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유산…음원 유통의 혁신 ‘아이튠즈’ 어쩌다 문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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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4일 0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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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소비 스트리밍 방식의 구독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
느리고 비대해진 아이튠즈 버리고 뮤직·TV 독립 앱 체제로

애플 아이튠즈 스토어 © News1
애플 아이튠즈 스토어 © News1
역사적인 음원 시장의 혁신을 시작으로 지난 18년 간 애플 생태계의 중심을 지킨 아이튠즈가 ‘해체’된다. 지난 2001년 1월 애플의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콘텐츠 시장 대응을 위해 아이튠즈를 선보인지 18년 만이다. 애플 신화의 주인공 인 잡스의 또 하나의 ‘유산’이 사라지는 상징적 사건이다.

3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새너제이 매키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연례행사 ‘세계 개발자 대회’(WWDC 2109)에서 “새로운 맥 운영체제(OS) ‘카탈리나’를 소개하며 아이튠즈의 기능이 ‘애플 뮤직’, ‘애플 팟캐스트’, ‘애플 TV’ 등 3개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 ‘아이팟’ 1세대© 뉴스1
애플 ‘아이팟’ 1세대© 뉴스1
당초 예상대로 애플은 다운로드 중심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아이튠즈를 벗어나 독립적인 앱들을 통해 스트리밍 방식의 구독형 서비스 사업을 확장해 나갈 전망이다. 그동안 애플 하드웨어 생태계의 ‘관문’ 역할을 해왔던 아이튠즈를 버림으로써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개방하는 계기를 만든 셈이다.

◇콘텐츠 유통 혁명 일으킨 ‘디지털 허브’…애플 생태계 중심축으로

2001년 스티브 잡스가 처음 선보인 아이튠즈는 애플의 혁신 행보와 늘 함께 해왔다. 2001년 1월 출시된 ‘아이튠즈 1.0’은 맥 PC에서 MP3 파일을 재생하는 단순한 미디어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같은 해 출시된 ‘2.0’ 버전부터 MP3 플레이어 ‘아이팟’과 연동을 시작하며 애플 특유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에 나섰다.

아이튠즈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 건 2003년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가 문을 열면서 부터다. 애플은 당시만 해도 앨범 CD를 구매하거나 불법 MP3 파일을 다운로드 해야만 들을 수 있었던 음악들을 한 곡에 0.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유통하기 시작했다.

음악 산업 역사상 가장 중요한 혁신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이튠즈 스토어는 디지털 콘텐츠를 가장 성공적으로 유료화한 사례로 남았고,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 시장을 평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전략은 ‘앱스토어’와 ‘아이폰’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이후 아이튠즈는 진화를 거듭하며 음악, 영화, TV프로그램, 팟캐스트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구매해 재생하고 아이폰, 아이패드 등 온갖 iOS 기기를 관리하는 데 사용돼왔다. 맥 PC와 아이튠즈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매하고 재생하고 관리하는 스티브 잡스의 ‘디지털 허브’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아이튠즈에 계속해서 여러 기능이 더해진 탓에 너무 비대해졌다는 비판이 직면하게 됐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클라우드·스트리밍 흐름에 밀려 ‘퇴출’

한국에선 특히 아이튠즈에 대한 ‘악명’이 높다. 애플은 한국에서 저작권 문제로 아이튠즈 스토어를 정식 서비스하지 않아 주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관리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하지만 가뜩이나 느리고 복잡해진 아이튠즈는 국내 PC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윈도 환경에선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데 ‘장벽’이 될 만큼 품질이 좋지 못했다. 또 PC와 기기에 들어있는 콘텐츠가 일치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는 ‘동기화’ 기능 탓에 초기 아이폰 사용자들이 다른 곳에서 다운로드 받아 저장한 파일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등의 사고가 빈번히 일어났다.

이용자들의 불만과 함께 클라우드·스트리밍 중심의 기술 환경 변화도 아이튠즈 시대가 막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더 이상 수천개의 음원 파일을 직접 PC에 저장해놓고 기기에 옮겨 넣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미국레코드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이미 미국 내 음악 산업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이른다.

이런 흐름에 맞춰 애플도 지난 2015년 스트리밍 중심의 ‘애플뮤직’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이폰 등의 모바일 기기들도 ‘아이클라우드’ 등의 서비스를 통해 더 이상 PC에 연결해 관리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아이튠즈의 설자리가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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