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자녀들이 집에서 컴퓨터 사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스티브 잡스는 구식(low-tech) 아버지였다'라는 기사에서 잡스를 비롯해 기술기업 최고경영자 중에는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태블릿, 스마트폰, 컴퓨터 등 IT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NYT는 애플에서 아이패드가 처음 출시됐던 2010년 말 잡스와 했던 인터뷰 한 대목을 소개했다. 잡스는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좋아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 애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놀란 기자에게 잡스는 "아이들이 집에서 IT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어느 정도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잡스의 공식 전기를 집필했던 월터 아이작슨도 "스티브 잡스는 저녁이면 식탁에 앉아 아이들과 책, 역사 등 여러 가지 화제를 놓고 대화했다"면서 "아무도 아이패드나 컴퓨터 얘기를 끄집어내지 않았다. 아이들은 전혀 기기에 중독된 것 같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NYT는 잡스 말고도 첨단 기술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벤처 캐피탈 사업가 중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들은 학교 수업이 있는 날엔 자녀들에게 모든 기기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주말에만 시간을 정해 사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무인 로봇 제조사인 3D 로보틱스의 크리스 앤더슨 대표는 집에 있는 모든 IT기기에 시간제한을 설정해 놓고, 다섯 자녀가 부모의 통제 하에 이를 사용하도록 해놓았다.
그는 "애들이 나와 내 아내에게 '파시스트'라 부르며 기술에 대한 걱정이 지나치다고 비난한다. 또한 자기 친구들 집에는 그런 규칙이 없다고 항의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기술의 위험을 먼저 겪어 봤기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위험'은 어린 자녀들이 포르노 등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사이버 왕따'를 당하는 것, IT기기에 중독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NYT는 전했다.
통신·마케팅 기업인 아웃캐스트 에이전시의 알렉스 콘트탄티노플 대표도 5살 막내아들에게는 IT기기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다만, 10살 13살인 큰 아이들에게는 하루 30분 정도 허용한다고 전했다. 트위터의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도 IT기기 대신 두 아들에게 수 백여 권의 책을 읽게 한다고 말했다.
NYT는 이들 부모들은 자녀들의 연령에 따라 IT기기 사용을 제한하는데, 보통 10세 미만 자녀의 경우 주말에만 30분에서 2시간가량 사용하게 한다. 10살~14살 아이들에겐 주중 방과 후에 컴퓨터를 쓸 수 있게 하지만, 오직 숙제를 하는 용도로 쓰게 한다. 또한, 청소년 자녀들에게 스냅챗을 제외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용을 금지한다. 스냅챗은 수신인이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고 나면 사라지는 이른바 '휘발성' SNS다.
한편, 딕 코스톨로 트위터 대표처럼 "아이들의 IT기기 사용에 너무 많은 제한을 두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NYT는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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