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안내 ‘마리아봇’, 의사와 회진 ‘폴봇’ “의료인 수고 덜고, 진료 질은 높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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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현장]
국내 첫 자율주행 기능 로봇 도입한 은평성모병원



17일 오전 은평성모병원 로비. 이 병원은 지상 17층, 지하 7층, 808병상 규모로 4월 1일 진료를 시작한 뒤 지금은 외래 환자 2000명 이상이 찾아오는 서울 서북권 지역 대표 병원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중이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국내에서는 처음 자율주행 기능을 가진 로봇이 병원 로비를 누빈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것. 최근 의료계엔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의료기기들이 병원에서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17일 서울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이주엽 교수가 병동 인공지능 로봇인 폴봇에게 환자의 전자차트를 음성으로 입력하기 위해 터치스크릿을 눌러 모드를 바꾸고 있다. 동영상 캡쳐
17일 서울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이주엽 교수가 병동 인공지능 로봇인 폴봇에게 환자의 전자차트를 음성으로 입력하기 위해 터치스크릿을 눌러 모드를 바꾸고 있다. 동영상 캡쳐
은평성모병원이 도입한 로봇은 로비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길안내를 돕는 마리아(Maria)봇과 병동에서 회진을 돌면서 의사에게 환자 기록에 도움을 주는 폴(Paul)봇 두 가지다. 이들 로봇은 사람 높이의 키에 네모난 화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가슴 부위에 위치한 터치스크린을 통해 말을 걸거나 화면을 터치하면 병원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환자가 진료카드를 직접 대면 그날 진료 스케줄과 진료실의 위치를 직접 안내해준다. 실제로 본보 기자가 로비에서 마리아봇에게 다가가 안과가 어디에 있는지 말을 걸어보니 안내를 해주겠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무사히 안과 근처까지 안내를 받았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앞에 달린 카메라로 인식해 자동으로 멈추기도 했다. 자율주행로봇인 셈이다.

이곳 로봇 총괄 책임자인 이비인후과 김병국 교수는 “마리아봇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챗봇, 자율 주행 등을 이용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병원 이용안내를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스스로 학습을 통해 더 똑똑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병동 회진 로봇은 폴봇은 의사가 말하는 내용을 전자차트에 자동으로 기록할 뿐만 아니라 환자가 찍은 영상이나 각종 검사 등의 기록을 화면에 보여준다.

폴봇을 활용하고 있는 정형외과 이주엽 교수는 “의사가 환자의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자의 데이터 관리 및 작성 등을 도와줄 수 있는 로봇”이라며 “AI 언어 인식 기능 뿐만 아니라 화상 통화로 타과 의사와 협진할 수 있는 것도 현재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선 이러한 로봇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은평성모병원의 권순용 원장은 “로봇 활용으로 의료인들의 수고를 덜어주면서도 진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이를 통해 의료진들이 환자들에게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목적이다”고 말했다.

또 권 병원장은 “아직은 병원에서 로봇이 돌아다니는 것을 신기하게 또는 생소하게 생각하는 분이 많다”면서 “앞으로 마리아봇과 폴봇을 통해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인간적으로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은평성모병원은 이 외에도 환자 중심의 다학제 협진, 원데이·원스탑 진료, 중증 환자 신속 진료 시스템 등을 도입해 ‘기다림 없는 병원’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료#메디컬현장#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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