자 3명과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호주 지사 솔루션 리스크 리더 배경덕, 말레이시아-브루나이 지사 재무 책임자 이유진, 그리고 영국 지사 파워 서비스 프라이싱 리더 김유석이 그 주인공들이다.

Q1. 무슨 일을 하는가?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된 동기는?

배경덕(호주): 슈나이더 일렉트릭 호주법인에서 솔루션 리스크 리더로 근무하고 있다. 전에도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유동적이고 탄력적인 기업문화가 좋아 이직했다. 직원 개인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고 근무시간도 내 필요에 따라 어렵지 않게 조정할 수 있어서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이유진(말레이시아):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재무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올해 5월 1일자로 현재 포지션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보다는 이전에 일하던 싱가포르 근무 중심의 설명이 될 듯하다. 더 예전에는 다른 외국계 금융사에서 근무해 본 경험도 있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성격이라 다음 직장도 국내 기업보다는 외국계 기업이 성향에 더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말레이시아-브루나이 재무 책임자 이유진 (출처=슈나이더 일렉트릭)

김유석(영국): 슈나이더 일렉트릭 영국 지사의 파워 서비스 프라이싱을 담당하고 있다. 이전에는 소비재 회사에서 근무했는데 연봉이나 처우를 떠나 위계질서 문화나 업무 자율성 결여로 회사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 그러다 대학선배 추천으로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에서 면접을 봤는데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팀이 앞으로 그릴 2년~3년 후의 모습을 설명해주며 이 팀에 네가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Q2. 해외 근무를 결정하게 된 계기와 근무 만족도는?

배경덕(호주): 우리 회사는 국제 순환 근무를 통한 인재 성장을 장려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아시아 태평양 리스크 매니지먼트 팀은 각 지역별로 소수가 배치되어 있고 한 사람이 휴가를 간다거나 특정 지역에 업무가 과중 되면 다른 직원이 업무를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나도 그런 경우다.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 다만 워낙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 상황과 비교하자면 내가 뒤쳐지는 건 아닐까 조바심이 드는 순간도 있다.

Q3. 해외지사 근무 중 볼 수 있던 독특한 기업문화, 특징이 있다면 무엇?

배경덕(호주): 호주는 개인주의가 강하다. 워라밸을 상당히 중시하여 코로나 사태 전부터 재택근무 등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점심도 대부분 도시락으로 자리에서 해결하며, 일찍 오면 일찍 퇴근하는 등 할 일만 제대로 해내면 업무시간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크리스마스 연말파티에 직원들의 참석율이 상당히 저조한 점, 퇴사하는 동료가 본인 환송회 일정이나 초대 인원을 스스로 조율하고 참석자들도 본인의 몫을 각자 계산하는 점도 특이했다. 한국처럼 동료애를 느끼거나 할 기회는 적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호주 지사 솔루션 리스크 리더 배경덕 (출처=슈나이더 일렉트릭)

김유석(영국): 팀 매니저가 다른 나라에 있다는 것, 그리고 업무의 모든 것을 매니저에게 보고해야 하는기업들과 달리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업무보고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특이했다. 자세하게 이야기하려 하면 오히려 ‘그건 네 전문 영역이니 네가 결정하라’는 식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보고 자리에서 내가 담당한 부분에 대해서는 나에게 발표를 요구하거나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게 해주었다. 그리고 직설적으로 문제를 이야기하도록 요구한다는 점도 특이했다. 말이 안 되더라도 의견을 개진하고, 어떤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투명하게 이야기하고, 토론하기를 즐긴다. 높은 사람들이 낸 의견이라 해서 더 무게를 갖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이런 수평적인 문화가 나의 자율성과 업무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느낌이라 좋았다.

Q4. 일하던 중에 겪은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배경덕(호주): 정말로 다양한 국가 출신의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이를테면 IT, 엔지니어 및 기술관련 직무에는 인도계 직원들이, 재경부는 중국인 또는 인도인이 많다. 그리고 고객들을 만나야 하는 세일즈와 HR, 법무 등의 지원부서는 백인이 많다. 이렇게 보면 각 인종이나 출신 국가에 따라 강점이 있는 분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 회사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내가 호주에 있는 것이 맞는지 잊을 때도 있다.

이유진(말레이시아): 처음 싱가포르 지사로 이동해서 자리가 정해지기 전, 남아있는 좌석 아무 곳에나 앉아 있었는데, 당시 책임자(인도인)가 “풍수지리 상 이 자리는 좋지 않다. 나는 네가 오래 일하길 바라니까, 다른 데로 이동하자”라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인도 사람에게 풍수지리 이야기를 듣게 된 다니 ‘이게 바로 다양성인가?’ 하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오래 일하기를 원한다는 말에 행복도 느꼈다. 그런데 정말 이처럼 싱가포르에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Q5.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배경덕(호주): 지금까지 동종의 타 업체에서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가지고 있던 제품이 경쟁력을 잃거나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경우 가지고 있는 제품군의 포트폴리오가 상당히 다양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때문에 특정 산업군이 금년에 어렵더라도 다른 비즈니스가 뒷받침해주면서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B2B 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노출이 되지 않지만 가끔 가족들과 방문한 신축 건물에서 슈나이더 일렉트릭 명판이 붙어있는 제품들을 아들이 발견하고는 하는데 그때도 기분이 좋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영국 지사 파워 서비스 프라이싱 리더 김유석 (출처=슈나이더 일렉트릭)

김유석(영국): 프라이싱(가격책정) 업무를 하게 되면서 가장 보람찬 것은 지난 수년 간 느꼈던 고민들을 실제 제 업무에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매니저가 그런 나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지난 해 처음으로 파워 서비스 본부에서 제공하는 프라이싱 가이드라인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고, 완성된 가이드라인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장점 중 하나는 개인이 가진 아이디어를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데에 있다. 실패할 수 있더라도, 논리적으로 가능하며 효과가 있다고 판단이 된다면 적용되곤 한다. 이것은 개인의 동기부여와 연결되며 업무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Q6 취업 전 해볼 만한 활동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배경덕(호주): 방향성 없이 ‘뭐든 경험해 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본인이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장기적으로 어떤 경력, 전문성을 원하는지 고민하여 이를 위해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쌓도록 하자. 우선 취업이 급하겠지만, 내가 5년 후 또는 10년 후 어떤 이력서를 가지고 싶은가에 따라서 준비할 것은 달라진다. 영어 외 다른 언어도 좋고, 미래기술에 대한 다양한 관심이나, 세계적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나 취미활동도 좋다. 프레젠테이션과 대중연설을 많이 접해보자. 회사에 오면 발표능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유진(말레이시아): 외국계 기업이건 아니건 직장 생활과 학교 생활은 너무 다르다. 어찌됐던 직장은 성과로 단호히 평가받아 그것이 임금으로 이어지고 자유 시간에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인생은 너무 짧다. 그러니 너무 취업에만 치중해 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놀기도 열심히 놀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그러다 보면 많은 경험이 쌓여 이후 면접 볼 때나 일할 때 빛을 발하게 된다. 나 역시 지금까지의 인생에 쓸데없는 경험 같은 건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7.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취업준비생에게 한 마디 해달라

배경덕(호주): 국내 기업은 세밀히 분장된 업무를 수행한 다음 절차 팀에게 넘겨주면 되는 시스템이 정착되었다. 그리고 외국계 기업은 입사 후 어느 정도 업무파악이 된 다음 자신의 업무를 원하는 만큼 확장할 수 있고 다른 업무도 배울 기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개인적인 성장과 업무 역량이 중요한 사람에게는 외국계 기업이, 큰 조직과 잘 짜여 진 시스템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국내 대기업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어디가 더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기에 이런 기업을 경험해 본 선배나 지인의 의견을 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조직의 특성을 최대한 파악하고 준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유진(말레이시아): 외국계 기업 입사 문턱이 높은 것만은 아니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도전하자. 생각보다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인재난을 겪고 있다. 특히 슈나이더 일렉트릭 같은 B2B 기업들은 개인 고객들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아 오히려 시도해보시는 분들이 더 적은 것 같기도 하니 부담없이 시도하고 생소한 회사라도 두드려 보는 걸 추천한다. 언어 역시 실행에 의한 학습(Learning by Doing)이 가능해 입사 후 익히는 것도 가능하다. 본인 역시 이전 직장에서 입사 후 영어를 시작한 케이스다.

김유석(영국):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스스로 배우고자 해야 한다. 한국 대기업의 경우 달마다 혹은 분기마다 교육 코스가 정해져 있었다. 또한 대리, 과장 등 성취해야 하는 매뉴얼이 분명했다. 그런데 외국계 기업들은 비교적 뚜렷하게 정해진 코스는 없다. 다만 순간순간 주어지는 기회들이 있고, 그 기회를 스스로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승진하거나 혹은 다른 포지션으로 옮기기 위한 코스를 회사가 준비해주지는 않는 것 같다. 스스로 기회를 찾고 그에 필요한 경력을 쌓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런 걸 선호한다면 외국계 기업에 도전하자.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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