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뉴스줌인] e북 리더기는 태블릿 PC라는 폭풍을 헤쳐나올 수 있을까?

동아닷컴 입력 2010-09-07 16:25수정 2010-09-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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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스퍼트-KT의 아이덴티티 탭과 삼성전자-SKT의 갤럭시 탭이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태블릿 PC를 기다리는 사용자의 기대감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e북 리더기 측의 걱정은 커져만 가고 있다. 아직 국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커다란 암초를 만난 격이다. 아무리 e북 리더기와 태블릿 PC가 특성이 다른 기기라고 해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다. 태블릿 PC와 e북 리더기 2개를 동시에 들고 다니면서 사용할만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얼마 전 출시된 ‘아이덴티티 탭’에 탑재된 e북 뷰어 애플리케이션

이는 e북 리더기 시장이 먼저 자리 잡았던 미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미국 시장에 킨들을 출시하며 e북 리더기 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애플에서 아이패드를 출시하자 킨들은 ‘가격 인하’라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몇 차례 가격 인하를 해왔지만, 최근에 또 한 번 종전 259달러였던 가격을 189달러로 다시 한번 가격을 내렸다.

이렇듯 e북 관련 시장이 국내보다 잘 정착된 미국에서도 태블릿 PC인 아이패드 출시 이후 e북 리더기는 설 곳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런 마당에 하물며 e북 관련 시장이 잘 자리 잡지 못한 국내에서는 어떻게 될까? 미국에서는 아이패드 하나였지만 국내에 출시될 태블릿 PC는 여러 가지다. 아무리 태블릿 PC와 e북 리더기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해도 시장의 축소는 불가피할 수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
아이패드의 아이북스 애플리케이션

현재 국내 e북 시장의 현황

특히, 국내 e북 관련 시장은 약간 기형적인 성장을 이루어왔기에 더욱 우려된다. 미국의 경우, 킨들의 성공이 있기 전에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있었고, e북 콘텐츠가 먼저 확보된 상태에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가 생산되는 단계로 커왔다. 하지만, 국내의 e북 시장은 e북 콘텐츠 제공업체가 먼저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와 같은 단말기 제조사가 e북 리더기를 출시하면, (해당 e북 리더기 전용) 콘텐츠를 제공 사이트가 생기는 형식으로 발전해왔다. 안 그래도 e북 콘텐츠 수가 적은 상황에서 사이트마다 조금씩 나눠 갖고 있으니 콘텐츠 부족 현상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A라는 제조사가 e북 리더기를 만들어서 관련 생태계를 만들어 내자, B라는 유통사가 새로운 e북 리더기를 출시하며, 또 다른 생태계를 구축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직 e북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현 상태를 바라보며 준비만 하고 있는 C라는 기업이 있다. 즉, 각자의 영역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방법만을 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국내 e북 콘텐츠 제공업체와 (종이 책) 출판사 간의 저작권 협의도 지지부진하다. 지난 2009년 9월 15일, 국내 최대 규모로 전자책 법인인 ㈜한국이퍼브가 출범하였지만(YES24, 알라딘, 리브로, 영풍 문고, 반디앤 루니스의 인터넷 서점, 한길사, 비룡소, 북21, 북센 등의 관련 업계들이 공동 출자한 공동 법인),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출범한 지 1년여가 다 되어가는 시점에 제대로 된 홈페이지 하나 없다는 점은 충격에 가깝다. 현재 한국이퍼브 공식 블로그(http://k-epub.tistory.com/)가 운영되고 있다. 과연, 이것이 국내 e북 콘텐츠 시장에서 1년 동안 노력한 결과물인가 싶다.

물론, ㈜한국이퍼브만의 잘못은 아니다. 지금까지 e북 리더기를 만드는 제조사와 e북 콘텐츠를 생산하는 업체, e북 콘텐츠를 유통하는 업체 간에 시장 선점하려는 경쟁 역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게 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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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e북 콘텐츠 확보가 절실

이러한 경쟁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경쟁이 있어야 발전이 있고 발전이 있어야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이대로 경쟁 체제가 계속 이어진다면, 사용자는 다음과 같은 불편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A라는 e북을 보기 위해서는 꼭 그에 맞는 단말기를 구매해야 하고, B라는 e북을 보기 위해서는 또다시 다른 단말기를 구매해야 하는 식으로 말이다(차라리 그냥 서점에서 책 한 권 구매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지난 3월, ‘기욤 뮈소’와 같은 인기 소설가의 e북을 지원한다고 홍보하던 인터파크 도서의 비스킷

이렇게 기기별로 e북 콘텐츠가 한정되어 있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e북 리더기를 구매하는데 망설일 수밖에 없다. 보고 싶은 책을 편하고 쉽게 보려고 구매한 e북 리더기인데 관심도 없는 e북 콘텐츠만 잔뜩 제공된다면 달가울 리가 없지 않겠는가. 가뜩이나 태블릿 PC와의 경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현실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태블릿 PC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e북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상론이지만, 우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e북 콘텐츠를 한곳에 모아 놓고(정 어려운 일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링크만이라도 연결을…), 다양한 e북 리더기를 지원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마치 음원 판매 사이트에서 MP3를 판매하듯이 말이다.
‘비스킷의 파일 관리 프로그램’, 해당 파일을 손쉽게 다운로드받아 볼 수 있다

실제로 e북 콘텐츠를 판매하는 몇몇 사이트에서 이와 비슷한 형태로 나아가려고 하는 징조를 보이고 있다. 원래 삼성의 SNE-60만을 지원하던 텍스토어는 아이리버 커버스토리, 네오럭스의 누트3도 지원하는 체계로 바뀌었으며, 국내 인터넷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과 YES24에서는 페이지원의 파피루스와 삼성전자 SNE-60(SNE-60K)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e북 콘텐츠만 확보하고 있는 측과 e북 리더기만 확보하고 있는 측이 서로 상생하기 위해 취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e북 콘텐츠 판매망을 확보한 상태에서 e북 리더기를 출시한 업체의 입장은 또 다르다. 인터파크는 자신의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e북을 전용 e북 리더기인 비스킷에서만 볼 수 있게 하고 있으며, 국내 서점 중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교보문고도 10만 원대의 전용 e북 리더기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형태로도 e북 콘텐츠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만 한다면야 딱히 문제될 건 없다. 앞서 e북 콘텐츠를 하나로 모으는 게 어떻겠냐고 했던 것도 e북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전제 때문에 나온 얘기니까 말이다. 풍부한 e북 콘텐츠와 거기에 최적화된 e북 리더기로 e북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미국의 아마존이란 예가 있지 않은가.

밝은 곳에서도 잘 보이고 장시간 봐도 눈의 피로가 덜하다는 e잉크의 장점과 충분한 e북 콘텐츠, 그리고 저렴한 가격의 e북 리더기라는 3박자가 갖춰진다면 e북 리더기는 태블릿 PC와는 다른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느리지만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e북 관련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이며, 조만간 닥쳐올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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