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때 걷고… 계단 오르고… 습관 바꾸니 건강이 덤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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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 1000만시대 “예방이 최선이다”] <下> 일상서 실천을

강북삼성병원 기획팀 서승현 씨가 병원 내 계단 입구에 설치된 전자식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찍고 있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이 단말기를 사용하면 자신이 오른 계단의 수가 자동으로 저장되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 확인도 가능하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강북삼성병원 기획팀 서승현 씨가 병원 내 계단 입구에 설치된 전자식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찍고 있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이 단말기를 사용하면 자신이 오른 계단의 수가 자동으로 저장되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 확인도 가능하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직장인 손종욱 씨(34)는 지난해 12월 만보기를 구입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손 씨는 거창한 다이어트까지는 못하더라도 일상 속에서 최대한 활동량을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손 씨는 만 보를 채우지 못할 경우 퇴근길에 원래 목적지보다 서너 정거장 전에 내려 집까지 걸어갔다.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였지만,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키 170cm인 손 씨는 만보기를 사기 전까지 체중이 76kg이었다. 체질량지수(BMI·m²/kg)가 26.3으로 경도 비만 상태. 하지만 현재는 71kg까지 빠졌다. 손 씨는 “다른 운동을 거의 못한 것을 감안하면 만보기 효과가 컸다는 걸 느낄 수 있다”며 “살이 빠지고 나니 소개팅 성사율도 높아지는 등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성질환 예방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작은 생활습관 변화만으로도 중장년이 됐을 때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얘기.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뇌중풍(뇌졸중), 당뇨병, 고혈압 등으로 인한 조기사망 가능성은 80% 가까이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 광명시가 배포한 건강 식사 일지 샘플. 전문가들은 식사 일기 작성이 식욕 억제에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질병관리본부 제공
경기 광명시가 배포한 건강 식사 일지 샘플. 전문가들은 식사 일기 작성이 식욕 억제에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질병관리본부 제공
○ 자신의 건강 수치를 알자

가장 손쉬운 만성질환 예방법은 자신의 건강 수치를 규칙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기본적인 건강 수치를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건강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보건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강 수치 인지율’이 높으면 만성질환 예방율도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60대 남성의 혈압 수치 인지율은 1994년 68%에서 2004년 77%까지 늘었는데, 같은 기간 고혈압 확진 환자 중 약을 잘 복용하면서 혈압 수치를 정상으로 끌어내린 비율이 40%에서 62%까지 증가했다.

정율원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 책임연구원(예방의학과 전문의)은 “고혈압 당뇨병은 전 단계에서 위험을 인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며 “미국의 연구 결과는 아는 만큼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신의 건강 수치 알기’에 대한 인식이 낮은 실정이다. 지난해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혈압 수치를 알고 있는 비율은 47.2%에 불과하다. 혈당(11.6%), 콜레스테롤(5.5%) 수치 인지율은 더 낮았다. 질병관리본부는 건강 수치 인지율을 높이기 위해 9월부터 ‘자기 혈관 숫자 알기, 레드써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건강 수치를 일기장 형식으로 기록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특히 만성질환의 전 단계인 고도비만 환자들의 경우 식단 일기를 쓰면 식욕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단 일기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적으로 먹고 있는 탄수화물과 지방의 섭취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 회사 투자가 개인 습관 바꾼다

개인의 건강한 생활습관을 위해 일터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가정보다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강북삼성병원이 개발한 ‘오르GO 나누GO’ 애플리케이션은 회사가 직원의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병원은 약 1500만 원을 투자해 모든 계단 입구에 전자식 단말기를 설치했다. 직원들은 버스를 타고 내릴 때처럼 계단 입구에 들어갈 때와 나갈 때마다 스마트폰을 이 단말기에 찍는다. 직원들은 앱을 통해 자신이 오른 계단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계단 이용 목표량도 설정할 수 있고, 다른 직원과의 비교도 가능하다.

11월에만 573계단을 올라서 23일 현재 전체 직원 중 계단이용 순위 3위에 올라 있는 신호철 강북삼성병원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앱 개발 후 직원들 사이에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생활 속의 작은 변화가 질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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