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원장은 “모든 치료의 기본은 환자의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해 오래 쓰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양치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잉이이잉이….’
치과에 가면 무섭게 울려대는 핸드피스(치아를 갈거나 치아 성형을 할 때 사용하는 의료기기. 보통 충치 치료에 많이 쓴다.) 소리에 치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공포가 밀려온다.
얼마 전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서는 치료를 받기 위해 치과를 찾은 헨리의 잔뜩 겁먹은 모습이 방송을 탔다. 의사 선생님을 보자마자 다급하게 “잠깐만요!”를 외치는가 하면 “선생님 릴랙스∼”라고 말하며 울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줬다. 치과 공포는 헨리뿐만이 아니다. 어린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치과 특유의 의료기기 소음에 불편함을 넘어 치료에 대한 두려움까지 느끼기도 한다. 충치가 생기기전 치아를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치과 의사는 없을까? 치료보다는 예방에 우선을 둔다는 동네 치과의원이 있다. 5번째 환자중심병원으로 선정한 이병진 콩세알 튼튼예방치과를 찾았다.
칫솔질도 개인 맞춤형
예방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 원장이 환자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것은 칫솔질이다. 이 원장은 양치질만 잘해도 구강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일 하루 세 번, 식사 후 3분 이내에, 3분 이상 양치질을 한다.’ 일명 ‘3·3·3’규칙이다.
‘이를 열심히 박박 닦으면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을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취재를 온 것이 아니라서 조금 허탈해지려는 찰나 진료를 보던 이 원장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치위생사가 환자에게 직접 양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양치질 한번 받아 보시죠.”
병원에서 양치질? 의아했다. 곧바로 치위생사가 와서는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하더니 진료 의자에 기자를 앉혔다. 황미혜 치위생사가 이것저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매일 하는 양치질이지만 실제 제대로 칫솔질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사람마다 치아와 잇몸은 매우 다양한 모양으로 존재하고 생활습관도 다르다. 칫솔도 단단한 칫솔, 짧은 칫솔, 치아 사이를 닦는 칫솔 등 자신에게 맞는 맞춤 칫솔이 필요하다.
황 치위생사는 기자에게 양치질이 잘됐는지 보자며 식용색소를 치아 사이사이에 발랐다. 취재를 오기 전에 이미 양치를 했던 터라 별 걱정을 안 했다. 잠시 후 손거울로 치아를 살펴보니 치아 중간은 염색이 되지 않아 원래의 치아 색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치아와 잇몸 사이, 특히 구석진 부위는 듬성듬성 진하게 염색약이 묻어났다. 황 치위생사는 “염색된 부위는 양치질로 닦이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름 구석구석 열심히 닦았는데 찌꺼기가 남아있다니… 치위생사가 이번에는 직접 칫솔을 들고 기자의 치아 구석구석을 양치질하기 시작했다. 칫솔모의 방향, 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칫솔모가 치아에 닿는 느낌을 기억했다가 양치할 때 따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생활습관만 개선해도 구강질환 발생 확 줄여
환자의 구강 상태를 확인하고 구강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환자 교육을 하고 있다.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조선대 치대에서 오랫동안 예방의학 교수로 재직했던 이 원장은 예방의학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원장은 “구강질환의 예방이라고 하면 불소 코팅, 틈 메우기 등을 떠올리는데 환자들에게 실제 해보니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큰 효과가 없었다”며 예방치료에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충치, 잇몸 질환을 제대로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평소 습관의 개선이 중요하다. 이는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이 원장은 환자가 두려워하는 치과 치료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치료보다 ‘환자교육’이 더 시급했다고 말했다.
환자에게 맞춤 구강건강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자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질환을 유발하는 위험 물질에 자주 노출되고 있지는 않는지, 평소 생활습관은 어떤지. 이를 알기 위해 콩세알튼튼예방치과에서는 환자에게 심층설문조사를 한다. 후에 구취 측정, 타액 검사 등으로 구강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내고 원인이 파악되면 다각적인 방법으로 치아를 강화한다. 충치는 치료하고 프라그는 제거한 뒤 치아에 다시 달라붙지 않도록 불소를 발라 치아를 튼튼하게 한다.
충치가 재발하지 않도록 꾸준한 검진도 중요하다. 콩세알튼튼예방치과는 환자마다 치료 경력과 관리능력 등을 평가하는 ‘위험평가 실시 목록’을 분석해 위험군, 보통, 위험성 없음 등으로 나눠 3개월에서 1년 단위로 주기적인 검사를 받도록 권한다.
올바른 칫솔질 알리고자 구강건강교육실도 운영
콩세알튼튼예방치과에는 예방치과 진료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이 원장의 예방치료 효과는 놀라웠다. 신장이식을 받은 한 환자는 처음 이 원장에게 왔을 때 잇몸질환이 심해 치아를 여러 개 뽑아야 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환자가 치아를 뽑기 위해서는 복용하던 약도 중단해야 하는 상황. 이 원장은 환자에게 칫솔질 교육 등 잇몸 관리를 시작하고 치료를 받게 했다. 그 결과 뽑아야 했던 치아 중 단 한 개만 제거하고 나머지는 보존할 수 있었다.
병원 한쪽의 안내판을 보니 ‘구강건강연구소’가 있다. 치과의사 몇 명과 구강 건강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일반인에게 알리는 활동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 원장은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치아 건강 정보들이 오래되거나 잘못된 것들이 많다”며 “뜻이 맞는 치과의사들과 구강건강교육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쯤해서 어떻게 이를 닦는 것이 올바른 양치 방법일까 궁금해진다. 황 치위생사는 “칫솔모를 치아와 치아 사이, 치아와 잇몸 사이에 잘 대고 부드럽게 마찰한다”고 말한다. 칫솔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너무 부드러우면 세균막이 잘 떨어지지 않아 약간은 탄력 있게 칫솔질을 하는 것이 좋다.
이 원장은 “최근에는 꼭 식후 3분 이내에 닦으라고 권고하지 않는다”며 “이를 닦을 수 있을 때 충분한 시간 동안 양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모든 치아와 잇몸을 꼼꼼히 닦으려면 3분은 족히 넘어가니 초시계를 두고 양치할 필요는 없다. 하루 세 번을 꼭 지킬 필요는 없지만 규칙적으로 이를 닦는 것은 중요하다.
칫솔모가 휘면 힘을 줘야 하는 방향과 칫솔모 끝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세균막 제거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칫솔모의 탄력이 떨어지면 칫솔은 자주 교체하는 것이 좋다. 이 원장은 “칫솔질에 특정한 방법이 특별히 좋은 것은 아니므로 지금 닦고 있는 방법을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다만 실제로 이가 잘 닦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염 예방 테이프.콩세알튼튼예방치과는 감염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었다. 중앙공급소독실을 따로 두고 기계들은 전용 소독기를 이용해 감염을 사전에 차단했다. 의사와 치위생사의 손이 닿는 조작기기들에는 환자가 바뀔 때마다 감염 예방 테이프를 수시로 바꿔가며 감염에 대비했다. 또 환자가 안전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 자신이 받는 치료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콩세알튼튼예방치과에서는 시술 전 시술 부위는 두 번 반복해서 환자에게 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이 원장은 “예방만을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아직 많지는 않다”며 “평소 올바른 양치 습관의 중요성을 알리고 환자들이 자연 치아를 되도록 보존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예방치료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선정위원 한마디, “비싼 치료 아닌 예방교육에 힘써”
처음 콩세알튼튼예방치과가 후보에 올랐을 때 선정위원들 사이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당장 치과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이 자칫 불필요하게 병원을 찾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이에 이재윤 대한치과의사협회 대변인은 “이병진 원장은 예방 치과 분야에 강한 의지를 가진 의사”라고 전했다.
구홍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본부장은 “과도한 시술로 수익을 추구하지 않고 예방교육에 중점을 뒀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감염 관리와 환자 안전을 위한 수칙을 세우고 철저히 지키고 있다는 것도 무척 모범적인 모습”이라고 칭찬했다. 김상일 병원협회 총무이사도 “요즘 치과 하면 비싼 임플란트나 교정치료를 먼저 떠올리기도 하는데 치과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추천 의사를 밝혔다.
한편 한진우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예방의학은 병이 생기기 전 취약한 부분을 사전에 치료한다는 것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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