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월 영아’ 폐이식 국내 첫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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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뇌사판정 영아 폐 기증받아
서울대병원, 9시간 수술… 최근 퇴원

심장 질환으로 투병하던 A 군(생후 40개월)은 올해 초 심장을 이식받을 대기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식 외에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증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A 군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4일 최종 뇌사 판정을 받았다. 부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생애 가장 숭고한 나눔을 하길 바라며 A 군의 폐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A 군의 폐를 이식받게 된 건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던 생후 22개월 B 양이었다. B 양은 ‘희귀성 간질성 폐 질환’을 앓고 있었다. 산소의 교환이 일어나는 허파꽈리(폐포)의 벽이 온전치 않아 갖은 치료법을 써봤지만 폐 이식 외에는 회복할 방법이 없었다. B 양을 살펴온 흉부외과 김영태 교수는 “폐를 이식받지 않으면 해를 넘기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24개월 미만 영아 환자가 폐를 이식받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간이나 콩팥과 달리 살아있는 사람이 기증할 수 없고, 특히 뇌사 기증자 중에는 아동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심폐이식협회에 2015년 등록된 전 세계 폐 이식 수혜자 4226명 중 5세 미만은 12명에 불과하고, 국내에선 영·유아 폐 이식 수술이 이뤄진 적이 없다.

지난달 4일 저녁 시작된 수술엔 김 교수 외에도 호흡기내과·마취과·감염내과·장기이식센터를 비롯해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호흡기·감염 및 중환자 치료팀 등 20여 명의 의료진이 투입됐다. 수술은 9시간 만인 5일 새벽 무사히 끝났다. B 양에게는 가장 큰 어린이날 선물이었던 셈이다.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 폐 이식팀은 B 양이 이달 12일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다고 14일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폐이식#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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