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4가’에 ‘세포배양’까지… 더욱 다양해진 독감백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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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사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

한 제약사 직원이 세포배양으로 생산되는 독감백신들을 살펴보고 있다. 동아일보DB
한 제약사 직원이 세포배양으로 생산되는 독감백신들을 살펴보고 있다. 동아일보DB
 최근 쌀쌀해진 날씨로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러 동네 병의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독감백신의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예방접종 시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이 생기게 되는데요.

 독감백신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3가 백신’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여기서 ‘3가’는 3가지 혈청형을 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일부에선 3가에서 ‘가’라는 글자가 혈청형을 더한다는 의미의 ‘더할 가(加)’나 예방이 가능하다는 의미의 ‘가능할 가(可)’로 오인하는데 실제로는 ‘가치 가(價)’를 씁니다. 따라서 3가는 3개의 가치를 갖는다는 뜻입니다. 올해는 여기에 1가지 혈청형을 추가한 ‘4가’ 독감백신이 출시돼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독감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A형 바이러스 2종(H1N1, H3N2)과 B형 2종(빅토리아, 야마가타) 중 그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를 조합해 만듭니다. 3가 독감백신은 A형 2종이 모두 포함되고 B형 2종 중 하나만 포함합니다. 반면 4가 독감백신은 A형 2종과 B형 2종을 모두 포함합니다.

 4가 독감백신의 필요성이 대두된 건 3가 독감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B형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경우(B형 미스매치)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번의 독감 시즌 동안 5번, 유럽의 경우 2003년부터 2011년까지 8시즌 중 4번이나 B형 미스매치가 발생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7년에서 2011년까지 5번의 시즌 중 2번의 B형 미스매치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한감염학회는 지난해 성인예방접종 가이드라인에 4가 백신 사용 권고를 추가했습니다.

 여기에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도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노바티스의 3가 독감백신과 SK케미칼에서 개발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국내에선 유일)이 대표적입니다. 기존에 독감백신은 유정란에서 배양해 생산했습니다. 1945년 독감백신이 첫 사용 허가를 받은 이후 70여 년 동안 유지돼 온 방식입니다. 하지만 1개의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보통 1, 2개의 유정란이 필요해 대량의 백신을 위해선 대량의 유정란을 사전에 확보해야 했습니다.

 유정란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백신이 생산되기까지는 6개월 정도가 걸리고 그 과정에서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등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 투여도 필요합니다. 이로 인해 계란, 닭고기 및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나 과민반응이 있는 사람에게 접종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반면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은 동물 세포를 활용하고 무균 배양기를 통해 생산해 제조 과정에서 항생제나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생산기간 또한 유정란 방식에 비해 절반 가까이 단축됐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변종 독감 등으로 인한 긴급 상황에 보다 빨리 대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정란 백신보다 역사가 짧아 안정성은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내 독감백신 제조 기술의 발전으로 국민들은 보다 다양한 선택권을 갖고 독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백신을 선택할 때는 가격 요소, 백신의 효과(면역원성, 예방효과), 백신의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접종 전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서 자신에게 적합한 백신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진한 의사 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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