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10대와 50대 모두 大화면 스마트폰 써라,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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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50대 모두 大화면 스마트폰 써라, 왜?
● 내게 맞는 최고의 스마트기기는

김철수 씨(26)는 경기 구리시에서 성남시로 출근하는 직장인이다.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출퇴근을 한다. 집에서 직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반 남짓. 그런데 몇 달 전부터 고민이 생겼다. 출퇴근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게 아까워 책을 한 권 들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연쇄적으로 여러 문제 또는 고민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작은 문고판 책을 들고 다닐 때는 괜찮았는데, 400쪽이 넘는 번역서를 들고 다니려니 팔이 빠질 지경이었다. 노트북과 업무자료가 든 가방을 등에 메고서 스마트폰과 책을 번갈아 보다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넘어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 우연히 스마트폰용 전자책 앱을 알게 됐다. 앱을 이용하고 나서 며칠 동안은 신세계를 만난 듯했다. 서서 갈 때도, 심지어는 길을 걸을 때도 계속 책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다른 문제가 생겼다.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켠 채로 다녔더니 배터리가 지나치게 빨리 닳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중요한 업무 전화를 놓쳐 상사의 질책을 들은 뒤로는 생각이 달라졌다. 게다가 작은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자니 눈도 침침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책도 안 되고, 스마트폰도 안 된다면, 요즘 유행하는 태블릿PC를 사는 수밖에 없겠네. 하지만 그렇게 비싼 물건을 사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이 있는데 괜히 낭비하는 건 아닐까?’

김 씨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가 3대 이동통신사의 전문가 및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에게 조언을 구해 봤다. 4명의 전문가는 상황에 맞는 최고의 스마트기기 조합이 무엇인지 친절히 안내해 줬다. 기자는 전문가들에게 먼저 한 대 이상의 스마트기기를 쓸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물어본 뒤, 연령대별 사례를 제시하고 해결 방안을 들어 봤다.

전문가들은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조합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으로 ‘이용 형태’를 꼽았다. 자신이 통화를 많이 하는 타입인지, 문자를 많이 보내는 타입인지, 인터넷을 많이 하는 타입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도 중요하다. ‘전자책 전용으로 사용하겠다’라거나 ‘출퇴근 때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겠다’, ‘내비게이션 대신 쓰겠다’라는 생각이 있다면 태블릿PC 구매를 생각해 봄직하다. 그러나 큰 고민 없이 덥석 구매했다가는 비싼 물건이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류 소장은 “자신이 어떤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는지를 짚어 보고, 생활 속에서 해당 기기가 정말 필요한지를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바쁜 직장인, 태블릿PC를 써라

태블릿PC는 여유로운 사람만 쓰는 ‘사치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상대적으로 큰 화면으로 동영상을 감상하고, 웹서핑을 즐기는 ‘비싼 장난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쁜 30, 40대 직장인은 태블릿PC를 제대로 활용했을 때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원성운 KT 상품기획팀장은 “외근과 출장이 잦은 직장인의 경우 출퇴근 때뿐만 아니라 업무에서도 태블릿PC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선 회사 밖에서 고객을 만날 때마다 가방에서 서류뭉치를 주섬주섬 꺼낼 필요가 없다. 그 자리에서 바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수 있다. 무선 인터넷을 이용해 검색을 하거나 자료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 팀장은 “스마트폰만으로 통화와 업무를 처리한다면 배터리 소모가 커지고, 동시에 두 가지 작업을 함께 하는 와중에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전문가 4명 중 3명이 30대 직장인에게 업무상 필요하다면 휴대전화와 별개로 태블릿PC를 사용할 것을 권했다.

피처폰과 태블릿PC의 조합도 생각해 볼 만하다. 스마트폰의 기능을 둘로 나눠 통화는 피처폰으로, 인터넷 검색이나 업무는 태블릿PC로 좀 더 쾌적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휴대전화 배터리 관리에 민감한 사람은 통화용으로 피처폰을 쓰는 게 낫다. 권상헌 SKT이매진 스마트라이프 컨설턴트는 “사무실에서 유선전화로 주로 업무를 한다면 피처폰을 사용하는 것이 금전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합은 그 외에도 의외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다니게 되면 쓸데없이 쓰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길을 걸어갈 때 꼭 연예뉴스를 보거나 게임을 해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위험하기도 하죠. 태블릿은 스마트폰보다는 휴대성이 약간 떨어지니까 오히려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습관을 기를 수도 있을 겁니다.”(류 소장)

태블릿PC는 스마트폰에 비해 ‘생산성 앱’의 활용도가 높다는 장점도 있다. 각종 오피스 프로그램을 통해 문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고 그래픽이나 음악 작업도 가능하다. 단, 자신이 선택하는 태블릿PC가 본인이 필요로 하는 요소를 갖추고 있는지를 반드시 미리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주로 접속하는 사이트가 어도비의 ‘플래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면 애플의 ‘아이패드’는 피하는 것이 좋다. ‘아이패드’에서는 플래시가 아예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류 소장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앱이나 기능이 있는지를 미리 확인한 뒤 구입하지 않으면 노트북과 태블릿PC를 동시에 쓰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10대, 가격부담 적은 大화면으로

전문가들은 50대와 10대에게 대화면 스마트폰을 쓸 것을 권했다. 50대 이상은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작은 화면 속 깨알 같은 글씨를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큰 화면의 스마트폰은 오히려 피처폰보다 사용하기 쉬울 수도 있다. 원 팀장은 “고연령층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전문가들이 10대에게도 똑같이 대화면 스마트폰 사용을 권했다는 점. 물론 이유는 조금 달랐다. 태블릿PC는 아직까지는 40만∼100만 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부담스럽다. 약정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한다고 해도 휴대전화 요금과 맞먹는 수준의 요금을 별도로 내야 한다. 남국현 LG유플러스 고객분석팀장은 “경제적인 조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통화, 메신저, 동영상 시청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대화면 스마트폰이 가장 적절하다”라고 말했다.

단, 이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아직 약정기간이 많이 남았다면 저렴한 가격대의 와이파이 전용 태블릿PC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남 팀장은 “위약금을 물어 가며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것보다는, 구형 스마트폰을 쓰면서 와이파이 태블릿PC를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낫다”라고 말했다. 특히 번호이동이나 단말기 변동 없이 스마트폰을 장기간 이용하면 각 통신사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1만∼2만6000원의 요금 할인이 된다.

이 조합은 ‘카카오톡’ ‘마이피플’ ‘라인’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좋다. 스마트폰은 ‘카톡머신(성능이 떨어져 다른 앱은 사용하지 않고 카카오톡 등 메신저만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일컫는 말)’으로 쓰고, 와이파이 전용 태블릿PC로는 다른 기능을 이용하는 식이다. 10만∼30만 원대의 초저가 태블릿PC를 구입해 동영상 시청이나 인터넷 강의 시청에만 사용하는 것도 돈을 아끼는 방법이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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