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대장균’ 美-英까지 확산… 한국도 검역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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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 ‘검역 대상 감염병’ 긴급 지정

보건복지부는 3일 독일 스웨덴 등 유럽 국가에서 확산되고 있는 장출혈성 대장균(EHEC) 감염증을 검역 대상 감염병으로 긴급 지정했다.

○ 법정감염병 지정

4일부터 독일에서 출발해 한국에 도착하는 항공기의 탑승객과 승무원은 검역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검역 대상 감염병에 대해 강제로 국민의 감염 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검역 대상 감염병은 콜레라, 페스트, 황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신종인플루엔자 감염증 등이다. 통상 독일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는 하루 평균 4편. 4일부터 독일발 비행기로 입국한 승객과 승무원들은 설문지를 통해 이상 유무에 대해 1차 점검을 받는다. 복통, 설사 등 이상 징후가 있으면 보균에 대한 조사를 받으며, 의심 환자는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4시간 동안 격리돼 정밀 검사를 받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EHEC는 제1군 법정감염병에 속하는 질병으로 연평균 40명가량의 환자가 발생한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올해 1∼5월 국내에서 EHEC 진단을 받은 환자는 9명이고 이 중 사망자나 중환자, 독일에 다녀온 환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 병원성 대장균 변종으로 판명

독일에서 발생해 확산되고 있는 치명적인 박테리아는 병원성 대장균의 변종인 ‘시가 톡신 생성 대장균(Shiga toxin-producing Escherichia coli·STEC)’으로 판명됐다고 2일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가 밝혔다. 독일 함부르크대와 공동으로 대장균 연구를 진행해온 중국 남부 광둥(廣東) 성 선전의 BGI 게놈연구소도 이날 문제의 박테리아가 새로운 변종 병원성 대장균이라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변종 박테리아가 기존의 병원성 대장균과는 다르지만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만 있는 변종과는 상당 부분이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 유럽서만 19명 숨져

2일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새 변종 대장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3명의 EHEC 환자가 발생했으며 정확한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독일을 여행하고 온 뒤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보건당국도 최근 독일을 여행하고 온 영국인 3명과 독일인 4명이 EHEC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발생한 환자 3명은 심각한 신장 기능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증세가 나타났으며 나머지 4명은 혈변 등을 보이고 있다.

변종 대장균은 지난달 22일 독일에서 처음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2000명 이상이 감염됐으며 독일 18명, 스웨덴 1명 등 유럽에서만 19명이 사망했다. 러시아는 2일 변종 대장균에 대한 우려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으로부터 채소 수입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연간 유럽에서 8억6800만 달러어치의 채소를 수입한다. 아랍에미리트도 독일과 스페인, 덴마크, 네덜란드산 오이 수입을 금지했다.

○ 우유에서도 또 다른 슈퍼박테리아 발견

영국 케임브리지대 마크 홈스 교수(예방수의학)는 3일 의학저널 ‘랜싯 전염병(Lancet Infectious Diseases)’에서 영국과 덴마크에서 생산되는 우유와 사람들에게서 전혀 새로운 종류의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홈스 교수는 이 슈퍼박테리아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의 일종으로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는 신종이며 공중보건에 잠재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서남부 450개 목장에서 채취한 표본 940개 중 13개에서 같은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 신종 MRSA가 검출된 것.

연구진은 “젖소 질병인 유선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이 박테리아는 살균 우유나 유제품의 안전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동물을 직접 다루는 사람들에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명 ‘살을 먹는’ 박테리아로 불리는 MRSA는 전 세계 병원 환자들의 주요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는 세균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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