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다리’가 폭염 식혀줄까… 2012년이후 한반도 상륙한 태풍 全無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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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갇힌 한반도


괌 북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12호 태풍 ‘종다리’가 북상 중이다. 열흘 넘게 이어지는 폭염을 식힐 한 줄기 비가 아쉬운 상황이지만 현재 우리나라를 덮고 있는 강한 ‘폭염 고기압’ 탓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올해 발생한 태풍은 종다리를 포함해 모두 12개다. 이 중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7호 ‘쁘라삐룬’이 유일하다. 하지만 쁘라삐룬도 우리나라를 관통할 거란 예상과 달리 대한해협을 통과해 이달 초 일부 지역에 비를 뿌리는 데 그쳤다.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은 2012년 ‘산바’ 이후 6년째 단 하나도 없다.

○ 강력한 고기압에 밀려난 태풍

기상청은 25일 오전 3시 괌 북서쪽 약 1110km 해상에서 열대저기압이 태풍 종다리로 발전했다고 발표했다. 종다리는 북한이 제출한 이름으로 참새목의 작은 새다.

태풍 발생 소식은 이날 한동안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수위를 차지했다. 연일 맑은 날씨에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지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힐 태풍 이동 경로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역대급 폭염이 찾아왔던 1994년 7월에는 7호 태풍 ‘월트’가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비를 뿌려 ‘효자’가 된 적이 있다.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현재 매우 낮다. 여전히 한반도 상공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고기압 때문이다. 오키나와 인근에 중심을 두고 한반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은 벌써 2주째 미동도 없이 정체해 있다.

일반적으로 중위도 기압계는 편서풍을 따라 계속 동쪽으로 이동하지만 이번 고기압은 워낙 강해 편서풍에도 꿈쩍 않고 버티는 모양새다. 기상청 윤기한 통보관은 “남쪽에서 계속 열기를 공급받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제자리에서 시계방향으로 뱅뱅 돌고 있다”고 전했다.

시속 19km로 북북서 방향으로 이동 중인 종다리는 현재 경로대로라면 일본 남동쪽으로 북상해 28∼29일 도쿄에 상륙하며 일본을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육지에 상륙한 태풍은 그 힘이 급격히 줄어든다. 더구나 종다리는 강도는 ‘약’, 크기는 ‘소형’이다. 일본을 관통한 뒤 우리나라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30일 동해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측하고 있다.

○ 태풍 피해 없어 다행이지만…

지난 6년간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은 없었다. 2016년 18호 태풍 ‘차바’가 제주와 부산, 울산 등지에 8475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피해를 냈지만 당시 태풍도 부산 앞바다를 지났을 뿐 육지를 관통하지 않았다.

반면 2012년에는 태풍 3개(카눈, 덴빈, 산바)가 우리나라를 관통했고, 2개(담레이, 볼라벤)는 연안을 지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거의 매년 어김없이 태풍이 한반도를 찾았다. 많은 피해를 안긴 태풍만 살펴봐도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06년 에위니아 △2007년 나리 △2010년 곤파스 △2011년 무이파 등이 있다.

2012년 산바 이후 6년간 우리나라에 이렇다 할 태풍이 없었던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기 쉽진 않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강남영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분석관은 “태풍은 적도지방의 에너지를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온난화로 바다가 뜨거워지면 한 번에 큰 태풍이 발생하면서 태풍 수는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1980∼2010년에 비해 2000∼2010년 태풍의 발생횟수는 연평균 25.6회에서 23회로 줄었다.

여기에 중·고위도의 온난화까지 태풍을 밀어내게 된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온난화로 중·고위도가 달궈지면 강한 고기압대가 형성돼 이것이 태풍을 막는 장벽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폭염#기상#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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