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과학수사 드라마 美 ‘CSI 마이애미’ 법의학본부 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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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현장 베테랑 법의관 부검 여부 판단하고 결정

마이애미데이드 법의학 본부(ME Office)는 전문 법의관들이 부검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사인을 규명하는 미국 내 최고 수준의 과학수사 기관이다. 법의학 본부의 부검실에서 한 직원이 내부 집기를 정리하고 있다.
마이애미데이드 법의학 본부(ME Office)는 전문 법의관들이 부검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사인을 규명하는 미국 내 최고 수준의 과학수사 기관이다. 법의학 본부의 부검실에서 한 직원이 내부 집기를 정리하고 있다.
“범죄 현장을 녹화한 폐쇄회로(CC)TV 영상입니다.”

법의학자 한 사람이 범죄 현장을 실시간 촬영한 영상을 틀자 방에 있던 10여 명의 의사도 자세를 고쳐 앉으며 집중한다. 화면 속에서는 복면을 쓴 권총강도가 한 피부관리실에 들어와 권총을 난사하는 장면, 가게 한쪽에 앉아 있던 어린아이 한 명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이 나왔다.

CCTV를 통해 범죄 현장을 확인한 법의학자들은 사망한 어린아이의 부검 과정을 상세히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토론을 벌였다. 어린이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총격이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서다.

○ 미드 ‘CSI 마이애미’ 실재했네

국내에서 과학수사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진 계기는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 방영이다. 특히 드라마 배경이 된 라스베이거스와 마이애미, 뉴욕은 과학수사가 어느 곳보다 발전한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17일 찾은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미드 CSI 마이애미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도 가장 발전된 법의학 및 과학수사 체계를 갖추고 있다. 마이애미 공항에서 동쪽으로 15km 떨어진 마이애미대병원 외상센터 맞은편에 위치한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법의학본부(ME Office)’는 카운티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3000건 이상의 의학적, 과학적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법의학 체계는 크게 법의관 제도와 검시관 제도로 나뉜다. 검시관은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것이 주요 업무인 반면, 법의관은 의학적 조언과 범인 판단 여부에 결정적인 의견을 내며 부검 여부를 판단하고 수행한다.

한 독극물 전문가가 부검 과정에서 나온 표본의 독극물을 분석하고, 결과를 컴퓨터로 정리하고 있다. 마이애미=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한 독극물 전문가가 부검 과정에서 나온 표본의 독극물을 분석하고, 결과를 컴퓨터로 정리하고 있다. 마이애미=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법의관은 드라마에서처럼 현장을 직접 찾기도 하는데 경찰에게 CCTV 영상을 포함해 다양한 증거물을 요청할 수 있는 등 범죄 수사에 관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권한을 갖고 있다. 법의관은 200건 이상의 부검 경험을 갖고 있는 병리학 전문의 중에서 시험을 통해 선발한다.

에마 루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수석법의관은 “다양한 검시제도 중에서 법의학본부 체제는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과학-의학 수사 제도”라고 말했다.

○ 의학-과학 연계돼 ‘범죄 꼼짝 마’


마이애미 법의학 본부가 유명해진 이유는 과학기술팀과의 긴밀한 연계 때문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처럼 법의관들은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증거는 본부 내 전문 분석팀에 넘겨 공동 대응한다. 또 사건 현장의 정밀한 증거사진을 남기기 위해 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사진팀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적 범죄 연구를 위해 부검 과정에서 얻은 인체조직을 모아두는 ‘조직은행’도 구축 중이다. 우리나라도 드라마 때문에 과학수사에 대한 대중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미국에서는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검시관 제도도 전문 법의관 제도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범죄 현장을 신속하게 찾아 초동조사를 할 검시관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또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할 때도 미국에서는 법의관 재량이지만, 우리나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대학 법의학팀에서 부검을 하기 위해서는 가족 동의와 함께 경찰이나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이상한 경북대 법의학과 교수는 “미국은 조사해야 할 죽음이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범죄 수사에 다양한 과학적 의학적 수단이 총동원된다”며 “우리나라도 과학적 법의학 수사기법을 강화하는 한편 제도의 개선과 현장 전문가 양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애미=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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