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아하, 이약!]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9일 03시 00분


통증억제 아닌 관절염 유발인자 잡는 원인치료
두달에 한번 주사로 OK… 10월부턴 의보적용기간 폐지

《5년 전 한 일간신문에 ‘디스크, 주사 한 방에 낫는다’는 기사가 실려 유명해진 약이 있다.
‘레미케이드’라는 약이다. 이 약은 모든 디스크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는 디스크가 터져 통증이 심한 일부 환자에게만 사용했다. 디스크가 터지면서 떨어져 나간 조각이 TNF-α라는 물질을 발생시켜 통증이 생기는데, 레미케이드는 이 물질을 막는 역할을 했던 것. 신규철 제일정형외과 원장은 “당시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인데도 이 주사약을 맞겠다고 해 많은 곤란을 겪었다”며 “비용이 비싼 탓에 지금은 저렴한 다른 약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디스크 치료제로 선보였던 레미케이드는 현재 강직성 척추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건선,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류머티즘에 ‘바이오’가 뜬다


우리 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체계를 갖고 있다. 때때로 면역 기능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소멸한 후에도 자기 몸을 공격한다. 비정상적인 ‘자기보호본능’인 셈이다. 류머티즘 관절염도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해 생긴다. 여성의 경우 폐경 등으로 여성호르몬이 불안정해지면 류머티즘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을 치료하는 고전적인 방법은 약한 약으로 시작해 점점 강한 약을 처방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진통 소염제로 통증만 다스린다. 이어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먹고, 상태가 심해지면 저용량 스테로이드, 항(抗)류머티즘 약을 차례로 먹는다. 반응에 따라 몇 가지 약물을 병합해 쓰기도 한다.

마지막 단계에선 레미케이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를 쓴다. 생물학적 제제는 과도하게 자기면역을 만드는 인자(TNF-α)에 붙어 이 인자를 터뜨린다. TNF-α를 연구하던 미국 뉴욕대 의대의 빌섹 박사는 1991년 단백질 항체를 개발했다. ‘레미케이드’의 성분이 된 ‘인플리시맙’이다.

영국 런던의 연구진은 류머티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플리시맙의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레미케이드라는 최초의 TNF-α 억제제를 발명했다. 약품 원료를 합성해 만든게 아니라 바이오 기술을 응용해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발생 과정이 비슷한 크론병, 건선, 강직성 척추염 등에도 쓸 수 있다.

‘두 달에 한 번씩’, 의료진이 투여



생물학적 제재는 매주 또는 격주로, 환자가 스스로 허벅지나 배의 피하지방에 주사를 놓는 방법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처음 주사를 놓는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레미케이드의 장점은 정맥 주입 방식이라는 것. 자가 주사제는 일반적으로 가정용 냉장고에 환자가 보관했다가 직접 주사를 놓지만, 레미케이드는 정맥을 찾아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전문 의료진이 담당해야 한다. 병원이 정해진 약품 보관방법에 따라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도 장점이다.

허진욱 을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한 뒤, 정확한 용량을 투여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주사를 맞는 간격도 상대적으로 길다. 두 달에 한 번만 병원을 찾으면 된다. 허 교수는 “자가 주사를 하는 당뇨병이나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들은 주사를 거르거나 주사 부위의 통증 때문에 주사 맞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피부에 직접 약물이 닿지 않기 때문에 피하지방에 놓는 주사에 비해 통증이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10월부터 건강보험 적용확대


과거에는 소염제에서 시작해 약물강도를 점점 높이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생물학적 제재를 썼다.

그러나 최근에는 류머티즘 치료요법의 경향이 바뀌었다. 통증을 다스리는 약만 계속 쓰다가, 관절이 망가진 뒤에 생물학적 제재를 써봤자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 이 때문에 해외 연구결과를 토대로 국내에서도 초기부터 생물학적 제재를 초기에 처방하는 병원이 늘었다.

초반부터 류머티즘 관절염 유발인자인 TNF-α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치료방향을 튼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소염제나 기타 약물에 비해 생물학적 제재는 비용이 비쌌다. 건강보험에서는 최대 51개월까지만 비용 지원을 해줬다. 한번 발병하면, 장기간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올 10월부터 기간제한을 철폐하기로 했다. 류머티즘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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