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장기기증자 평균 41세… 신앙인-남성이 2배 이상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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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20년간 뇌사장기기증자 222명 분석해보니

올해 6월 서울성모병원 로비에서 국내 최초 의사 출신 뇌사 장기 기증자 음태인을 기리는 20주기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올해 6월 서울성모병원 로비에서 국내 최초 의사 출신 뇌사 장기 기증자 음태인을 기리는 20주기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1993년 6월 서울성모병원 인턴이었던 음태인 씨. 그는 근무기간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졌다. 음 씨의 아버지인 소아과 의사 음두은 박사(78)는 평소 아들의 장기기증 의지에 따라 부자의 모교인 가톨릭의대를 통해 뇌사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결국 음 씨는 국내 첫 의사 출신 장기 기증자가 됐다. 그의 간과 신장, 각막 등은 5명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줬다. 특히 간은 심한 간경화를 앓던 환자에게 이식됐고 이 수혜자는 지금까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올해로 서울성모병원이 뇌사 장기기증을 실시한 지 20년이 됐다. 그동안 222명의 뇌사 장기기증자가 새 생명을 나눠줬다. 본보가 222명을 분석한 결과 뇌사원인은 뇌혈관계 및 뇌중풍(뇌졸중)이 119명으로 가장 많았고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두부 외상 76명, 심장 정지 및 무산소증 22명 등의 순이었다.

뇌사 장기기증자의 평균 연령은 41.2세로 최연소 14개월, 최고령은 74세였다. 성별로는 남자가 151명으로 여자 71명의 2배가 넘었고 종교가 있는 사람이 155명으로 없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 222명은 1062개의 장기를 기증해 뇌사자 1인당 4.6명에게 새 인생을 선물했다. 최다 장기기증자는 27세 남성으로 9개의 장기를 8명에게 주었다.

문제는 미국이 100만 명당 26.1명이 장기를 기증하는 데 비해 한국은 100만 명당 7.2명에 불과해 장기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양철우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뇌사자 한 명이 장기를 기증하면 환자 여러 명에게는 큰 희망이 되고 유가족에게는 떠난 가족을 생각할 수 있는 위로가 된다”며 “기증자 유족은 기증자가 세상 어디에선가 건강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큰 의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증자와 유가족의 숭고한 뜻을 기릴 수 있도록 유가족 예우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뇌사자들을 위한 가톨릭 위령미사를 해마다 11월에 지낼 뿐만 아니라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 대세, 연미사, 장례미사, 연도 등의 가톨릭 전례를 통해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1993년 처음으로 뇌사자로부터 간 이식을 한 뒤 △1995년 심장 이식 △1996년 신장과 췌장 동시 이식 △2002년 국내 최초 골수 이식 뒤 간 이식 등을 시행했다. 최근엔 골수 이식 뒤 신장 이식을 실시해 면역 억제제를 먹지 않고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했고 혈액형불일치 3차 신장 이식에 도전하는 등 고위험 환자의 장기이식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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