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 남극 해저서 열수 분출구 첫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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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빛 없는 곳서 에너지원 역할
‘무진’ 명명… 소설 ‘무진기행’서 따와, 심해 신종 생명체도 채취 성공

남극 중앙해령(바닷속 산맥)을 탐사하던 쇄빙선 ‘아라온호’ 연구진이 해저 2km에 위치한 새로운 열수 분출구를 발견했다. 박숭현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팀은 세계 최초로 고위도 지역인 남극 중앙해령에서 새 열수 분출구를 발견하고 신종 생명체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중앙해령은 야구공의 실밥처럼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해저화산 산맥으로 바다 밑 해양 지각이 형성되는 곳이다. 중앙해령에서 분출되는 열수는 태양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서 주변 생명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남극 중앙해령은 지구 전체 해령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강풍이 불고 파고가 4∼5m일 만큼 바다가 거칠어 선진국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한 지역이다. 해령 연구는 비교적 잔잔한 저위도 지역에 집중돼 있었지만 아라온호가 남극권 열수 분포와 생태계 연구에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열수는 분출 당시에는 400도 이상의 온도를 나타낼 것으로 추정되지만, 0도 정도로 차가운 남극 바닷물에 닿으면 즉시 식어 1∼2도 수준이 된다. 열수가 빠져나가면 해령 주변은 마치 안개가 자욱이 낀 상태처럼 변한다. 연구진은 김승옥 작가의 단편 소설 ‘무진기행’에서 착안해 이번에 발견한 열수 분출구 이름을 ‘안개 낀 항구’를 뜻하는 ‘무진(霧津)’으로 명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탐사에서는 신종 열수 생명체인 ‘키와 게’(Kiwa속 게·사진)와 남극 심해 ‘일곱 다리 불가사리’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이 생명체들이 발견됨으로써 남극권에는 저위도 중앙해령과 구분되는 새로운 열수 생태계 구역이 존재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 연구 결과는 지구과학 분야 권위지인 ‘지구화학, 지구물리학, 지구시스템(Geochemistry, Geophysics, Geosystems)’ 8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아라온호#남극#열수분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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