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 있으면 급속 악화… 고혈압-심혈관질환자 각별한 주의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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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 ‘코로나19’ 임상 특이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늘어나면서 임상데이터도 만들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계절성 감기의 흔한 원인 중 하나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 형태다. 이번에 발견된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달리 무증상 감염을 일으키는 것도 특징이다. WHO는 이번에 발견된 코로나19에 연도를 나타내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향후에도 주기적으로 이런 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이라는 뜻이다. 동아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늘어나면서 임상데이터도 만들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계절성 감기의 흔한 원인 중 하나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 형태다. 이번에 발견된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달리 무증상 감염을 일으키는 것도 특징이다. WHO는 이번에 발견된 코로나19에 연도를 나타내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향후에도 주기적으로 이런 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이라는 뜻이다. 동아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중국 한국 등 초기 감염국가를 넘어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전문가들은 이미 ‘대유행(팬데믹)’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로부터 50여 일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전역에 코로나19 위기가 고조됐으나 여전히 확진자와 사망자는 발생하고 있다. 9일 0시 기준 국내 확진자는 7382명, 사망자는 51명에 이른다.

바이러스 감염에서 환자에게 나타나는 ‘임상적 양상’은 바이러스의 특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베일에 싸인 코로나19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진료 현장에서 나오는 임상 자료들을 분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성민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임재균 명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의 도움으로 코로나19의 임상적 특이성에 대해 알아봤다.

○ 바이러스 수는 줄어드는데 증상은 악화

몸 안에 바이러스 수가 줄면 증상도 호전되는 것이 일반적인 감염병의 양상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입원 환자의 호흡기 검체를 채취해 48시간 주기로 RT-PCR검사를 해보면 바이러스 수는 눈에 띄게 줄었는데 폐렴 등 증상은 오히려 점점 나빠지는 환자들이 있다.

○ 늑막에 가까운 부위에 폐렴 증상 집중


결핵이나 일반적인 폐렴은 폐 위쪽이나 폐 중심부에 주로 증상이 발생한다. 결핵균은 산소농도가 높은 곳에서 더 잘 자라는데 폐 위쪽의 산소농도가 다른 부위보다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로 기관지에 가까운 쪽, 늑막과는 먼 쪽에 잘 생긴다.

반면 코로나19 환자의 폐 X선 영상을 보면 폐의 늑막, 등쪽 가까운 부분에 염증이 집중돼 있다. 이는 사스나 메르스 등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폐렴과 유사하다.

○ 완치 후 재감염? 바이러스 재활성화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한 환자가 수일 내에 다시 양성이 되는 경우가 있다. 바이러스가 몸에서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가 ‘재활성’, 즉 재발된다. 중국의 코로나19 분석 자료를 보면 광둥성에서 치유돼 퇴원한 환자의 14%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퇴원 기준이 느슨해서인지, 실제 재발된 것인지는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완전히 치료된 환자가 변이가 일어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재감염’에 대한 자료는 아직 부족하다.

○ 완치 때까지 ‘무증상 환자’도 있어

대개 호흡기 바이러스는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홍역 등 일부 바이러스를 제외하고는 잠복기에는 전파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코로나19는 잠복기에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 독일, 중국 등에서 잠복기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우리나라도 신천지 등 증상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한 결과 다수에서 양성 결과를 보였다.

코로나19에 감염되고도 완치될 때까지 증상이 없는 ‘무증상 환자’들도 있다. 잠복기, 무증상 상태에서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하다는 것도 코로나19의 특징이다. 하지만 2월 20일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의 합동 보고서에 따르면 무증상 감염 비율은 비교적 적어 전파의 주요 감염원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 초기 경증 환자, 급격히 상태 나빠지기도

경증으로 자가격리 대상자였다가 며칠 만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으로 이어지는 환자가 있다.

코로나19는 대부분 고령이나 흡연력이 있는 사람, 고열이 지속되거나 염증 수치가 높은 사람, 혈중 단백질이 낮거나 호흡 부전이 있는 사람에서 중증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 중에는 초기의 가벼운 증상이 오래 유지되는 환자들이 있는 반면 하루 이틀 사이에 급격히 악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임상 경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 의료진의 설명이다.

의학 저널 ‘랜싯’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사망한 50세 중국인 남성은 평소 기저질환이 없었다. 남성은 처음에 가벼운 오한과 마른기침 정도의 증상이 있었다. 그러나 발병 9일째 피로와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폐 손상이 일어난 지 5일 만에 사망했다.

우한에서 최초로 코로나19에 대해 경고한 중국 의사 리원량(34) 역시 초기에는 경증이었다. 하지만 급격히 중증 상태에 이르렀고 인공 폐를 통해 혈액까지 펌프로 순환시키는 조치 후에도 이틀 후 사망했다.

○ 심혈관 질환-당뇨병-암 환자 사망률 높아

2월 11일 중국역학저널에 실린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폐렴 유행병학적 특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10.5%), 당뇨병(7.3%), 고혈압(6.0%), 만성호흡기질환(6.3%), 암(5.6%) 순으로 평소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중증으로 이어질 확률도 정상인보다 높았다. WHO와 중국의 합동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보였다. 이는 면역력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이한 것은 면역력과 비교적 관련이 적은 고혈압 환자의 사망률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혈압 환자의 대다수가 심혈관 질환을 동반하고 있다”며 “다른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들도 면역력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합병증 발병률이 높아지고 심장, 신장 등 주요 장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김성민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혈압 환자의 사망률에 대해서는 여러 다른 가능성들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 건강한 젊은 환자, 염증 반응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원인을 알기 어려운,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 사람들의 사망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이 몸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많아져 생긴 참사일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과도하게 면역력이 증가해 대규모 염증 반응이 생기는 ‘사이토카인 폭풍’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알려지지 않은 다른 원인 때문일 수도 있다.

○ 야외-환기 잘되는 곳에서 감염 위험 낮아

WHO와 중국의 합동 보고서에 따르면 광둥성과 쓰촨성 지방의 집단 감염 344건 중 78∼85%가 가족 간에 발생했다. 가족 간의 2차 발병률은 3∼10%로 추정했다.

교도소, 병원, 장기 생활 시설 등 폐쇄시설에서 코로나19 전파에 대한 보고가 있고 이런 시설에서 사람들 사이의 근접성과 위생 상태는 전파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입자가 크기 때문에 에어로졸의 바이러스 농도가 감염에 필요한 농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즉, 야외나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는 감염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입원실이나 사무실, 엘리베이터 등 밀폐된 공간에서 계속 기침을 하는 감염자가 있다면 에어로졸 농도가 위험한 수준으로 금방 올라갈 수 있다고 봐야 한다.

○ 중증 환자, 발병에서 회복까지 3∼6주 걸려

경증 발병에서 임상적인 회복까지는 평균 2주 정도 걸린다. 중증이나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3∼6주. 발현부터 중증 질환의 발병까지의 기간은 평균 일주일 정도다. 사망한 환자의 증상 발현부터 사망까지 기간은 2∼8주 정도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코로나#임상특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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