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파킨슨병, 겔 물질 장내 투여하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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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펌프로 도파민 성분 주입… 이상증상 하루 4시간 정도로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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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김희자 씨(69)는 최근 길 한복판에서 온몸이 굳어진 채 서 있다가 사고를 당할 뻔했다. 버스에 올라타려는 순간 몸이 뻣뻣해지면서 움직임이 둔해지는 증상이 나타난 것. 자리에 그대로 멈춰 버린 김 씨는 정류장에 사람이 몰리자 식은땀을 흘렸다. 김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가족을 불렀고 부축을 받아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 병의 진행이 오래돼 이제는 지팡이를 짚고서도 제대로 걸을 수가 없는 김 씨는 가족의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최근 자신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남편과 시집갈 엄두도 못 내고 생활비를 버는 딸을 보면 살아 있다는 것에 죄책감마저 든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가장 흔한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65세 이상 인구의 1%가 파킨슨병 환자로 알려져 있다.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차츰 손실되면서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뇌에서 몸으로 제대로 된 신호를 보내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이 병에 걸리면 근육 떨림, 표정 굳어짐, 행동 지연 등 신체 운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우울, 불안, 착란 등의 정서적 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증세가 심하게 악화된 말기의 중증 파킨슨병은 치료제로 증상 조절이 어려운 것이 문제다. 약을 먹어도 효능 지속시간이 짧아지면서 오프타임(Off Time·환자가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시간)이 길어지고, 몸의 이상증세가 심해져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파킨슨병 치료제로는 보통 도파민 성분(레보도파, 카르비도파 등)이 주요하게 활용된다. 초기에 치료제를 복용하면 줄어든 도파민을 보충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병세가 오래될수록 약물 치료의 효과가 떨어진다. 이는 병의 진행 과정에서 신경세포의 손실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도파민 저장도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중증의 파킨슨병 환자들은 뇌에 전극을 삽입해 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을 받는 것도 고려할 수 있으며, 뇌심부자극술도 받기 어려운 경우 장내 겔 형태의 물질을 투여하는 치료법도 있다.

겔 물질을 투여하는 치료법은 휴대용 펌프를 이용한다. 소장으로 연결된 관을 통해 도파민 성분인 레보도파와 카르비도파가 함유된 약물을 직접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이용하면 혈액 속 도파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 치료 방법을 활용할 경우 환자의 운동 능력이 경직되거나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을 하루에 약 4시간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손영호 교수는 “몸이 굳는 등 심각한 이상증세 때문에 일상생활도 어려운 중증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엔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의 고통도 매우 커진다”며 “최근엔 몸을 제어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치료법이 속속 나오는 만큼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현석 lhs@donga.com·이지은 기자
#파킨슨병#퇴행성 신경질환#도파민 주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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