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암 사망률 1위 폐암 잡는 ‘면역항암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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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사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

우리 몸의 면역을 강화해 암을 극복한다?

풍문으로 듣는 민간요법에 대한 얘기가 아닙니다. 최근 의료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마법의 항암제인 면역항암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의 항암 치료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서 죽이는 것이었다면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찾아내 없애게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 몸을 정원, 면역체계를 흙, 정상세포를 꽃, 암세포를 잡초라고 가정해봅니다.

기존 화학항암제는 잡초를 없애는 제초제입니다. 잡초뿐만 아니라 제초제가 뿌려지는 꽃과 흙 모두에 영향을 미치죠. 화학항암제는 빠르게 분화하는 암세포를 공격해 이를 없애지만, 정상세포 또한 파괴합니다. 화학항암제를 이어 나온 표적항암제는 특정 잡초만 없애는 제초제입니다. 따라서 화학항암제보다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정상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잡초에 뿌리는 것이 아닌, 흙에 뿌리는 잡초 제거용 비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화학항암제와 표적항암제와는 완전히 다르게 작용하는 것이죠. 잡초 제거용 비료는 양분이 많고 기름진 흙을 만듭니다.

잡초 제거용 비료가 뿌려진 흙은 잡초가 자라나지 못하도록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게 돼 아름다운 정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폐암의 일종인 비소세포폐암(폐암 환자의 85% 차지) 치료제인 ONO&BMS의 옵디보와 MSD의 키트루다가 바로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존에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치료에만 사용됐지만 최근에 비소세포폐암까지 적응증이 확대된 것입니다.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지만 주로 말기에 발견돼 암 사망률은 1위입니다.

이들 항암제는 인체 면역 반응 강도를 높여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기전으로,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 및 내성 등 단점을 줄였고, 한 번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오래 지속되게 만듭니다.

옵디보의 경우 1차 항암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진행한 환자들(진행성 비소세포폐암)에게서 기존의 화학항암제 대비 사망위험률을 41% 낮추며 우월한 전체생존율을 보였습니다. 1년 생존율은 42%로, 기존 화학항암제의 1년 생존율 24%보다 약 2배 높았습니다.

키트루다의 경우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암 세포에 PD-L1이라는 단백질이 많이 있는 경우 특히 치료 효과가 높았습니다. 즉 키트루다는 10명 중 약 3, 4명에게 큰 효과를 나타내므로 이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폐암 환자에게는 또 다른 치료기회가 생긴 것이어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항암제의 등장으로 보다 많은 환자들이 암 완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랍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health&beauty#이진한 기자의 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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