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3차 발사 합의’ 한-러 진실게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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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제작사 “발사여부 논의안해”… 항우연 “협의록 서명까지 받아”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3차 발사 합의 여부를 놓고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진실 게임’이 벌어져 재발사가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나로호 1단 제작사인 러시아 흐루니체프는 16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 자료를 통해 “3차 한·러 공동조사위원회(FRB·Failure Review Board)에서 3차 발사 가능성 여부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알렉산드르 보브레뇨프 흐루니체프 공보실장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러 조사회의든 별도 회의든 간에 회의 결과 작성된 어떠한 공식 프로토콜(의사록)에도 나로호의 3차 발사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2차 발사 실패 원인을 명확히 규명한 뒤에야 3차 발사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러시아 측 입장은 15일 “내년에 3차 발사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한국 측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은 “프로토콜은 아니지만 한·러 양측이 나로호 3차 발사를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흐루니체프 측이 서명한 협의록(conclusion of discussion)까지 받았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항우연 관계자는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에 나로호 3차 발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국내 언론의 보도가 흐루니체프를 자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브레뇨프 공보실장도 “(나로호 발사 실패가 흐루니체프의 책임이라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 때문에 곤란한 지경에 빠져 보도 자료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본부장은 “러시아 측과 오랜 기간 같이 일한 경험에 비춰보면 흐루니체프가 이번에 밝힌 내용과는 상관없이 3차 발사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을 것”이라며 “발사 추진이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브레뇨프 실장도 “원인 규명이 끝나면 3차 발사 가능성과 시기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러 양측은 9월 초 항우연에서 2차 발사 실패 원인을 규명할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이현경 동아사이언스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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