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무겁다 가슴이 조인다’ 수험생 스트레스…유산소운동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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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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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2월 말 정시합격 때까지 불안… 긴장감 관리 요령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끝났지만 수험생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수능 끝, 행복 시작”이라고 말하기 어렵게 됐다. 수능 난도가 낮아져 변별력이 지난해보다 떨어짐에 따라 복잡한 수시 논술과 면접, 정시 대학별 고사, 마지막 학기 학생부 성적 등 수험생이 챙겨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최종 대입 합격을 위해 수능 이후에도 기말고사를 잘 치러야 하고, 수시2차 응시원서를 쓴 뒤에도 정시에 도전해야 할 수도 있다. 내년 2월 말 정시 합격자 최종 통보 때까지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는 수험생이 늘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권영훈 교수는 “두 달 이상 계속되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학습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질병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어깨가 무겁다면 긴장형 두통에 조심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하고 교감신경이 자극된다.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면 혈당이 증가하고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진다. 교감신경이 자극되면 말초 혈관이 수축되고 심장 박동 수가 늘어난다.

논술고사나 면접, 정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있는 수험생의 상당수도 이런 환경에 노출돼 있다. 문제는 이런 기간이 두 달 이상 지속된다는 것. 수험생이 장기간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손발이 뻣뻣해지고 두통, 불면증, 기능성위장장애, 변비에 걸릴 수 있다.

수능이 끝나고 수험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두통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다. 대부분 “머리가 무겁다” “가슴이 조인다” “어깨에 무엇을 올려놓은 것 같다”는 증상을 호소한다. 긴장형 두통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이런 두통은 과도한 스트레스나 우울증 및 불안심리에 의해 많이 발생한다. 불규칙한 수면습관과 식습관 때문에도 발생한다. 특히 지난 1년간 운동을 줄이고 책상에 한 자세로 앉아 지낸 수험생의 경우 어깨 근육과 목 근육의 경직으로 인한 두통을 호소한다.

○ 질병이 될 수 있는 우울 증세

수험생 허가연 양(18)은 수능 이후 체중이 3kg이나 줄었다. 수능이 끝났지만 밥만 먹으면 체하는 통에 식사를 하기 어려울 정도다.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수시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데 계속되는 복통 때문에 앞으로 남은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12월과 1월은 소화기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건강한 사람도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진다. 수능 이후에도 대입 성패를 좌우하는 시험이 남아 있는 수험생은 소화기 질환 관리에 힘써야 한다.

수능을 잘 치른 학생,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은 학생 모두 수능이 끝난 이후에는 피로감과 공허함을 느낄 수 있으므로 우울증을 경계해야 한다.

권 교수는 “가벼운 소화 장애도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못하면 기능성 위장장애나 변비로 발전된다. 두통도 장기화되면 우울증이나 불면증이라는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반드시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습효율 높이는 가벼운 운동

한 수험생이 뭉친 다리 근육을 풀기 위해 전문가 도움을 받으며 다리를 길게 뻗는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한 수험생이 뭉친 다리 근육을 풀기 위해 전문가 도움을 받으며 다리를 길게 뻗는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전문가들은 수능 이후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으로 생활리듬 유지와 적절한 운동,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권한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수능 이후 스트레스 관리의 첫걸음은 하루 7, 8시간 수면과 규칙적인 식사로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책 등 가벼운 운동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 교수는 “매일 짬을 내어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을 통해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면 스트레스를 퇴치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 진행되는 입시전쟁에서 체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산소운동은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력 감퇴 등 뇌 인지기능 저하를 극복하고 학습 효율을 높이는 데도 적극 권장된다. 권 교수는 “유산소운동이 뇌 혈류량을 증가시켜 기억력 증진과 뇌 네트워킹 능력을 올린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며 틈나는 대로 운동할 것을 권했다.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자연식품은 수험생의 불안을 없애주는 안정제 역할도 한다. 시금치 당근 브로콜리 바나나 사과 블루베리 사과 감 등에 많이 들어 있는 비타민 A와 C는 정신을 맑게 해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영양 균형과 체력 회복을 위해 비타민제 등을 복용할 수도 있다.

○ 두통약이나 소화제 복용할 땐 주의를

운동이나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없다면 병원에서 상담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좌절감 우울함 등을 호소하는 학생들은 부정적 사고가 장기간 계속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우울증이 있는 학생의 경우 시험 실패 후 분노, 우울 단계가 두 달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면접 등을 앞두고 두통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막연히 참는 것보다 안전한 두통약을 복용하는 것이 낫다. 단 전문가에게 용법과 용량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약품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본 뒤 복용해야 한다. 두통약을 먹더라도 위장장애가 작은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으로 이루어진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면접 당일 소화가 되지 않으면 위장에 무리가 작은 소화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다. 소화가 안 된다고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시면 오히려 소화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과도한 물 섭취는 피한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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