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나라’ 영국, 태양광보다 100억배 밝은 X선 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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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 최대 국립과학단지 ‘하웰캠퍼스’에 가보니

옥스퍼드 인근에 위치한 영국 최대 국립과학연구단지인 ‘하웰과학혁신캠퍼스’. 도넛 모양의 은색 건물이 2007년 가동을 시작한 방사광가속기 ‘다이아몬드’다.
옥스퍼드 인근에 위치한 영국 최대 국립과학연구단지인 ‘하웰과학혁신캠퍼스’. 도넛 모양의 은색 건물이 2007년 가동을 시작한 방사광가속기 ‘다이아몬드’다.
가속기로는 세계 처음으로 중성자빔과 뮤온빔을 만들어 낸 ‘ISIS’의 내부 전경. 영국 정부는 2008년 ‘ISIS 2’를 증축하며 첨단 과학기술 강국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영국 과학기술시설위원회 제공
가속기로는 세계 처음으로 중성자빔과 뮤온빔을 만들어 낸 ‘ISIS’의 내부 전경. 영국 정부는 2008년 ‘ISIS 2’를 증축하며 첨단 과학기술 강국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영국 과학기술시설위원회 제공
‘뉴턴의 나라’로 유명한 전통적인 과학 강국 영국이 첨단 과학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영국 정부는 1950년대 원자폭탄 연구를 진행했던 옥스퍼드대 인근 하웰 지역을 가속기 등 첨단 과학시설을 갖춘 영국 최대 규모의 국립 과학연구단지로 변모시켰다. 지난달 19일 ‘하웰과학혁신캠퍼스(Harwell Science and Innovation Campus)’를 찾았다.

○ 2km² 캠퍼스에 145개 기관 밀집


하웰캠퍼스는 옥스퍼드 시내에서 남쪽으로 26km가량 떨어진 디드콧에 있다. 런던에서는 자동차로 1시간쯤 걸린다. 2km²에 이르는 널찍한 캠퍼스 안에는 유럽우주국(ESA) 영국센터 등 145개 기관이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과학자는 4500명. 영국 정부가 2006년 2640만 파운드(약 500억 원)를 투입해 연구동을 새로 짓는 등 노력한 결과다.

영국은 지금까지 노벨 과학상을 80개 이상 따냈다. 하지만 1970년대 13개에서 1980년대 4개, 1990년대엔 2개로 그 수가 급격히 줄면서 과학강국의 자존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도 2010년 노벨 물리학상과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아 체면치레만 했다. 위기감을 느낀 영국 정부는 하웰캠퍼스를 기초과학 연구와 원천기술 개발의 거점으로 변신시켜 첨단 과학기술강국으로 부활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삼았다. 하웰캠퍼스를 운영하는 과학기술시설위원회의 테리 모비 씨는 “영국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 예산을 최대 40%까지 삭감하는 상황에서 하웰캠퍼스에는 특별 예산을 배정해 가속기 등 거대 과학시설을 새로 지었다”고 말했다.

○ ‘다이아몬드’ 새로 열고 ‘ISIS 2’ 건설

2007년 문을 연 영국 내 최대 규모의 과학 시설인 방사광가속기 ‘다이아몬드’가 대표적이다. ‘다이아몬드’는 축구장 5개를 합쳐 놓은 크기로 도넛 모양이다. 둘레가 562m인 거대한 링을 따라 전자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돌면서 태양광보다 100억 배 밝은 X선을 만들어낸다.

세계적으로 방사광가속기가 50여 개나 운영되는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다이아몬드’를 건설하기로 결심한 데는 X선 연구에서만 그간 노벨상이 19개나 나왔으며 그중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한 연구가 4개나 된다는 이유가 컸다. 영국 정부는 2억6300만 파운드(약 4800억 원)를 들여 ‘다이아몬드’를 건설한 뒤 최근까지 5년간 1억2000만 파운드(약 2170억 원)를 추가로 투입해 빔라인을 총 18개로 늘렸으며 2017년에는 빔라인을 총 32개로 늘릴 계획이다.

‘다이아몬드’ 인근에는 1984년부터 하웰캠퍼스를 지켜온 양성자가속기 ‘ISIS’가 있다. ISIS는 지름 52m의 링에서 양성자를 가속해 중성자빔과 뮤온빔을 만들어낸다. ISIS는 항공기인 ‘에어버스’의 날개 구조를 테스트해 비행에 적합한 날개를 설계하고, 강철보다 튼튼한 거미줄의 비밀을 알아내는 등 활약을 펼쳐 ‘21세기 원더랜드’로 불려왔다.

영국 정부는 2008년 2억 파운드(약 3600억 원)를 투입해 ‘ISIS 2’를 완공했다. ISIS 2로는 머리카락 굵기 1만분의 1의 가느다란 물질도 관측할 수 있다. ISIS 마틴 불 박사는 “영국 정부는 ‘다이아몬드’나 ISIS 같은 첨단 장비를 전 세계 과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1년부터 ISIS를 이용해온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미국 일본에도 비슷한 가속기가 있지만 ISIS는 20년 넘게 운영한 노하우를 갖고 있어 여전히 가장 많은 과학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디드콧(영국)=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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