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나 공장에 적용되는 스마트 빌딩 기술 시연. 센서가 내부 설비의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중앙컴퓨터에 전송하면 컴퓨터가 가동효율을 계산해 설비의 전원을 켜고 끈다. 뤼에유말메종(프랑스)=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트리쿠아르 사장조명과 냉난방, 보안 등을 건물 스스로 관리하는 ‘스마트 빌딩’ 기술이 상용화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프랑스 에너지 관리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실내 환경과 건물 운영을 중앙에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본사 건물에 적용해 13일 공개했다. 현지를 직접 방문해 스마트 빌딩 기술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스마트 빌딩과 일반 건물의 가장 큰 차이는 센서 네트워크였다. 7층짜리 본사 건물에는 센서가 150개나 장착돼 있었다. 센서는 조도나 온도,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의 정보를 중앙컴퓨터에 실시간 전송했다. 중앙컴퓨터는 받은 정보를 종합해 해당 지점에 사용자가 없거나 전력 소비가 일정 기준 이상일 때 조명을 끄고 냉난방 장치 가동을 멈춘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에어컨을 켜도 실내 온도를 원하는 만큼 빨리 낮출 수 없다. 에어컨을 켜면 태양빛이 강렬하게 비치는 창문에 저절로 블라인드가 내려온다. 조명은 조금 더 밝아지고 실내 온도는 서서히 내려간다. 간단해 보이지만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이 기술을 적용해 건물 전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스마트 빌딩은 CCTV 카메라 영상을 이용해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보안을 한다. 사용자의 ID카드를 CCTV에서 인식해 층별 출입을 관리한다. 고가의 위험한 설비가 있는 곳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감지될 때 설비의 전원을 차단하고 문을 잠글 수 있다.
스마트 빌딩 기술은 일부 발전소나 공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 빌딩 기술이 적용된 공장은 시간당 에너지소비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과열된 일부 장치가 작동을 멈춘다. 센서가 모터 같은 내부 설비의 온도를 실시간 관측하면서 가동 효율을 계산하기 때문에 전력이 모자랄 때 효율이 높은 설비에 전기를 더 쓸 수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장파스칼 트리쿠아르 사장은 “에너지를 아끼면서 설비가 과부하되는 것도 막는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연구팀은 미래에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에 대비해 주차장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차된 차량들의 충전 상태를 보면서 방전된 차량에 자동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본사 건물 주차장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스마트 빌딩 기술은 대부분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트리쿠아르 사장은 “스마트 빌딩 기술은 당장이라도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기존 건물을 스마트 빌딩으로 바꾸는 비용 때문에 기술을 적용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치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며 “내년 봄 파리 시내에 있는 건물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에릭 리제 사장은 “한국은 인구가 밀집해 살기 때문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특히 더 중요하다”며 “제주도에 구축한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처럼 스마트 빌딩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수준이 높기 때문에 스마트 빌딩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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