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나눠서 주입’ 관행이 C형간염 집단 발병 불렀다

  • 동아일보

중재원 ‘다나의원’ 감정서에서 드러나

수액을 맞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약품을 주입받는 주사법(IV side)이 다나의원 사태의 핵심 발병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IV side’는 주사 과정에서 혈액이 역류되기 때문에 감염에 더 취약하다. 동아일보DB
수액을 맞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약품을 주입받는 주사법(IV side)이 다나의원 사태의 핵심 발병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IV side’는 주사 과정에서 혈액이 역류되기 때문에 감염에 더 취약하다. 동아일보DB
‘단순한 주사기 재사용의 문제가 아니다. 약품을 제조해 여러 사람에게 주사기로 나눠 주입하는 행위(IV side)가 더 큰 문제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 발생의 원인을 요약한 문장이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주사기를 재사용한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주사기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후속 조치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주사기 재사용의 유형을 더 세분하고 의료계에 경각심을 주지 않으면 제2, 제3의 다나의원 사태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염 경로에 대한 세부 조사 과정에서 일명 ‘IV side’ 주사법이 집단 감염의 핵심 원인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IV side는 수액을 맞고 있는 상태에서 주사기를 기존 수액세트의 고무 부분에 꽂고 추가적으로 약품을 주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의 보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의 1차 감정서에 따르면 피해자 약 18명이 IV side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나의원 의료진은 비만 치료, 비타민 보강 등의 목적으로 여러 약품을 섞어 만든 주사액을 한 주사기에 담았다가 여러 환자에게 정맥주사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나의원은 주사기 1개로 평균 3.15명에게 IV side를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IV side가 감염에 취약한 건 주사액 주입 과정에서 혈액이 역류하기 때문이다. 만약 주사액이 오염됐거나 주사기가 재사용됐을 경우 일반 근육주사에 비해 감염 위험이 더 크다.

중재원 관계자는 “다나의원 A 원장은 현재 주사기 재사용은 인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C형간염이 집단 발병한 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하지만 주사액 나눠 주입하기, IV side 등의 행태가 밝혀진 만큼 A 원장의 과실이 거의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병의원에서 주사액을 IV side 형태로 나눠 주입하는 주사법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의료진이 여러 약물을 주사할 때 잘 포장된 일회용 주사기와 연결호스 등을 사용하는지 환자나 보호자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협의회 대표는 “약품을 나눠서 주입하는 행태가 관행적으로 벌어지는 만큼 이를 막아야 혈액을 통한 각종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c형간염#다나의원#iv 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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