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단골의사 시범 사업을 연내 실시하기로 최근 확정했다. 의료계가 시끄러워졌다. 의료계에서는 단골의사 제도를 주치의 제도와 같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논란이 돼 왔던 주치의 제도가 어떤 식으로든 결론 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치의 제도 도입을 촉구해왔던 대한가정의학회는 정책세미나를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한의사들도 한방주치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에 대한의사협회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복지부는 “단골의사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 주치의 제도 도입은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 단골의사 vs 주치의
복지부는 단골의사 시범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1월 구성했다. 세부방안이 나오고 공청회가 끝나면 6월 단골의사 제도의 모델이 확정된다. 10월부터는 시범사업이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는 단골의사 제도가 주치의 제도와 다르다고 말한다. 복지부 담당자는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를 의원과 1 대 1로 연결해 맞춤형으로 건강관리를 하자는 것이다”라며 “논의를 주치의 제도로 확대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주치의 제도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1차 의원(동네의원)을 지정한 뒤, 그 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제도다. 개인의 진료와 상담 정보가 한 의원에 쌓이면 지속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고, 약제비 지출도 줄어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여러 의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큰 병원에 쉽게 갈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오랜 논쟁이 있었지만 주치의 제도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나온 게 없다. 따라서 이 제도가 정착된 국가들을 통해 제도를 이해하는 게 좋다. 영국과 프랑스가 대표적인 나라다. 환자 - 의사 1대1 연결 맞춤형 건강관리 목표
가정의학회 “서둘러야” 의사협회선 “신중해야” 한의사들도 포함 희망
○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나
영국에서는 모든 환자가 동네의원 격인 1차 의원(GP)을 거쳐야 한다. 병에 걸리면 지정된 GP에 예약을 한 뒤 정해진 날짜에 방문한다. 이곳에서 먼저 진료와 상담을 받는다. GP가 위중한 병이라고 의학적 판단을 내릴 때에만 큰 병원에 갈 수 있다. 단, 응급환자는 이 절차를 따르지 않고 바로 큰 병원에 갈 수 있다.
영국 의사의 50% 정도가 GP다. 의사의 절반이 주치의로 등록돼 있는 셈이다. 영국 의대는 전문의 과정과 GP 과정을 아예 처음부터 분리해 놓고 있다. 전문의 과정을 선택했다면 GP, 즉 주치의가 될 수 없다. GP를 선택했다면 전문의가 될 수 없다.
프랑스는 2005년 주치의 제도를 도입했다. 영국과 같은 GP는 없으며, 의사라면 누구나 주치의가 될 수 있다. 시민도 주치의를 둬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런데도 프랑스 가정의 90% 가까이가 주치의를 두고 있다. 평소 병원을 잘 찾지 않는 사람을 감안하면 프랑스인 대부분이 주치의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것. 프랑스에서는 주치의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돈을 더 내야 한다. 처방받은 약을 살 때도 돈이 더 든다. 이 때문에 프랑스의 제도를 ‘개방형 주치의 제도’라고도 한다. ○ 주치의 제도 동상이몽?
대한가정의학회가 최근 연 정책세미나에서는 주치의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표가 많았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환자들의 ‘의료쇼핑’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1, 2, 3차로 이어진 의료전달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 이 세미나에서 최용준 한림대 의대 교수는 “의원이 통원진료를 담당하고, 병원이 입원진료를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신중한 모습이다. 이 기관이 모든 의료계를 대표하기에 특정 과에 치우친 의견을 내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개방병원 제도 △1차 의원 발전 방안 △의료 수가 현실화 등 기존의 문제점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는 것.
대한한의사협회는 단골의사를 지정할 때 한의원을 포함시킬 것을 주장한다. 현재 많은 한의원이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는데, 현대의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재돼서는 안 된다는 것. 한의사가 배제되면 한의원 수입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만 단골의사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장기적으로 주치의 제도에 대해 논의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단골의사 제도와 주치의 제도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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